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폐세력, 부역자 청산하고 시민을 위한 MBC경남 되겠다"

MBC가 지난 21일 지역MBC 사장 선임을 마쳐 'MBC정상화'의 속도가 빨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MBC경남 사장으로는 2010년 진주MBC와 마산MBC 통폐합 과정에서 이에 반대하다 해직됐던 정대균 기자가 내정됐다. 정대균 사장 내정자는 1987년 진주MBC 카메라 기자로 입사해 2010년 해직됐다. 2011년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 수석부위원장을 지냈으며, 2013년 재입사 형식으로 복직한 뒤 MBC정상화를 외치는 대열의 선두에 서 있었다. <단디뉴스>는 26일 정대균 MBC경남 사장 내정자를 만나 사장으로 내정된 소감과 MBC경남 정상화를 위한 계획 등을 물어봤다.

- MBC경남 사장으로 선임됐다. 2010년에 통폐합 반대를 주도하다 해직됐다. 이후 2013년 재입사 형식으로 복직을 했다. 그 과정에서 오늘 같은 날이 올 것이라 생각했나. 소회가 남다를 것 같다.

“해고될 당시만 해도 훗날 사장이 될 것이라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 하지만 작년에 촛불이 타오르고 정권이 바뀌면서 만약 기회가 온다면 MBC경남 사장이 되어 MBC경남의 무너진 위상을 바로 세워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기회가 왔고 사장직에 지원해 이렇게 됐는데 운이 좋았다. 사장 선임되고 나니 할 일이 많다. 잘 할 수 있는지 두렵기도 하지만 잘 해볼 생각이다.

▲ 진주MBC, 마산MBC 강제통폐합에 반대하는 정대균 MBC경남 사장 내정자의 모습(2010년)

- 2010년 진주MBC, 마산MBC 통합에 반대했던 이유는 무엇인가.

“통합을 반대했던 건 사원들의 입장 등은 듣지 않고 두 회사의 일방적 통합을 밀어붙이는 행태 때문이었다. 당시에도 우리 구성원들과 했던 얘기지만, 통합을 원천적으로 반대하지는 않았다. 프로그램 통합이나 사업 통합, 경영 통합은 어느 정도 논의해서 할 수 있다. 하지만 보도기능은 그럴 수 없다. 한 쪽으로 통합되면 다른 한 쪽이 소외되게 마련이다. 지금 생각도 같다. 보도기능은 통합하는 게 아니라 더 쪼개야 한다. 예를 들어 산청군 MBC라디오, 함양군 MBC라디오. 이렇게 더 쪼개는 게 지역방송으로서 역할을 하기 위해 필요하다. 뻔히 미래가 보이는데 통합에 찬성할 수 없었다. 그래서 전 사원들이 회의를 해서 반대하게 됐다. 노조위원장이자 비대위원장이었기에 투쟁의 선봉에 섰다.”

- 당시 해직된 구체적 이유가 무엇인가.

“당시 겸임사장으로 김종국 사장이 왔다. 진주MBC 사람들은 그를 사장으로 인정할 수 없었고, 출근을 저지했다. 99일 동안 김종국 사장은 진주MBC에 한 번도 들어오지 못했다. 그런 여러 가지 이유들, 통합이 결정돼 통합작업이 진행되는데 그에 반대해 해고됐던 것 같다. 그런데 촛불 이후 나오는 각종 문건들을 보니 그것만은 아니었던 것 같다. 국정원이 진행한 MBC 민영화 작업에 의한 것 아니었을까 싶다. 아무튼 그렇게 해고가 됐는데 내가 했던 일을 후회하지 않는다. 할 일을 했다. 물론 통합을 막지 못 했지만. 당시 34만 명의 진주시민 가운데 6만 명이 우리의 투쟁을 지지해줬다. 감사할 따름이다.”

- 재입사 형식으로 복직을 하셨다. 부당한 대우는 없었나.

