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공예가 박민철 씨 인터뷰

<단디뉴스>는 진주에서 활동하는 문화예술인을 소개하는 기획을 하고 있다. 큰 유명세를 떨치고 있지는 않아도 지역에서 묵묵히 문화예술활동을 하는 사람을 찾아 작품 세계와 생각을 듣는 것이 기획의도이다. 이번에는 공예 분야이다. 목공예 기법은 '짜임'이 전부라며, 우리 인생도 짜맞춤의 자세가 중요하다는 젊은 목공예가 박민철 씨를 만났다.

▲ 목공예가 박민철 씨

▲젊은 목공예가로 소개받았다. 시작이 궁금하다.

대학에서 건축을 전공했다. 어릴 때부터 만드는 것을 좋아했다. 아버지께서 조경 일을 하셔서 나무 작업 하시는 걸 보고 자랐다. 보고 자란 영향이 큰 것 같다. 건축과를 졸업하자마자 개인 공간을 마련해 그때부터 공예 작업을 했다. 15년 정도 된 것 같다.

▲건축과에서 공예 분야로 진로가 이어지나

(나와 같은 경우는) 거의 없다. 보통은 설계 사무소에 간다. 건축도 여러 분야가 있지만 설계 전공은 대부분 설계 사무소에서 일한다. 제가 공예 분야로 온 제일 큰 이유가 여기 있다. 건축이라는 건 분야가 넓다. 혼자 뭔가 이뤄 내기 힘든 부분이 많다. 즉각적으로 작업을 해서 결과물을 얻기 힘든 게 건축 쪽이다. 공예의 매력은 내가 생각했던 것을 지체 없이 바로 만들 수 있다. 그런 결과물들이 즉각 나타나는 것이 흥미롭다.

▲목공예의 매력에 대해 좀 더 알려 달라

나무다. 나무 그 자체가 전부다. 사람도 얼굴 다르고, 성격 다르듯이 나무라는 재료 자체도 정말 다르다. 예를 들어 같은 수종의 느티나무라 해도 무늬와 색 그리고 형태가 각각 다르다. 그래서 작업할 때마다 늘 새로운 작업을 하는 기분이다. 사람도 한 사람만 만난다 생각하면 얼마나 인생이 지루해지나. 모습과 성향이 다른 사람과 함께 사는 게 우리 인생이듯, 변화하는 다양한 나무들과 함께 일하는 것이 즐겁다. 늘 새로운 재료를 가지고 내가 표현하고 싶은 작품을 만들 수 있다는 점이 큰 매력이다.

▲ 나무를 깎는 작업을 하고 있다.
▲ 나무를 태워 마감작업을 하고 있다.

▲나무를 고르는 능력이 탁월하겠다

배워야 한다. 지식 없이는 나무를 알 수 없다. 누구나 나무속은 알 수가 없다. 어느 정도 경험이 쌓이면 짐작만 할 뿐이다. 우리나라가 아무리 금수강산 좋다 하지만 땅도 작고 나무가 살기에 열악한 환경이다. 요즘은 시중에 목재상이 많다. 그리고 수입목도 많다. 하지만 우리 자연에서 직접 얻은 나무와 분명한 차이가 난다. 나무라는 재료에 대해 겸손하게 배우는 자세가 중요하다.

▲어떤 나무를 주로 쓰나

사람마다 선호하는 나무가 다르다. 작가 본인만의 취향과 기준이 있다. 우리나라 나무라면 주로 소나무를 떠올린다. 소나무는 송진 때문에 제작하는 데 어려움이 많다. 나는 주로 느티나무, 참죽나무, 감나무 등 활엽수를 주로 쓴다. 단단한 나무를 많이 사용한다. 단단한 나무는 자체의 고유한 색감이 있다. 무늬 자체가 아름다워 뭔가를 노력하지 않아도 표현되는 아름다움이 있다.

▲진주시에서 전통공예 발전을 자평하고 있다.

나중에 결과가 어찌될지 모르겠지만, 진주시가 의지가 있는 건 사실이다. 준비과정이야 일반 시민으로 알기 어렵지만, 공예 쪽에 투자는 분명 있다. 시에서는 공예품 개발을 장려하기 위해 장려금이 나온다. 십여 년 지속해서 하고 있다. 긍정적이라 생각된다. 평가도 좋다. 월아산 우드랜드는 아이들을 위한 숲과 목재 체험 등이 주로 이뤄진다. 또한 올 여름 명석에 진주목공예전수관이 개관한다. 성인들이 여기서 목공예를 배울 수 있다. 목공예와 관련해서 체험과 교육, 전시가 이뤄지는 공간이 생긴다는 자체가 기쁜 일이다.

