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규민의 두리번두리번 2- 성선택이론

간택이란 임금이나 왕자의 배우자를 골라 뽑는 것을 말합니다. 역사적으로, 문화적으로 권력을 쥔 남성이 여성을 선택하는 경우가 일반적 이었습니다. 자연에서 암수 관계는 그렇지 않습니다.

생물학에서 암수의 정의는, 수컷은 유전자를 정자라는 운반체에 실어 암컷에게 전달하는 쪽이고, 암컷은 그 유전자를 받아 자신의 유전자와 섞어 새 생명체로 키워내는 쪽입니다.

암컷의 번식은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필요로 합니다. 암컷은 수정란을 몸속에 간직한 채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여 출산을 합니다. 출산 후에도 오랜 기간 젖을 먹여 키우며 정성을 쏟습니다.

수컷은 그렇지 않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상대방을 선택할 때 암컷이 더 신중할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스스로 유전자를 후세에 남길 수 없는 수컷은 어찌되었든 암컷의 몸을 빌려야합니다. 암컷의 간택이나 허락 없이는 번식이 불가능한 것 이지요.

▲ 공작 수컷

그래서 수컷은 암컷의 선택을 받기 위해 아름답게 진화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인간의 경우에는 문화적 진화가 자연적 진화를 압도해버려 꼭 그렇지 않지만, 자연계를 둘러보면 거의 모든 동물에서 수컷이 암컷보다 더 아름답고, 노래도 잘하고, 춤도 더 잘 춥니다.

사자, 공작, 꿩 등 대부분의 동물은, 수컷이 더 화려하고 멋있습니다.

그렇다고 타고난 아름다움이나 능력만으로 선택을 받지는 않습니다. 갈매기 같은 새들은 짝짓기 과정에서 수컷이 암컷에게 먹이를 선물로 바칩니다. 인간사회의 청혼반지 선물과 동물의 구애선물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뉴기니 등의 열대림에는 정자새(bowerbird)라는 것이 살고 있답니다. 정자새는 예술적인 건축물로 사랑을 구합니다. 여기서 말하는 정자는 펜션 같은 집을 말합니다. 정자새의 수컷은 사는 집과는 별도로 펜션을 새로 만들고 온갖 색깔의 화려한 꽃과 물건들로 장식하여 암컷들의 환심을 사려고 한답니다.

아프리카꿀잡이새는 훌륭한 벌통을 선점하고 보호하여 꿀을 좋아하는 암컷들이 찾아오길 기다린다고 합니다. 인간세상이나 동물의 세계에도 노력과 정성이 통합니다.

그러나 어디가나 못된 놈이 있게 마련입니다. 말 그대로 못난 놈입니다. 타고난 아름다움이나 뛰어남이 모자라는 경우 노력과 정성을 보태기보다는 폭력, 전쟁, 강간을 시도합니다.

인간을 포함한 자연계를 둘러보면 대놓고 힘겨루기를 하는 것은 거의 수컷들이라고 합니다. 북방코끼리바다표범 수컷들은 온몸에 피가 철철 흐를 정도로 치열하게 싸운다고 합니다. 승리한 수컷은 해변을 모두 차지하고 해안가를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넣는다고 합니다.

이러한 경우에는 마지막이 비참한 경우가 많습니다. 또 다른 강력한 수놈에게 제압당하면 암컷이나 동료로부터 버림받고 죽어갑니다. 독재자의 마지막과 비슷합니다.

▲ 공작 암컷

인간이나 동물이나 보이는 모습만으로 선택되지는 않습니다. 근육질의 배우로 알려진 아놀드 슈워제네거는 사실 여성들에게 인기 있는 배우는 아니었다고 합니다. 총각 시절 그는 여성들에게 접근하여 일방적으로 치근대기만 했을 뿐 그를 좋아하는 여성들은 많지 않았다고 합니다.

반면 왜소한 체격에 남성적 매력이라고는 없어 보였지만, 지적인 이미지와 주옥같은 영화들을 만들어 낸 우디 앨런의 주변에는 아름다운 여성들이 끊이지 않았다고 합니다.

사람이나 동물이나 타고난 매력만으로 상대방을 선택하지 않습니다. 노력과 정성을 통한 후천적 매력도 중요한 선택 조건이 되는 것입니다. 매력은 그 사람의 총체로서 표현되는 것이지 한두 가지만 가지고 표현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사랑은 선택받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지 선택하는 것이 아닙니다.

40대 독거 노총각 표야! 큰 꿀통을 준비하든지, 꽃으로 장식된 멋있는 펜션을 준비하든지 해야 되지 않겠나? 아니면 우디 앨런처럼 보이지 않는 매력을 장착 하든지. 세월 다 간다.

***<다윈지능>(최재천 지음)이라는 책에서 진화론 중 성선택 이론에 관한 글들을 뽑아 요약, 재배치하고 살을 붙여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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