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엄마들이 말하는 '세진모' 그리고 진주

지난 3일 세월호 참사로 자식을 잃은 부모들이 만든 연극단체 ‘노란리본’의 공연이 진주에서 열렸다. 이 연극은 실제 세월호 유가족인 엄마 8명이 주연 배우로 열연했다. 이날 공연장에는 130여명의 관객이 몰려 전석 매진됐다. 관객들은 공연을 보며 흐르는 눈물을 연신 훔쳤다.

이번 연극은 세월호 진실 찾기 진주시민의 모임(이하 세진모)’과 유가족 사이 3년 넘게 이어진 인연으로 성사됐다. 공연이 끝난 뒤 세월호 엄마들은 세진모와 진주시민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그리고 특별했던 진주 공연에 대해 입을 열었다.

가슴 아프지만, 그래도 다시 희망을 얘기하고 싶다는 세월호 엄마들의 말을 <단디뉴스>가 전해드린다.

▲ 연극단체 '노란리본'의 배우인 '세월호 엄마들'

# “별이 된 우리 아이들 곁에 있어줘서 감사합니다”

2학년 3반 예진엄마 박유신 씨

“진주는 안산과 굉장히 멀리 떨어진 곳이다. 세진모 활동이 쉽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다. 특히 우리같이 아픈 사람 곁에 있다는 것 자체가 스스로에게 가혹한 일이다. 모든 걸 감수하면서 4년 가까이 활동해주시는 분들에게 너무 감사하다. 오늘 진주에 와서 연극을 통해 잠시나마 웃음을 드려 보답했다니 기쁘다. 연극을 하면서 주변에 안 보이던 이웃을 보게 되었다. 처음엔 그분들의 손길이 진심으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제 아픔이 너무 컸기 때문이다. 너무 억울하고 억울했다. ‘어떻게 내 마음을 알까’ 이런 생각이 있었다. 하지만 저희 공연에 이렇게 많이 와주시는 진주 시민을 보면서 ‘고마운 이웃이 참 많다’라는 생각을 또 하게 된다. 세진모는 지금까지도 함께 해주시는 고마운 이웃이다. 별이 된 우리 아이들 곁에 있어줘서 감사하다.”

# “아들 잘 둬서 진주까지 여행 와봅니다”

2학년 6반 영만엄마 이미경 씨

“저는 충청도 사람이라 진주와 같은 남쪽 지역을 가본 적이 없다. 지금 이렇게 여행 다니는 것은 우리 아들 덕분이라 생각된다. 아들 잘 둬서 안 가본 도시 없이 이렇게 연극하며 다니고 있다. 연극은 사실 할 때마다 힘이 든다. 대사 한마디 뱉을 때 마다 아들 생각에 눈물이 절로 난다. 연극 중간에 제가 랩을 하는 부분이 있다. 처음엔 너무 어색했고, 부끄러웠다. 하지만 우리 아들이 랩을 너무 좋아했다. 그래서 랩을 할 때마다 아들로 빙의돼서 그렇게 한다. 진주로 여행도 오고, 랩도 하고 모든 게 우리 아들 덕분이다. 그리고 우리를 초대한 세진모와 진주시민 덕분이다”

# “진주시민 보면서 한걸음 세상에 발을 딛을 수 있는 힘을 얻습니다”

- 수인 엄마 김명임 씨

“우리에게 따뜻한 마음을 주신 분들에게 뭔가를 보답하고 싶었다. 하지만 방법은 생각이 안 났다. 연극을 통해 조금은 되돌려 드릴 수 있는 계기가 생긴 것 같아 다행이다. 시간이 많이 걸렸다. 아직도 애들 보러 가고 싶은 마음이 크다. 그래도 연극을 하면서 아직 세상에 남아 살아가야 할 이유를 찾은 것 같다. 지금까지는 주변을 돌아볼 여유가 없었다. 너무 큰 슬픔 앞에서 어쩔 수 없었다. 이제는 고마운 이웃이 조금씩 보인다. 나부터 고통 받는 다른 사람을 둘러보겠다. 오늘 진주 시민을 보면서 또 한걸음 세상에 발을 딛을 수 있는 힘을 얻었다.”

# “소중한 인연을 만들어 주셔서 고맙습니다”

- 2학년 4반 동혁엄마 김성실 씨

“오늘 아침 진주로 오는 길에 조금 특별한 경험을 했다. 분향소에 모여 함께 진주로 내려가기로 했다. 우리 집에서 분향소 가는 버스 교통편이 애매해 콜택시를 불렀다. 이날따라 이상하게 콜택시가 빨리 왔다. 아무 말 안하고 반 쯤 갔는데 택시 기사님이 ‘안전공원 어찌 되가는지 물어 봐도 되냐’고 조심스레 말했다. 갑자기 두려워졌다. 지금까지 택시에서 울면서 내린 적이 많았다. 분향소에 가자고 하면 대놓고 ‘공원을 납골당으로 만든다’, ‘유가족이 돈을 달라고 했다’는 식으로 말을 하시는 기사 분들이 많았다. 하지만 이분은 조심스레 안전공원이 언제 해결 되냐고 물었다. 택시기사는 합동분향소가 목적지에 찍혀서 자기가 재빨리 콜을 눌렀다고 했다. 너무 미안해 태워 드리고 싶었다고 했다. 끝내 차비는 안 받으셨다. 택시기사가 힘내고 응원하고 있다고 했다. 꼭 아이들이 놀던 이곳에 안전공원이 들어와야 한다고 말했다. 무슨 납골당이냐고, 우리 같은 사람이 많으니 힘내라고 전했다. 그 기사님 말씀 듣고 그동안 너무 피해 다녔다는 생각에 죄스럽기만 했다. 이런 택시기사와 같은 분들이 진주에는 너무 많다. 지난번 합창단으로 왔을 때도 진주 시민들이 너무 포근하고 좋았다. 진주로 오는 날들마다 나에겐 특별한 하루였다. 생각지도 못한 우연과 소중한 인연을 만들어 주신 세진모가 너무 고맙다"

▲ 이날 공연장에는 130여명의 관객이 몰렸다. 빈자리 없이 전석이 관객으로 가득찼다.
▲ 세월호 엄마와 세진모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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