“그때 당시 해고된 사람이 서울에 7명, 그리고 나까지 8명이었다. 이근행 위원장과 내가 제일 먼저 해고됐다. 김재철 사장이 2012년에 그런 얘기를 했다. 해고된 사람들을 책임지고 복직시키겠다. 2012년 12월 31일 부로 이근행 위원장과 나를 재입사를 시켰다. 경력직으로. 그런데 우리는 김재철의 이러한 행동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 받아들이면 이제까지 우리가 싸워왔던 의미가 허상이 된다고 믿었다. 하지만 당시 노조가 힘들었다. 우리 임금보전도 해 줘야 하고. 언론탄압 과정에서 힘들기도 했고. 노조에서 결정을 했다. 다시 회사에 들어와 달라고. 우리는 조합원이기에 그 결정에 따라야 했다. 그래서 이근행 위원장과 의논해 재입사했다. 원직 복귀는 안 됐다. 복직(재입사) 명령을 받고 언론노조에 1년간 파견을 갔다가 돌아와서 MD를 맡았다, 불과 며칠 전까지. MD는 내 전문분야가 아니다. 부당하다고 생각했지만 항변할 데가 없었다. 그래서 묵묵히 그 일을 해 왔다.”

- 해직된 날짜, 재입사한 날짜를 기억하나.

“2010년 7월26일 아니면 28일 해직된 것 같다. 2013년 1월1일 재입사했고.”

- 2년 6개월간 뭘 했나.

“전국언론노조 MBC본부에 수석부위원장으로 있었다. 당시 MBC 앞에 가면 정대균 해고 며칠, 이렇게 써 있었다. 그런데 나는 해고자라는 생각을 해 본적이 없다. 나는 해고당할 이유가 없었으니까. 정당한 일을 했기 때문에. 그래서 해고됐을 때 어떤 생각을 했냐면 할 말이 없다. MBC본부 수석부위원장으로서의 일에 충실했던 기간이었다. ”

- 경제적으로 힘들지 않았나.

“노조에서 임금보전을 해 줘서 그렇게 힘들지 않았다. 집사람이 용돈을 주긴 했다. 맞벌이를 하고 있는데 100만 원씩 용돈을 한 3번 받은 것 같다. 30년 살면서 돈을 받아본 건 처음인 것 같다(웃음). 어쨌든 해고자라 생각하지 않고 살았다”

- 진주MBC 부활에 대한 기대가 있다. 계획이 있나. 아니면 서부경남에 대한 인력을 확충한다든가. 뭐 이런 것들.

“MBC경남 전체의 위상이 많이 낮아졌다. 보도, 방송기능도 저하됐다. 전국적인 현상이다. 다양한 매체가 생겼지 않나. 종편이 약진하고 있고. 특히 서부경남의 경우 케이블 방송이 MBC가 없어진 틈새를 장악했다. 서부경남은 MBC를 잊은 것 같다. MBC경남을 분리하기는 힘들 것 같다. 동부경남과 서부경남이 ‘윈-윈’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우선 서부경남의 보도기능을 복원시킬 것이다. 과거에는 서부경남에서 언론사, 방송사의 신뢰도를 조사하면 진주MBC가 단연 1등이었다. 지금은 아마 꼴찌가 나올 것 같다. 방송에 대한 개인적인 생각은 그렇다. 사장 취임 뒤 국장 책임제를 도입하되 결과에 대한 책임을 묻겠다. 시사프로그램이나 여러 가지를 해서 지역 속으로 들어갈 수 있는, 지역민이 체감할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 나 혼자 방송정책을 결정할 수는 없지만, 사원들과 논의해 시청자들이 MBC경남이 달라지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는 걸 체감토록 하겠다. 구체적인 것은 사원들과 논의해 밝히겠다”

- 인력을 확충하거나 방송시간을 서부경남에 배분하는 방법 등이 있는데, 이 부분도 차후에 밝힐 것인가.

“지역MBC가 근 10년간 사람을 뽑지 않았다. 앞으로 정년퇴임할 사람들도 적지 않다. 그래서 인력이 부족하다. 구체적인 계획은 다음에 밝히겠다.”

▲ 정대균 MBC경남 사장 내정자

- 말씀하신대로 MBC에 대한 신뢰도가 바닥이다. 시청률도 예전 같지 않다. 무너진 신뢰를 회복하는 게 필요한데 어떻게 할 생각인가. 또 신뢰를 회복하는 데 얼마의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보는가.

