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응원단 등 사생활 침해한 일부 언론의 사과를 촉구한다.

인권문제가 날이 갈수록 중요하게 부각되고 있다. 2006년 3월 15일 UN총회는 유엔 경제사회이사회의 기능위원회 가운데 하나이던 유엔 인권위원회를 인권이사회로 승격시키며 국제사회가 인권문제에 관심을 더 둘 것을 결의했다. 당시 UN 사무총장이던 코피 아난은 “인권 분야에서의 유엔 활동에 새로운 시대가 열렸다”고 선언하며 인권문제에 국제사회가 소홀하지 않을 것임을 다짐했다. 국내에서도 2001년 5월 ‘국가인권위원회법’이 제정되고, 같은 해 11월25일 국가인권위원회가 출범했다. 인권위는 출범 이후 다양한 역할을 해 오고 있다.

하지만 차별금지법 제정이 차일피일 미루어지고 있고, 성소수자나 여성, 다문화 가정과 장애인 등에 대한 혐오가 지속되고 있는 걸 보면 우리 이웃의 인권을 보장하기 위한 사회적 노력은 여전히 부족하다.

인간이 인간을 혐오하는 현상이 지속되고, 타인의 인권을 침해하는 상황에 언론의 책임도 적지 않다. 언론의 보도가 피하주사와 같이 시민들에게 즉각적인 영향을 준다는 피하주사 이론, 언론의 메시지가 수용자를 변화시키고 행위를 촉발시킨다는 마법의 탄환 이론 등이 이를 증명한다. 우리 사회의 인권의식이 미비하다는 것은 그만큼 언론이 제 역할을 하지 못 했음을 보여준다. 언론은 평소 그들이 우리 사회에 얼마나 큰 영향을 주는지 강조하며 너스레를 떨어왔지 않던가. 그렇다면 사회 전반에서 특정 문제가 지속될 때 이에 대한 책임 또한 느껴야 한다. 그런데 우리 언론의 모습은 그렇지 않다. 본인들의 힘을 과시하면서도 그 힘이 잘못 쓰일 때 그에 대한 책임은 느끼지 않는다.

▲ 김순종 기자

그런 언론들이 또 한 번 반인권적 보도를 이어가며 사회에 해악의 장막을 드리우고 있다. 평창올림픽에 참여하기 위해 이 땅을 방문한 북한 응원단, 예술단과 관련된 보도에서다. 지난 7일 <연합뉴스>는 북한 응원단이 휴게소 화장실 칸 앞에서 기다리는 모습을 보도해 사생활 침해라는 비판을 받았다. <티브이 조선>은 지난 10일 북한 여성단원들이 숙소에서 티브이를 시청하는 모습 등을 담아 ‘[단독] 북한 응원단, 숙소에서 남한 방송 시청’이라는 제하의 기사를 보도했다. 이 영상은 그들의 동의 없이 건물 밖에서 창문 틈 사이로 촬영한 것이라 문제가 됐다. 이 외에도 일부 언론은 북한 응원단, 예술단 단원들의 외모에 주목하며 ‘선정적 보도’를 이어갔다.

시민들은 이에 분노하길 망설이지 않는다. ‘실수는 언론이 하고 부끄러움은 왜 국민들의 몫이 되어야 하는가’와 같은 말들, 혹은 ‘수준 이하이니 기레기 소리를 듣는 거다’, ‘쓰레기 생각에, 쓰레기 행동’과 같은 비판의 목소리가 SNS와 포털 사이트에 줄지어 이어진다. 이러한 시민들의 반응에 일부 언론은 부끄러움을 느끼고 반성해야 한다.

북한이 이 문제에 침묵하고 있기에 망정이지 경우에 따라 이는 외교적 문제로 비화될 수도 있었다. 이미 일부 외신기자들은 우리 언론의 이러한 보도행태를 비판하는 글을 썼다. 한민족이 화해와 평화를 이야기하며 만나는 자리에서 언론의 이러한 모습은 그 의미를 일거에 후퇴시킬 수 있는 기제이기도 했다.

언론은 세상과 사람을 잇는 통로다. 이 통로에 불순물이 첨가되면 세상과 사람 모두에게 나쁜 영향을 미친다. 이 때문에 언론보도의 공정성과 객관성이 요구되는 것이며, 선정적 보도는 비판의 대상이 된다.

북한 응원단, 예술단 단원들과 관련한 선정적 보도, 인권침해적 보도를 쏟아낸 일부 언론사에게 묻지 않을 수 없다. 당신들은 언론의 역할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이번 북한 응원단, 예술단에 대한 보도는 우리 사회에 어떠한 영향을 주었나. 민족화해를 위해 파견된 그들의 인권을 유린하는 언론이 민족화해를 언급할 자격은 있을까. 더구나 인권의 가치가 강조되는 이 때, 세상의 흐름에 누구보다 예민하다는 언론은 그에 걸맞게 바뀌어가고 있는가.

펜은 양날의 검이다.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그 결과가 사회에 해악을 미칠 수도 좋은 영향을 가져다 줄 수도 있다. 연합뉴스 등의 이번 보도는 우리 사회에 해악의 칼날을 드리운 것이 분명하다. 그들의 공식적인 사과를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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