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삼천포농악 이수자 김원연 씨 인터뷰

<단디뉴스>는 진주에서 활동하는 문화예술인을 소개하는 기획을 하고 있다. 유명세를 떨치고 있지는 않아도 지역에서 묵묵히 문화예술활동을 하는 사람을 찾아 작품 세계와 생각을 듣는 것이 기획의도이다. 이번에는 민속예술 가운데 풍물 분야이다. 꽹과리는 천둥번개 소리, 북은 구름이 둥둥 떠가는 소리, 징은 바람소리, 장구는 빗소리로 사물놀이는 천상의 소리 그 자체라는 김원연 씨를 만났다.

▲ 김원연 씨

▲ 종합 예술인이라는 소개를 받았다

“(웃음) 몇 개 손만 대고 있다.”

▲ 문화예술 분야에서 많은 일을 한다고 들었다

“진주삼천포농악 이수자이고 진주오광대 전수조교이기도 하다. 시립국악관현악단 단원이다. 학교에서 예술강사로 아이들도 가르치고 있다.”

▲ 진주삼천포농악은 좀 새롭다

“국가무형문화재이자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선정됐다. 진주에 본거지를 둔 솟대쟁이패의 영향을 받았다고 전해진다. 화려한 기교와 빠른 움직임이 특징이다. 꽤 많은 마니아층이 형성돼 있다. 매년 경연대회를 하는데 참가팀이나 관객이 어마어마하게 모인다.”

▲ 진주삼천포농악 공연 모습

▲ 진주오광대는 많이 알려진 것 같다

“진주오광대는 시민과 지역사회에서 다양한 주체들의 노력으로 어느 정도까지 유명해 졌다. 오광대의 탈놀이는 그 시절로 보면 문화운동의 개념이다. 그 시대상을 풍자하고, 민중과 어울렸던 의미로 본다면 말이다. 하지만 오광대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제약이 따른다. 일단 오광대는 춤과 연기가 있기 때문에 서로가 맞춰서 해야 하는 것들이 많다. 풍물처럼 개인이 기량을 닦으면 어느 팀에 들어가도 연주가 가능한데, 오광대는 그렇지 않다. 이런 부분에 대한 고민이 많다.”

▲ 진주오광대 공연 모습

▲ 진주시립국악관현악단에 대해선 말들이 많다.

“참 민감한 상황이다. 문제가 많다. 사람들은 해체된 줄 안다. 진주시에서 그대로 두고 있다. 공연을 안 하니까 그냥 방치되고 있다. 단원들은 계속 개인연습만 하고 있다. 어떻게 할지 진주시에서 갈피를 못 잡고 있다. 진주시와의 갈등도 있었고, 단원 사이에 문제도 있었다. 그냥 수면 밑에 가라앉아 있다고 보면 된다.”

▲ 안타깝겠다.

“다른 지자체는 없는 걸 만든다고 힘들어 하는데, 진주는 뻔히 있는데 안 하니까 갑갑하다. 해결책을 찾았으면 좋겠다. 어떤 식으로 운영할지는 고민이 필요하지만, 없애는 거는 답이 아니다. 더구나 진주시는 유네스코 창의도시를 희망하고 있는데 말이다.”

▲ 어떻게 풍물에 관심을 가지게 됐나

“고등학생 때 사물놀이 CD를 엄청 열심히 들었다. 사물놀이 장단이 사실 굉장히 복잡하다. 그런데 무슨 장단인지도 모르는데 너무 좋아서 그냥 듣기만 했다. 본격적으로는 대학교 때 발을 들였다. 동아리에 처음 들어갔는데 고등학교 때 많이 들어서 그런지 실력이 금방 늘었다. 들소리라는 단체에 들어갔다. 마침 장구 치는 사람이 잠수를 탔다. 그때부터 코가 꿰었다(웃음)”

▲ 전공이라고 해야 하나. 주로 다루는 악기가 뭔가

“주 전공은 장구다. 장구 치고 반주하고 상모 돌린다. 요즘 가장 열심히 하고 있는 것은 아쟁이다. 전공이 따로 있는 건 아니다. 우리 악기를 모두 다룬다.”

