‘카스’는 맥주계 공룡기업 인베브의 브랜드

삼성과 대한한공의 뉴스와 기사들이 넘쳐나는 요즘 우리는 대기업 덕분에 꽤나 피곤한 삶을 살고 있는 건 아닐까? 지금의 대기업을 만든 건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내 생각엔 우리 국민 특유의 국산품 애용도 한 몫을 한 게 아닌가 생각한다.

젊은 세대에서는 이제 희미하거나 희박한 개념의 국산품 애용이지만 기성세대들이 가지고 있는 국산품 사랑은 눈물겹기도 한 것이다. 술집을 운영하며 ‘술은 무엇으로 드릴까요?’ 라는 질문에 가장 많이 듣는 대답은 국산 맥주 주세요, 그냥 국산으로 하지 머 등이다.

여전히 우리는 무의식적으로 국산 맥주를 주문하고 “소맥엔 카스가 제격이지‘ ’별 차이도 없는데 이왕이면 국산 마셔야지‘ 라는 등의 자위를 한다. 과연 그게 국가 경제에 얼마나 도움이 될까?

수십 년을 ‘하이트’에 밀려 2인자 자리를 지키던 카스(OB맥주)는 이렇게나 충성도가 높은 대한민국 소비자들 덕분에 수년째 업계 1위 자리를 지키며 ‘하이트’와 ‘클라우드’를 압도하고 있다. 별다른 마케팅을 하지 않아도 열혈 소비자층이 굳건히 버티고 있으니 카스 입장에선 누워서 떡 먹고 땅 짚고 헤엄 칠만 하다.

▲ 백승대 450 대표

얼마 전 '카스'는 러시아 월드컵을 앞두고 월드컵 기념 한정 740ml 캔 제품을 미국에서 생산하여 완제품 형태로 수입, 판매하겠다는 발표를 했다. 500도 1000ml도 아닌 740 용량의 생산 설비가 국내에 없어 기간 한정으로 수입 판매하겠다는 궁색한 변명을 달았다.

문제는 완제품의 수입과 판매가 아니라 수입된 캔맥주가 국내 생산된 기존의 제품보다 가격이 싸다는 것이다. 주옥같은 우리의 주류세법은 수입 맥주와 국산 맥주의 주세율이 다르기 때문에 수입 맥주가 국산 맥주보다 가격 경쟁력을 가지게 된다. 우리가 철석같이 믿었던 카스가 월드컵을 핑계로 주류세 체계의 맹점을 악용하여 맥주 가격으로 장난을 치고 있다. 누구처럼 국민을 개, 돼지로 보는 건가?

자 이제 사실관계를 확인해보자. 우선 카스(OB맥주)는 한국 기업이 아니다. 두산그룹이 OB맥주를 ABInBev(이하 ‘인베브’) 라는 초대형 다국적기업에 매각 하면서 자회사가 되었다. 25개국 15만 명의 종업원을 거느린 이 공룡 같은 회사는 벨기에와 브라질 회사가 합병하고 다시 버드와이저로 유명한 ‘앤하이저부시사’와 합병하여 브랜드 수만 200 여개에 달하는 어마어마한 회사가 된다.

감이 잘 안오신다고? 맥주 업계의 구글이고 마이크로소프트라면 실감이 나시려나? 카스는 인베브의 로컬 브랜드중 하나일 뿐이고 여러분들이 알만한 맥주로는 버드, 코로나, 스텔라, 호가든, 벡스, 포스터스, 레페, 하얼빈... 편의점 맥주 냉장고의 절반이 인베브의 브랜드라고 생각하면 훨씬 이해가 빠르다. 카스는 이렇게 어마어마한 회사의 자회사이다. 내가 자주 가던 단골집사장이 바뀌고 주방장이 바뀌었는데도 고객에게 알리지 않는 것과 같다.

고객들은 사장이나 주방장이 바뀌었다는 사실을 알기 전까지, 음식 맛이 바뀐 걸 알아채기 전까지는 익숙하게 다시 찾아와 줄 테니 업주 입장에선 사장이 바뀌었다는 걸 굳이 알려서 매출 감소의 리스크를 안을 필요가 없는 것이다. 카스가 하는 짓이 딱 그렇다.

외국 맥주회사가 월드컵 한정 맥주를 미국의 자기 공장에서 제조해 한국에서 판매하겠다는데 우리가 머라고 할텐가? 하필이면 한국의 주류세법이 지랄 맞아서 수입 캔맥주가 4캔, 6캔에 만원도 가능한데 외국회사인 OB맥주가 그 제도를 이용하여 캔맥주 싸게 팔겠다는데 우리가 머라 할텐가? 버드와이저와 호가든은 광주 공장에서 만들면서 수입 맥주인 냥 판매하고 미국에서 만든 캔맥주 좀 싸게 들여와 판다고 우리가 이래라 저래라 할 입장도 못된다.

업계 1위의 맥주회사가 개, 돼지 같은 만만한 소비자를 믿고 이런 꼼수를 쓰는 것이 과연 떳떳한 일인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언제까지 카스를 국산 맥주라 믿고 팔아줘야 하는 건지 곰곰이 생각해 볼 일이다. 더 이상 국산품 애용이니 애국심 마케팅이니 하는 알량한 논리로 외국회사 배 불리지 말고 다들 개인의 취향에 맞게 똑똑한 주류 소비를 하시길 바란다. 마지막으로 농구 감독 허재의 명문으로 글을 마무리한다.

“국산품 애용이 무슨 말이야 xx. 짜증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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