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천 곤양중학교 스승의 날에는 어떤 일이?

5월 15일. 누구나 아는 스승의 날이 교사들에게는 복합적인 감정을 일으킨다. 노동자의 날에 공식적으로 쉬지도 못하지만 스승의 날에 쉬겠다고 할 수도 없다. 솔직히 교사들이 가장 바라는 것은 그냥 하루 쉬는 것이다. 스승의 날 촌지와 선물 공세라는 여론에 밀려 한 때는 쉬어 본 적도 있지만 그 역풍 또한 만만찮아 스승의 날에 교사들은 근무를 한다.

학교에서는 선물을 일체 받지 않겠다고 선언하고 마치 아무 날이 아닌 듯 수업에 들어가지만 아이들은 스승의 은혜가 높니, 낮니 하는 노래를 부르고...어색한 장면이 연출되면서 수업 아닌 수업을 어수선하게 하고 있는 실정이다. 팍 하루 놀려주면 좋겠는데 요즘 한국 사회에서 교사를 바라보는 달갑지 않는 시선은 이마저도 못하게 한다.

우리 학교는 뒤숭숭하게 보내게 될 스승의 날을 어찌할 것인지 부장회의에서 결정하였다. 오전 수업은 하고 오후에는 전직원이 학생들과 함께하는 체육행사를 하는 것으로 기본 가닥을 잡고 구체적인 진행사항은 학생회에 맡기기로 했다. 주변 학교 눈치보지 않고 간결하게 ‘그렇게 합시다’ 라고 결단을 내리는 교장선생님도 큰 역할을 하였다.

5월 15일 스승의 날 아침. 교사들의 책상에는 카네이션과 교복이 한 벌씩 배달되었다. 학생들이 오늘 하루 자기들이 교사를 하고 우리보고 학생을 하라는 것이다. 학생회의 결정 사항이란다. 교사들은 쑥스러워 했지만 나이 고하를 막론하고 교복을 입고 교실로 향했다. 상상만 해도 즐겁고 의미 있는 시간 아닌가.

나도 교복을 입고 아이들의 기대보다 한술 더 떠 노랑고무줄로 머리를 양갈래로 묶어 망가져 주었다. 전학생 김정희라고 소개하고 옛날에 껌 좀 씹었다고 했더니 다들 뒤로 넘어갔다. 수업시간에 가장 집중 안하는 지호가 사회 선생을 한다고 나섰다. 수업을 하면서 막히는 것은 “전학생에게 물어봅시다”라고 재치있게 넘기면서 기억에 남을 수업을 했다. 한 시간이 이렇게 짧을 수가.....사진에도 있겠지만 우리 아이들의 저 해 맑은 모습은 정말 감동이다.

학부모 대표들도 떡을 해 갖고 오셨다. 떡집에 배달시키는 것이 아니라 손수 들고 오셨고, 교장실에서 이런저런 얘기도 나누면서 수고하신다고 격려하고 가셨다.

오후 시간 모든 교직원들이 체육관으로 들어서니 전교생이 두줄로 서서 ‘스승의 은혜는 하늘같아서...’노래를 부른다. 우리는 그 가운데로 함께 박수치며 걸었다. 이 때까지 들었던 스승의 날 노래 중에서 가장 감동적인 노래소리와 함께 케익커팅도 했다. 배구와 피구를 학생대표와 교직원 대항전으로 진행했다. 급식소 조리원님, 행정실 주무관님, 교무 실무원님, 교장선생님까지 모두 함께하는 즐거운 행사였다.

과하지도 부족하지도 않는 멋진 스승의 날, 작은 시골학교에서 맛보는 큰 기쁨이다. 사회의 불편한 시선도, 교사의 위축되는 심리도, 성적이 사회의 성공이라는 압박감도 날려버리는 멋진 날을 만들어준, 우리 곤양중학교 아이들아~ 참말로 고맙다.

/김정희 시민기자(곤양중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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