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작 우려 말고, '미투운동' 확산에 힘써주시길

김어준과 그 지지자들에게 부탁한다. 김순종 기자l승인2018.02.26l수정2018.03.19 1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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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는 반드시 일어날 일이 일어났다. 그래서 놀랄 것도 없다. 남성 위주의 사회에서 오랜 기간 고통받아온 여성들이 그들에게 가해진 억압과 범죄를 폭로하고 나섰다. 누군가의 성폭력 범죄를 대중 앞에 공개하는 이른 바 ‘미투 운동(Me too)’이다. 이 운동은 검찰, 연극, 영화계 등을 거치며 그 영역을 확대해가고 있다. 죄 지은 자들이 그 죗값을 달게 받고 여성의 인권이 한층 더 확충되기를 염원한다.

그런 와중에 방송인 김어준이 ‘예언’ 하나를 내놨다. ‘미투운동을 활용한 정치적 공작이 시작될 것’이란 예언이다. 그는 지금까지의 미투 운동에 공감하고 그 필요성을 깊이 인식한다는 입장이지만, 앞으로 미투운동 과정에서 ‘누군가’가 나타날 것이고, 그들은 문재인 정부, 청와대, 진보적 지지층을 공격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어준은 ‘음모론’을 사랑하며, 남보다 한 발 앞서 앞일을 예견하고 싶어 한다. 그러한 그가 우리 사회에 좋은 영향을 미친 일이 적지 않다. 하지만 때로는 잡음을 만들어내기도 했다. 지난 황우석 사태, 18대 대선 선거조작 의혹 제기, 세월호 고의 침몰설 등이다. 이외에도 그는 자신의 ‘감’에 근거해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뒤에도 댓글 공작이 계속되고 있다는 등의 발언을 이어왔다.

사람들은 김어준이 언론인이라고 말한다. 좋은 면만 보면 그는 기성 언론인을 압도한다. 최근 삼성 문제를 파헤치는 모습이나 ‘나꼼수’ 등을 통해 권력자의 비리에 일침을 가한 그를 누가 언론인이 아니라고 말할 수 있을까. 하지만 그에게도 치명적인 단점이 있다. 논리적인 의혹 제기도 있지만 위 사례처럼 근거 없는 의혹 제기로 ‘음모론’을 조장해 사회에 혼란을 불러온다는 점이다.

▲ 김순종 기자

이번 사례도 크게 다르지 않다. 누군가 문재인 정부, 청와대, 진보적 지지층을 대상으로 한 공작을 시작할 것이라는 주장에는 명확한 근거가 없다. 심지어 그의 이 같은 주장은 독자들에게 오해를 불러일으킨다. 김어준이 ‘미투 운동’을 잘못된 시각으로 바라보며 피해자들의 침묵을 유도한다는 오해.

그의 의중이 일부 독자들의 오해와는 다를 것이라 생각하지만, 그럼에도 이 같은 논란이 일면 좀 더 명료한 입장을 밝혀야 한다. 공인이라는 방송인 혹은 언론인으로서 온당한 태도다. 하지만 그는 자신이 제기한 의혹이 진실이 아님이 드러났을 때조차 제대로 된 사과를 해 본적이 없다. 이번이라고 다를까?

아쉽게도 26일 <단디뉴스>의 고정필진인 김병훈 전 MBC논설위원은 ‘어느 여당 의원의 노이즈 마케팅(?)’이라는 제목의 칼럼에서 김어준을 비판한 더불어민주당 금태섭 의원의 입장과 일부 언론의 논조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물론 김 전 논설위원의 입장이 완전히 틀렸다고 생각지는 않는다. 금태섭의 발언에도, 일부 언론의 논조에도 문제는 있다.

금태섭 의원은 24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지금 나와 있는 뉴스가 그렇다는 얘기는 아니’라며 ‘앞으로 있을지 모를 공작의 위험성’을 지적한 김어준의 ‘예언’이 마치 성폭력 피해자에게 침묵을 요구하고 있는 것처럼 호도했다. 잘못이다. 하지만 26일 금 의원은 “피해자들이 용기를 내서 피해사실을 공개하는데 왜 진보진영의 분열, 공작 가능성 등 정치얘기를 꺼내는지 모르겠다”는 입장을 다시 한 번 내놓았다. 온당한 지적이다.

남성중심 사회에서 범죄의 피해자가 됐던 이들이 뒤늦게 용기내 제 목소리를 낼 때 문재인 정부와 청와대, 진보적 지지층의 분열을 걱정하는 것은 ‘정치 지향적’이다. 때에 따라선 ‘권력지향적’으로 볼 수도 있다. 필자 역시 문재인 정부의 성공을 바라지만 그들의 성공만큼, 아니 그 이상으로 중요한 일은 피해자들이 제 목소리를 낼 공간을 마련해주고 가해자들에게 온당한 처벌을 가하는 것이다. 금 의원의 지적은 그래서 옳다.

그럼에도 김어준의 입장만을 옹호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이처럼 나는 간혹 김어준에 대한 우리 사회의 막연한 신뢰를 목격하며, 그것이 우려된다. 김어준에 대한 합리적 비판에도 그 비판을 이유로 비난받는 이들을 적잖게 봐왔다. 김어준이 이미 누군가의 ‘정신적 지주’나 ‘우상’이 돼버린 것 같은 느낌이다. 이 같은 김어준에 대한 막연한 신뢰는 조중동이 써 갈긴 기사 모두를 진실로 받아들이는 그 입장과 얼마나 다를까.

지론이 하나 있다. 완전한 사람은 없으며 고로 우상은 존재해서 안 된다는 것이다. 김어준이 우리 사회에 기여한 바가 적지 않다는 데 동의하지만 이번에는 ‘글쎄’다. ‘피해자의 인권’을 먼저 고려해야 할 때 ‘문재인 대통령과 청와대, 진보적 지지자의 분열’을 걱정하며 ‘음모론’을 제기하는 그의 모습은 문제가 있다.

김어준과 그 지지자들에게 부탁한다. 특정 정치인이나 정부, 진보진영의 분열을 생각하기에 앞서 약자를, 그들의 짓밟힌 인권을 생각해 달라. 인권, 정의, 평등의 가치를 전파하고 약자를 수호하는 것은 진보라는 이름을 가진 당신들의 본령이 아니던가. 이번에는 어떠했나. 김어준과 그를 지지하는 사람들은 진보의 본령에 충실했나?

* 이 글은 ‘단디뉴스’의 공식 입장이 아닌, 저의 사견입니다. 뉴스 편집방향과 무관함을 밝힙니다.


김순종 기자  how2how2live@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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