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거짓된 정보를 경계하라." 캐스 R. 선스타인 교수의 <루머>

공론의 장을 통한 자정작용 강화와 '다시 한 번 생각하는' 덕성 길러야 김순종 기자l승인2018.01.17l수정2018.12.26 2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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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함은 미군 잠수정의 오발탄으로 침몰됐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우리가 모르는 곳에 살아있다’, ‘세월호는 박근혜 정부가 고의로 침몰시켰다’

이처럼 사람이나 특정 사건에 대해 확인되지 않은 사실을 주장하는 것을 우리는 ‘루머’라고 말한다. 루머는 SNS의 등장 후 더욱 손쉽게 더 빠른 속도로 퍼져 나가고 있다. 재작년 불거진 ‘가짜뉴스’ 논란도 우리 사회에 루머가 횡행하고 있음을 증명한다.

우리는 루머에 노출된 채 살아간다. 하지만 정작 루머의 위험성은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다. 루머는 경우에 따라 한 개인을 죽음으로 몰아갈 수도 있고, 두 나라 간에 전쟁을 초래할 수도 있다. 가령 미국 지도부가 중국이 그들을 공격할 것이라는 루머를 믿게 될 경우를 가정해 보자. 미국은 자국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중국을 선제타격할 수도 있다. 루머는 이처럼 때론 전쟁을 불러올 만큼 위험하다. 

루머는 사람들의 신념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우리는 어떠한 이야기를 듣게 됐을 때 그 이야기의 진실성 여부를 떠나 자신의 신념에 기초해 그것을 판단한다. 루머가 특정한 집단이나 지역을 대상으로 널리 퍼지는 현상이 이를 증명한다. 가령 ‘최순실 태블릿PC는 조작된 것’이라는 루머가 돌 때, 사람들은 자신의 정치적 성향에 따라 각기 다르게 반응했다. ‘5.18 민주화 운동의 배후에 김대중 전 대통령이 있다’는 루머에도 지역마다 반응이 달랐다.

▲ 캐스 R. 선스타인 교수의 저서 <루머>

캐스 R. 선스타인 하버드대 교수의 저서 <루머>는 루머가 어떻게 발생하고 퍼져 나가는지, 그리고 이를 극복할 수 있는 방안들에는 어떠한 것들이 있는지를 말해준다.

선스타인 교수에 따르면 루머가 진실로 자리 잡는 과정에서 두 가지 현상이 발생한다. ‘사회적 폭포현상’과 ‘집단극단화 현상’이다.

특정한 사안에 대한 입장을 가질 때 우리는 타인의 행동과 말을 그 근거로 삼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현상은 루머가 퍼져나가는 기본원리가 된다. 일단 어느 정도  수의 사람들이 특정 루머를 믿게 되면 다른 사람들도 그것을 신뢰한다. 반면 그 반대편에 선 사람들의 의견은 묵살된다. 소위 ‘침묵의 나선이론’이 발생한다.

그리고 루머를 신뢰하는 사람이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그것을 거짓이라 판별할 수 있게 하는 확실한 이유가 없는 한 사람들은 그 정보를 신뢰하게 된다. 그 신뢰는 마치 눈덩이가 굴러가며 그 크기를 키우듯 커져가며 루머에 진실이라는 표피를 씌운다.

루머가 일단 여러 사람들에게 믿음직한 정보가 되고 나면 그 믿음은 ‘집단 극단화’현상을 통해 더욱 강화된다. 어떠한 사안을 두고 같은 믿음을 지닌 사람들끼리 이야기를 나누게 되면 그 믿음이 더욱 강해지듯이 이들은 나와 다른 누군가가 같은 믿음을 가지고 있다는 판단 하에 그 믿음을 공고화한다.

이때 루머는 어떠한 외부의 자극에도 흔들리지 않는 강력한 힘을 갖게 된다. 지난 ‘황우석 사태’ 때 ‘PD수첩’이 조작된 논문의 진실을 밝혔음에도 많은 사람들이 ‘PD수첩’을 매국노라고 비난했던 것처럼 말이다.

루머는 루머에 그쳐야 한다. 루머가 진실의 표피를 뒤집어쓰고 나타날 때 사람들은 진실을 외면하게 되며 때론 진실을 외면하는 행동들이 우리 사회 전반의 문제로 귀결된다. 언젠가부터 친일행적이 뚜렷한, 일본군 장교로서 독립군을 토벌한 정황이 있는 한 전직 대통령이 민족주의자, 구국의 영웅으로 대접을 받고 있지 않던가.

루머를 진실로 믿게 되는 현상을 방지하려면 공론의 장을 활성화 해 표현의 자유를 극대화시켜야 한다. 공론의 장이 극대화되면 자정작용을 통해 거짓 루머들이 방지된다. SNS는 루머를 유통시키지만, 모순적이게도 루머를 검증해내고 이를 입증하는 장으로도 기능한다. 언젠가부터 잘못된 정보를 담은 기사들이 SNS에서 융단폭격을 맞고 있는 상황이 이를 증명한다. 

한편으로 시민 모두가 성급한 판단을 하기에 앞서 ‘다시 한 번 생각하는’ 자세를 함양해야 할 필요가 있다. ‘다시 생각하는’ 그 덕성은 루머로부터 우리를 보호하고 진실을 가늠하게 하는 갑옷이자 균형추가 될 것이다.

지방선거가 머지 않았다. 온갖 욕망이 우리 사회를 뒤덮기 시작하는 때다. 이와 동시에 잘못된 정보들이 횡행한다. 이 때 필요한 것이 공론의 장을 통한 자정작용과 멈춰서서 다시 한 번 생각하는 시민들의 덕성, 아닐까. 지방선거까지 약 4개월 남았다. 어느 때보다 루머를 견제해야 할 이유는 충분하다.


김순종 기자  how2how2live@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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