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해자가 “술 먹고 실수”라는 말만 듣고 사건 종결

진주시장애인종합복지관 A관장이 지난 해 11월 복지관 행사자리에서 2명의 여성을 성추행한 사건이 뒤늦게 알려졌다.

복지관 설립주체인 진주시는 사건 발생 후 피해자를 상대로 제대로 된 조사를 하지 않았다. 오히려 가해자의 진술만 듣고 대수롭지 않게 이 사건을 종결해 논란을 부르고 있다.

▲ 지난 해 11월 진주시장애인종합복지관 A관장이 술에 취해 2명의 여성을 성추행한 사건이 발생했다.

복지관장 A씨는 지난 해 11월 장애인 행사 자리에 술에 취한 상태로 참석했다. A관장은 행사장과 식사자리에서 한 어린이집 교사에게 다가가 여러 차례 포옹하는 등 신체접촉을 시도했다. 그러면서 “오늘은 내 꺼다”, “안아 주고 가라” 등의 발언을 했다. 다른 교사들과 행사 관계자들이 보는 앞에서 성추행이 이뤄졌다.

진주 여성회 등 지역 시민사회단체들은 5일 진주시청 브리핑룸에서 진주시의 철저한 진상조사와 가해자 처벌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가졌다. 이들은 진주시가 관할하는 모든 기관에서 성폭력 피해실태를 조사해 재발방지를 위한 노력에 진주시가 적극 나설 것을 주문했다.

▲ 5일 오전 진주시청 브리핑룸에서 지역 시민사회단체들이 진주시의 철저한 진상조사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했다.

진주시는 사건 발생 직후 가해자인 A관장의 이야기만 듣고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았다. 성추행 사건을 쉬쉬 넘기려 했다는 의혹이 이는 대목이다.

기자회견 뒤 박미영 복지교육국장과의 면담자리에서 박 국장은 “진주시가 이 사건을 은폐하려는 시도는 없었다”고 재차 강조했다.

박 국장은 “며칠 전 직원 보고를 받고서야 성추행 사실을 알았다”며 “당시 A관장은 술을 마시고 실수를 했는데, 불미스러운 일이 생겨서 죄송하다고 나에게 말한 게 전부"라고 주장했다. 박 국장은 “좋은 일이면 캐물었겠지만 자기 스스로 불미스러운 일이라는데 꼬치꼬치 묻는 것도 프라이버시 침해”라 생각했다며 “당시에는 조사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 했다”고 말했다.

불미스러운 일이라는 얘기를 들었다면 어떤 형태든 조사를 해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기자의 질문에는 “불미스러운 일이라기에 성추행은 생각도 못하고, 싸움이 생겼나 그렇게만 생각했다”며 “그날 이후 그 일에 대해 잊었다”고 말했다.

▲ 기자회견 후 진주시 복지교육국장과의 면담이 이어졌다.

진주시의 이런 해명에 주변에서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불미스러운 일’이라는 말을 들었다면 무슨 일인지 조사부터 하는 게 순서라는 것이다.

진주여성회 전옥희 사무국장은 “속 시원한 해명이 전혀 아니다. 본인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으려 하는 게 느껴졌다. 기자회견과 면담을 통해 우리 의사를 전달했다. 일단은 진주시가 이 사건을 해결하겠다는 약속을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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