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우리는 그것을 즐긴다.

맛은 뇌의 판단이다.

단맛을 내는 것은 에너지가 풍부하고 무독하기 때문에 대부분의 동물들이 좋아한다. 젓갈이나 홍어요리 같은 발효음식은 처음에는 대부분 역겨워 하다가 몇 번 반복하여 먹다보면 즐기게 된다. 역겨움을 극복하는 감칠맛을 찾아내기 때문이다. 아이들은 어른이 될 때까지 먹지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쓴맛은 대부분 식물이 동물로부터 스스로를 방어하기 위하여 만들어 낸 독성물질이다. 생리적 활성이 강하고 격렬하기 때문에 독성을 나타낸다. 일부는 이런 강렬한 생리활성을 이용해 약으로 사용하기도 한다. 약이냐 독이냐는 용량에 의해 결정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 황규민 약사

그래서 대부분 쓴맛에 대해서는 진화적 선택에 의해 유전적으로 싫어하게 되어 있다. 어린이들이 쓴맛 채소를 싫어하는 것은 어쩔수 없는 것이다. 어른이 되면 대부분 입맛이 변하는데 어른이 되어도 몇몇 식재료를 끝까지 싫어하는 경우도 있다.

우리가 음식으로 사용하는 채소는 이런 쓴맛이나 생리활성 작용이 약한 것이 선택된 것이며 개량이라는 인위선택 과정을 통해서 더욱더 약화시킨 것이다.

쓴맛을 내는 대표 기호식품은 커피다. 누가 언제부터 커피를 마시기 시작했을까? 이에 대한 이야기는 '목동 칼디의 전설'이 유명하다.

''아주 먼 옛날, 에티오비아 목동 칼디가 빨간 체리 열매를 먹은 염소가 흥분한 상태에서 활발하게 움직이고 밤새도록 자지 않고 활동하는 것을 보았다. 이 열매의 효능을 혼자만 알기 아까웠던 칼디는 열매가 달린 나뭇가지와 함께  열매의 신비한 효능을 평소 알고 지내던 수도사에게 전하였다. 이 열매는 이후 좋아지는 기분, 맑아지는 정신의 효능 때문에 신비의 약으로 비밀리에 수도사들에게 전파되었다.''
이 열매가 커피였다.

커피체리의 과육은 단맛을 내므로 염소가 나뭇잎과 커피열매를 함께 먹는 것은 충분히 있을수 있다. 하지만 과육이 제거된 생두는 딱딱한 껍질로 되어있어 염소가 씹어먹기 곤란하고, 씹지않고 그냥 삼킨다면 소화되지 않고 참외씨처럼 배설될 것이다. 루왁커피를 생각해보면 된다.  

사향고양이는 열매를 삼키면 겉껍질 과육은 소화하는 반면 딱딱한 씨는 그냥 배설한다. 염소 역시 커피열매를 먹었다면 딱딱한 생두는 그냥 배설할 것이다. 그러므로 카페인은 흡수되지 않을 것이므로 커피열매를 먹고 염소들이 흥분했다는 전설은 과학적 사실이 아닐 수도 있다.

전설과 설화는 상징이고 비유이다. 과학이나 팩트가 아닐 수도 있으므로 이것을 시비걸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 아니면 에티오피아 염소는 호두껍질 같은 딱딱한 생두를 깨어먹을 만큼 치아가 튼튼하다고 이해하고 넘어가면 될 일이다.

염소는 나뭇잎과 함께 커피체리를 먹었을 수도 있고, 커피체리 과육의 단맛 때문에 커피열매를 먹었을 수도있다. 하지만 생두 내에 있는 카페인의 쓴맛이나 카페인 중독이라는 학습효과 때문에 일부러 커피열매를 먹지는 않았을 것이다.

커피는 쓰다. 커피가 쓰다는 것은 독성물질이나 강한 생리활성물질이 포함되었다는 뜻이다. 카페인이 그것이다. 카페인은 심장, 방광, 뇌, 혈관에 작용하여 두근거림, 빈뇨, 각성, 불면, 두통, 진통의 약리작용을 나타낸다.

커피의 쓴맛 때문에 처음에는 기피하지만 반복을 통한 안전학습, 쾌감의 기억, 각성 효과의 경험 때문에 사람들은 기호식품으로 이를 애용하고 있다.

기억과 학습이 가능한 인간이기에 가능한 것이다. 나는 오늘 따뜻한 아메리카노 한 잔으로 하루 업무를 시작했다. 내가 아는 누구는 틀림없이 믹스커피 한 잔으로 시작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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