▲작업 기법이 궁금하다.

목공예의 기법들은 수백 년 전 기법을 현대에도 그대로 쓰고 있다. 변화된 게 없다. 우리 선조들의 기법이 지금 그대로 사용되고 있다. 신기하게도 크게 개발된 것이 없다. 기법은 단 한 가지다. 바로 ‘짜임’이다. ‘재료와 재료를 물려라’ 그것이 핵심이다. 재료와 재료 그 자체만 물게 되면 더 이상 추가적으로 작업할 것이 없다. 물론 현대에 와서 못, 접착제와 같은 도구를 쓰지만, 기본은 항상 서로 ‘짜맞춤’이다. 짜맞춤 기법은 현대공예를 하나 전통공예를 하나 변함이 없는 원칙이다. 그게 기본이 되고, 나머지들은 모두 부수적인 것들이다. 제 작품도 모두 전통 방식인 짜맞춤이다.

▲'짜임'이라는 말이 신선하다.

짜임을 통해 재료와 재료가 만나 더 튼튼한 작품이 된다. 우리 인생도 '짜임'이 중요하다고 본다. 겉으로 보이는 모양새로 삶을 구성하면 쉽게 무너진다. 자신의 삶에 있어 중요한 가치들을 견실하게 짜내는 것이 필요하다 본다.

▲ '짜임'의 원리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주로 어떤 작품을 만드나

좌식 생활에 필요한 좌탁을 만든다. 차 마실 때 필요한 찻상을 만든다. 공예 쪽 작품도 무궁무진하다. 주로 제 주변 환경과 맞게 작품을 만드는 것 같다. 부모님께서 차를 즐겨 마셨다. 스스로 필요한 것들을 만들다 보니 차와 관련된 작품들이 계속 나오는 것 같다.

▲작품에 대한 일반의 평이 좋은 편이다.

아직은 아니다. 그래도 약간의 특징은 있다. 나는 색깔을 잘 안 입힌다. 작품에 자연색을 입히고자 한다. 사람들은 이렇게 요구한다. ‘자연스럽게 만들어주세요’ 자연이라는 것은 상당히 어렵다. 내가 내린 결론은 재료 그 자체의 표현 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흰색 나무를 고급스럽게 보이려고 빨간색을 칠하지 않는다. 나무 본연의 색과 무늬를 최대한 끌어내야 한다. 그게 재료를 가지고 작품을 만드는 기본적인 생각이다. 사람들은 그런 부분을 알고, 인정해주시는 것 같다. ‘나무 그대로를 드러내 보여 준다’는 평가는 반갑다.

▲개인전을 열면 좋겠다.

요즘은 개인전을 누구나 많이 한다. 작품 몇 점 놓고도 하긴 한다. 십년 넘게 작품 활동을 했지만 개인 전시는 아직 안 했다. 앞으로도 당분간은 전시회를 열 생각이 없다. 일단 주변에 삼십년 넘게 작품활동 하신 분에 비해 나는 부족하다. 무엇보다 나만의 작품의 색을 아직도 찾지 못했다고 생각된다. 사람들은 제 작품을 보고 좋다 하지만 스스로는 아직 아니라고 본다. 내 혼이 묻어 있는 작품들로 구성된다면 개인전을 열 수도 있다. 이삼십년은 걸릴 수 있다. 나는 아직 작품에 철학이 담길 정도의 수준까지는 올라오지 못했다.

▲앞으로 계획은

앞서 말한 대로 나만의 작품색을 찾는 노력을 계속 할 것이다. 작품에 나만의 철학을 담겠다. 혼을 담은 작품을 가지고 개인전을 열겠다. 그리고 덧붙이자면 문화는 전달돼야 발전한다. 중개자 역할을 해야 함이 마땅하다. 우리 전통문화의 가치들을 후세에게 연결시켜주는 역할도 기회가 되면 하고 싶다.

▲ 박민철 작품_ 느티나무 찻상
▲ 박민철 작품_ 참죽나무 그릇
▲ 박민철 작품_ 차(茶) 도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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