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예의 도덕이 보편화된 사회는 병든 사회이다."

'망치를 든 철학자', '신은 죽었다'라는 말로 유명한 철학자 니체는 일찍이 그리스도교 전통에 기초한 윤리관을 비판하며, '주인의 도덕'과 '노예의 도덕'을 말한 바 있다. 니체에 따르면 그리스도교의 도덕관은 '노예의 도덕'이며, 인간이 추구해야 할 도덕은 '주인의 도덕'이다.

고대 그리스에는 선악의 구분 대신에 ‘좋음’과 ‘나쁨’의 구분이 있었다. 여기서 좋음이란 주인의 생활방식을 말하고, 나쁨이란 노예의 생활방식을 말한다. 주인은 지배계급으로서, 진취적이며 결단력이 있다. 모든 것을 주체적으로 결정하며 새로운 것을 만들어낼 창조력도 있다. 반면, 노예는 피지배자 계급으로 겸손하고 근면하며 주인에게 순종한다. 질서에 순응할 뿐, 자신이 주체적으로 결정하거나 특유의 창조성을 갖지 못한다.

니체는 '노예의 도덕'은 주인이 되지 못한 채, 주인에게 억압받았던 노예들의 '원한'에서 출발된다고 봤다. 그리고 기독교는 이 원한의 도덕, 노예의 도덕을 근본으로 한다고 말했다.

고대 유럽의 노예들은 대다수가 유대 민족이었다. 이들은 이후 기독교를 만들게 되는데, 이 때 자신들의 도덕인 '노예의 도덕'의 본질인 겸손, 근면, 순종의 가치를 '선'이라는 개념 속에 집어넣었다. 동시에 '주인의 도덕'의 본질인 진취성, 결단력, 창조력 등은 '악'이란 개념 속에 집어넣었다.

▲ 철학자 니체

그리스도교는 차후 세계적인 종교로 거듭난다. 이와 함께 순종적인, 겸손하며 근면한 사람들이 훌륭한 사람으로 치부되기 시작한다. 건강한 도덕인 주인의 도덕은 악이 되고, 원한에서 출발한 병든 도덕인 노예의 도덕은 선이자 보편적 도덕이 된 것이다. 니체는 이 같은 도덕관념이 자리잡은 사회를 ‘병든 사회’라고 말했다.

지금 우리 사회의 도덕 관념을 돌아보자. 진취성, 결단력이 아닌 순종, 겸손의 가치를 요구한다. 노예의 도덕이다. 우리 사회에서 주인의 도덕을 지닌 진취적이며 결단력이 있는 사람, 주체적이고 창조적인 사람은 배제의 대상이다. 기존 질서를 파괴하는 이유다. 반면 겸손하고 순종하는 인간은 기존의 질서를 공고하게 하는 데 큰 도움이 되기에 장려된다.

인간이 인간다울 수 있는 것은 개개인의 독특한 개성, 그만의 관점과 창조성 때문이다. 획일적일 것을 강요하는 것만큼 인간성을 억압하는 것이 또 있을까. 우리 사회에 주체적이고 창조적인 사람이 많아지길 바란다. 우리 사회의 진보를 위해서, 지배자를 추종하는 노예가 아닌 스스로의 삶을 결정하는 주인들이 많아지기 위해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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