“MBC나 이런 네트워크 방송은 본사 신뢰도가 중요하다. MBC 본사가 신뢰를 찾아가고 있고, MBC경남도 그런 과정들이 필요하다. 신뢰도 회복, 어렵게 생각하면 어렵지만 간단한 방법이 있다. 시청자 곁에서 시청자가 체감할 수 있는 방송을 하는 것. 그리고 일방적 방송이 아닌 사회적 약자들이 공감할 수 있는 방송. 중요한 건 지역 현안들에 어떻게 접근하느냐이다. 좋은 말이 있다. ‘만나면 좋은 친구 MBC', 지역민들에게 신뢰받는, 공정한 MBC경남을 만드는 데 최선을 다할 계획이다. 제일 먼저 뉴스가 달라져야 할 거다. 기존 방식보다 사회적 약자를 위한 방식으로, 시사 프로그램도 확충하고 변화를 줘야 할 거다. 회복하는 기간은 적어도 올해 말까지는 봐야 한다고 본다. 최대한 앞당길 것이지만 그렇다고 서두르지는 않겠다. 하나하나 만들어가겠다”

- MBC정상화라는 말을 한다. 비정상적인 상황이 지난 10여년이었다면, 비정상화 이전에 MBC는 어떤 조직이었나. 진주MBC를 기준으로 두고 비정상화되기 전에 MBC가 했던 일들, 자랑스러운 일들에는 어떤 것이 있나.

“MBC는 방송에 자율성이 강조되던 곳이었다. 위에서 개입하지 않고 기자와 PD가 자유롭게 취재하고 책임지는 곳이었다. 언젠가부터 그게 무너졌다. 위에서 간섭하고, 통제하니 제대로 된 방송이 되지 않았다. 신중한데, 내가 마산MBC를 평가하기는 적합하지 않다. 진주MBC는 과거 통합하기 전에 그래도 사회적 약자를 대변했다. 소외계층 사람들에게 접근하는 방식이 좋았다. 호응도 많이 받았고. 당시에는 시민들의 제보가 많았다. 지금은 그렇지 않다. 제보가 곧 신뢰도를 보여주는 거지 않나. 앞으로 제보를 받는, 신뢰받는 언론이 됐으면 좋겠다. 과거 진주MBC처럼. 과거 진주MBC의 모습을 되살려 가려 한다. 자유로운 언론. 내가 강제하지는 않겠지만 기자들도 그걸 바랄 거다.”

- ‘MBC경남은 자유로운 곳이었다.’는 내부적인 이야기다. 독자들에게 이보다 중요한 건 “예전에 진주MBC가 있을 때 이런 것들을 취재했지. 문제를 해결했지.”와 같은 느낌 아니겠나. 독자들이 진주MBC의 소중함을 느낄 수 있도록 하는 그런 사례들은 없나.

“90년대 초반일 건데, '보도기획'이라는 프로그램이 있었다. 지금은 퇴직한 모 선배(기자)가 했던 건데 그 때는 형평운동, 우루과이라운드 이런 것들, 서울에서는 할 수 없는 걸 우리가 했다. 취재기자 1명과 카메라 기자 2명, 아주 적은 인원으로. 그때는 CG도 없었다. 카메라 기자들이 배워서 했다. 가끔 그걸 보면 이건 진주MBC만 할 수 있었던 것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보도기획을 하면서 다른 곳에서 접근하기 어려운 일들을 많이 했다. 다른 프로그램들도. 연세가 꽤 드신 60대 전후로 해서 기억하시는 분들이 많을 거다. 사회에 뭔가 파장을 느낄 수 있는 이런 시사 프로그램을 꼭 하나 만들고 싶다.”

- 이 프로그램의 정식 명칭이 무엇이었나.

“진주MBC보도기획'이라는 큰 타이틀이 나가고 소제목, ‘우루과이라운드, 농촌을 살려야 한다’, ‘전교조 1년, 참교육’ 이런 식으로 나갔었다. 나도 그 프로그램에 합류했는데 일주일에 보통 3일 밤샘을 했다. 주말도 없이 일했지만 힘든지 몰랐다. 그만큼 보람이 있었으니까. 시민들의 격려도 많았고 했다. '노동과 자본' 시리즈가 기억난다. 정진상, 장상환 교수님 인터뷰를 그 때 많이 했다. "한국사회의 이해' 사건 때 두 분이 검찰에 잡혀가고 학생들이 뒤에서 따라오던 것, 또 전교조 선생님 취재하면서 그들이 출근투쟁할 때 학생들이 창문으로 그 모습을 보던 게 생각난다. 눈물이 났었다. 지금도 그 선생님들 가끔씩 연락하고 만난다(웃음)”

▲ 정대균 MBC경남 사장 내정자

- 적폐세력과 부역자들을 청산하겠다고 지난 파업기간 주장했다. 어떻게 청산할 것인지 궁금하다.

