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시장은 몰락했다"

설 명절을 앞두고 있지만 진주 중앙시장 상인들은 발길이 뜸한 손님과 얼어붙은 경기에 한숨을 쉬고 있다. 설 명절을 사흘 앞둔 13일 둘러본 중앙시장은 평소에 비해 붐볐지만 상인들은 “예전에는 설 명절을 앞두고 사람들이 너무 붐벼 사고가 나기도 했었는데 지금은 손님 수가 3분의 1도 되지 않는 것 같다”며 “대목이 대목이 아닌 것 같다”는 입장이다.

중앙시장에서 10여년 간 생선을 팔아왔다는 도매업자 박민호 씨는 변해가는 전통시장의 풍경과 한계 등을 지적했다. 박 씨는 이날 “새벽 1시에 나와 이 시간까지(오후 4시경) 일하고 있는데, 이렇게 일해도 시급으로 따지면 최저임금도 못 버는 수준”이라며 “5~6년 전만해도 대목이면 하루 5천만 원의 매출을 올리기도 했는데 지금은 하루 몇 백만 원 치를 팔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매출이 적으니 한 달에 순수입도 2백만 원 선에 그친다. 도매만으로 도무지 안 되니 소매도 병행하고 있는데 힘든 것은 마찬가지”라며 “진주만큼 전통시장이 노후화되고 또 몰락한 곳이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정치하는 사람들이 전통시장을 살린다고 하는데 가능할까 싶다”며 “현대화하려고 해도 상점세입자와 건물주의 이해가 다르고, 젊은 상인과 나이든 상인의 처지가 달라 그렇게 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 명절을 앞둔 지난 13일 중앙시장

중앙시장에서 분식을 팔고 있는 정순덕 씨의 입장도 크게 다르지 않다. 정 씨는 “매일 나와서 오뎅이랑 튀김을 파는데 한 달 일해도 용돈하고 생활유지나 할 정도의 돈 밖에 되지 않는다”며 “그래도 놀면 뭐하나 싶어 나오긴 하는데 그냥 자리나 지키고 있는 거나 마찬가지”라고 밝혔다.

최저임금이 올랐는데 그래도 손님들 지갑이 좀 열리지 않느냔 물음에는 “옛날 같으면 이런 날 손님이 붐벼 사람이 다치고 할 정도였는데, 지금은 그렇지 않다”며 “전통시장에서 일하는 건 대체로 노인들이고, 그 사람들이 버는 돈이라는 게 인건비 수준밖에 안 된다”며 한숨을 쉬었다. 이외에도 야채나 고기, 떡, 속옷, 여성복 등을 파는 상인들은 모두 전통시장의 몰락과 얼어붙은 경기를 걱정했다.

한편 이날 설을 맞아 다양한 정치인들이 중앙시장을 방문했다. 중앙시장에서 야채를 팔고 있는 유영선 씨는 이에 “전통시장 활성화니 뭐니 약속하고 하는데 뭐 그렇게 달라지겠냐”며 “그냥 와서 명함주고 손이나 한 번 잡고 가는거지 뭐. 전형적인 설 민심 잡기 아니겠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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