▲ 장구를 치고 있는 김원연 씨

▲ 그래도 마음속에 베스트 악기가 있을 것 같다.

“태평소다. 태평소가 제대로 된 양념이다. 사실 풍물에 태평소가 도드라지면 안 된다. 그냥 살짝 소리를 입혀 주면 된다. 그 조그만 악기가 풍물 전체의 선율을 덮어 준다. 보통 누가 태평소를 부르는지 신경을 쓰지 않는다. 근데 없으면 뭔가 휑하다. 태평소는 화려하면서도 절제된 맛이 있다.”

▲ 풍물의 매력이 뭔가.

“풍물은 상당히 개방적이다. 관객하고 소통하고 어울리고 하는 것이 제일 큰 매력이다. 일반인이 들어와서 자유롭게 연기자와 어울릴 수 있는 예술공연 분야가 많지 않다. 누구든지 그냥 기본장단만 치고 놀면 된다. 앞서 풍물장단이 복잡하다 했는데, 일반인이 놀 정도 수준에서는 너무 쉽고, 단순하다.”

▲ 조금 더 매력에 대해 알려 달라.

“꽹과리는 천둥번개 소리다. 북은 구름이 둥둥 떠가는 소리다. 징은 바람소리다. 장구는 빗소리다. 천상의 소리 그 자체다. 물론 드럼도 멋있다. 아프리카 토인의 북소리도 경쾌하다. 하지만 우리 풍물은 꽹과리, 북, 장구, 징의 신묘한 소리에 상모를 돌려가며 역동적인 춤사위까지... 더할 나이 없이 좋다.”

▲ 아이들을 가르친다 했는데 아이들 반응이 궁금하다

“분명 아이들이 별로 안 좋아할 것 같다는 질문 같은데(웃음). 그건 어른들의 선입견이다. 아이들은 풍물수업을 즐거워한다. 요즘은 바이올린 같은 서양 악기 수업도 학교에서 한다. 다른 악기에 비해서 풍물은 일단 쉽다. 단순하다. 그래서 좋아한다. 오랫동안 아이들에게 우리 악기를 가르쳐 주니 아이들 성격도 바뀌었다. 물론 사회성 있고 적극적인 아이들로 말이다. 북을 치면서 자기감정을 표출해 내는 것 같다. 용기 내어 다가가는 법을 안다. 기타와 같은 악기처럼 어렵지도 않고, 그냥 치기만 하면 되니까 좋아한다. 능력 맞춰서 가끔 징을 쳐도 된다. 때론 아이들 사이에서 징 쟁탈전도 벌어진다. 징은 하는 게 별로 없기 때문이다(웃음)”

▲일반인이 풍물을 배울 기회가 있나?

“지금 바로 동네 주민센터에 가 보라. 진주의 주민센터 가운데 풍물을 배울 수 없는 곳은 한 군데도 없다. 누구든지 생각만 있으면 주민센터에 가서 배울 수 있다.”

▲앞으로의 계획은?

“거창하게 민속예술, 전통음악 한다고 인터뷰도 하고 하지만 사실 좀 민망하다. 인터뷰 약속이 잡히고 곰곰이 생각을 해봤다. 공사장의 공사 소리가 꽹과리 치는 소리로 들리던 때가 있었다. 모든 자연의 소리가 사물놀이 리듬으로 들리던 때가 있었다. 다시 처음의 마음으로 돌아가는 게 계획이다. 그 때 더 큰 박수를 받고 싶다. 지역 예술인으로 할 수 있는 역할 역시 찾아보겠다.”

▲ 김원연씨가 소속돼 있는 '진주 솟대쟁이 놀이단'은 이번 평창올림픽에서 거리 공연을 선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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