“어려운 문제다. 내부에 분명 부역자들이 있다. 그냥 방치해서는 MBC정상화가 불가능하다. 그들에게 기회를 줄 거다. 기회를 줘서 거듭날 수 있으면 한 배를 타고 가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대가를 치러야 할 거다. 그렇다고 해고를 하거나 비정상화됐던 시절 MBC 임원들이 사용했던 방법은 쓰지 않겠다. 구체적 방안을 마련하겠다. 신조가 하나 있다. 일제청산을 못해서 우리사회가 이렇게 힘들다는 것이다. 그래서 문제가 생기면 그때그때 청산해야 한다고 본다. 청산하는 방식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말하기 힘들지만, 이들을 청산해야 MBC경남의 정상화를 앞당길 수 있다고 본다.”

- 그 과정에 갈등도 생길 것인데?

“분명 갈등도 있겠지만 합리적인 소통과 대화로 해결하겠다. 갈등 없이 부역자 청산은 어렵다. 최대한 갈등을 소통으로 풀겠다. 이해시킬 수 있는 것은 최대한 이해시키겠다. 그럼에도 부역자들이 반발하면 응분의 조치를 취할 것이다”

- 언론지형이 많이 변했다. 라디오, TV에서 포털과 SNS로 뉴스 공급의 역할이 넘어갔다. 앞으로 여기에는 어떻게 대처할 셈인가.

“요즘 20-30대는 뉴스를 TV로 안 본다고 들었다. 포털이나 이런 걸로 뉴스를 본다고. 얼마 전 사장에 내정되고 서울에서 교육을 받았다. 지역MBC 중에 목포, 대구, 여수 이런 곳은 바뀐 언론지형에 빠르게 대처하고 있다. 앞으로 지상파가 이 문제를 극복하지 못하면 송신소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 사장으로 취임하면 그 분야에 전문성을 가진 외부 인사를 영입하고, 내부의 기자와 PD도 함께하는 조직을 만들려고 한다. 우리 뉴스를 휴대폰 등으로도 마음껏 보게 할 거다. 이건 사장으로 내정되기 전부터 생각했던 거다. 지금은 정규시간 TV뉴스만으로는 절대 안 된다는 이야기에 공감한다. 기자, PD들도 이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취재하고 보도하는 게 끝이 아니라 기사를 유튜브 등에 올려서 반응을 관찰할 필요도 있다.”

- 지역민이 정대균 사장 내정자에게 거는 기대가 크다. 지역민들에게 앞으로 어떤 사장이 될 것인지, 또 MBC경남을 어떻게 꾸려나갈 것인지 말해 달라.

“일단 경남의 시청자들께 감사의 인사를 드리고 싶다. 이런 MBC를 기다려 주고 지켜봐 주신 것에. 취약해진 MBC조직을 재건해 보겠다. 지켜봐 달라. 향간에는 내가 사장이 되면 ‘피바람이 분다.’, ‘너무 강성이다.’ ‘MBC경남이 정상화되겠냐’ 이런 우려들이 있는 걸로 안다. 나는 그런 강성론자가 아니다. 합리적인 사람이라 자평한다. MBC경남의 방송이나 경영 등 모든 부분을 한 걸음 더 나아가게 하는 사장이 되겠다. 임기가 3년이다. 1년 후 그만둘 지, 2년 후 그만둘 지는 모르겠지만 이 회사를 떠날 때 후배들로부터 박수 받고 싶다. 정대균에게 별 기대도 안 했는데 사장하더니 이런 걸 해놨다는 이야기를 듣고 싶다. 초심을 잃지 않겠다. 지켜봐 달라. 또 MBC경남이 잘못하는 것이 있으면 홈페이지나 전화로 언제든지 질타해 달라. 격려도 해주셨으면 한다. 부탁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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