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송원가 인상하고, 버스 노동자 불친절 개선해야"

진주시민행동과 공공운수노조 부산경남지역버스지부 등은 16일 경남과학기술대학교 100주년기념관 아트홀에서 ‘시내버스 개선을 위한 시민공감 토론회’를 열고 100여 명의 시민과 함께 올바른 시내버스 개선 방향을 모색했다.

장상환 경상대학교 명예교수는 이날 “시내버스 노선개편 후 불편을 호소하고 있는 시민들이 많은데 이분들의 의견을 듣고 차후 진행될 버스 개선 방향이 어떠해야 하는지 논의하기 위해 이 같은 토론회를 개최했다”며 지난 6월1일 개편된 시내버스노선 문제를 간략히 설명하고 마이크를 시민들에게 넘겼다.

▲ 16일 경남과기대에서 시내버스 개선을 위한 시민공감토론회가 열렸다.

진주여성회 박혜정 회장은 “그간 버스 매니아라고 할 정도로 버스를 좋아했다”고 밝히고는 “하지만 지난 6월 시내버스 개편 후부터 시내버스가 불편해졌다”며 시내버스 노선개편 후 발생한 문제로 △ 버스 간격이 길어져 버스가 안 오는 문제 △ 노선별 버스대수가 적어져 사람이 많이 타고 내리다 보니 이동시간이 길어진 문제 △ 버스앱(app)을 깔아봐도 버스 시간을 정확히 예측할 수 없는 문제 △ 시내버스노선개편 홍보기간이 짧다보니 시민들이 버스노선을 몰라 헤메는 문제 등을 거론했다.

전광재 공공운수노조 부산경남지역버스지부 수석부지부장은 “서울 강남에 파는 햄버거와 진주에 파는 햄버거 가격이 같고 설렁탕 가격 버스비도 동일하다”고 밝히고 서울시내버스 파업 예고 영상을 보여주며 “7%이상 임금인상을 요구하는 서울 시내버스 운전기사의 임금은 3백만 원(기본급 210만원-22일 근무)에 달하는데 진주는 한 달 임금이 230만원에 불과하다”며 차별적 상황을 강조했다.

이어 “김해시 모 업체는 작년에 통상시급이 960원 오르며 노동자들의 임금이 230만 원대에서 270만 원대로 올랐는데 김해시가 재정지원을 해줬기 때문”이라며 “현재 진주시 버스기사 통상임금이 6700만원인데 진주시도 좀 달라져야 하지 않겠냐”고 주장했다. 또한 “이 정도 돈을 받고 시민들에게 서비스를 잘해주기 힘들 것”이라며 “시민들도 이 부분을 알아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전광재 수석지부장은 또한 진주, 서울, 부산 세 도시의 표준운송원가 산정 비교표를 제시하고 “문제는 세도시의 인건비 부분에 큰 차이가 있다”며 “이 정도면 차 한 대를 움직이는데 2천만 원 이상의 금액이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 상황을 바꾸려면 우리가 뭉쳐 상황을 바꿔달라고 요구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류재수 진주시의원은 “진주시가 작년 시내버스 재정보조금을 당초 72억 원으로 예상했다가 추경을 통해 19억 원을 늘린 98억 원을 사용했는데 그 이유는 시내버스 노선 개편이 되며 하루 6천~7천 명 정도의 이용객이 줄었기 때문”이라며 “이는 잘못된 노선 개편 때문인데 진주시장이 이에 대해 사과하며 용역업체나 교통과장 탓을 하는 것은 비겁한 행동”이라고 밝혔다.

이어 “진주의 운송원가는 54만 원으로 인근 부산의 65만원에 비해 낮은 데 이 때문에 노동자들의 경제적 상황이 악화될 수밖에 없다”며 “운송원가를 65만원으로 올려도 시내버스노선 개편 전 수준의 이용객이 확보되면 재정보조금 140억으로 커버가 가능하다. 진주시가 충분히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다”고 밝혔다.

질의응답 시간에도 다양한 문답이 오갔다. 명지대에서 교통공학을 전공하고 있다는 시민 A씨는 “시내버스 노선 개편 후 여러 문제가 발생했지만 시내버스 운전기사의 쉬는 시간이 늘어난 것은 맞다. 그럼에도 운전자들의 서비스는 향상되지 않았고, 이 때문에 시민들은 불편을 제기하고 있다”며 “운송원가를 올린다고 해도 이는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으로 보는데, 운송원가를 올려달라고만 주장할 것이 아니라 이에 준하는 서비스 향상에 대한 구체적 계획이나 약속이 따라야 운송원가 인상에 시민들도 동의할 것으로 본다”고 주장했다.

이에 전광재 공공운수노조 부산경남지역버스지부 수석부위원장은 “그 지적이 적절하다고 본다”며 “이 문제는 시내버스가 생긴 이후 계속된 문제고 토론회 이후로도 계속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버스는 이동수단이며 빨리 이동하길 다들 바라는데 이것은 안전과 반대되는 문제다”며 “안전하게 가려면 상대적으로 느리게 갈 수밖에 없는데 시민들도 불만을 제기하게 될 것이다. 시민들의 인식변환도 필요하다고 본다”고 밝혔다.

전 수석위원장은 “일본을 방문한 적이 있는데 일본 버스 노동자라고 해서 다들 친절한 건 아니나, 일단 불친절하지 않고 안전문제에 대해서는 매우 엄격하다”며 “우리나라에서도 안전문제를 엄격히 다룬 회사가 있었으나 시민들이 이에 반대해 문제가 됐던 바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버스 노동자들이 바뀌어야 하는 건 맞다”며 “인건비 올려주면 바뀌겠다는 약속만 해서는 안 된다. 우리의 사장은 시민들이라는 점을 잊어선 안 된다”고 말했다.

이현흠 삼성교통 노조 지회장은 “늦었지만 달라지려 노력하겠다”며 “나름대로 매번 교육을 통해(14분) 서비스질 향상을 위해 노력하고 있으니 조금만 기다려달라”고 말했다. 이어 “매번 피곤에 쩔어있다보니 버스기사들이 불친절했던 건 사실”이라며 “이 피곤을 덜어내기 위해서라도 좀 더 버스 노동자들의 상황이 개선돼야 할 필요가 있지 않겠냐”고 밝혔다.

삼성교통에서 유일한 여성 버스 노동자라 밝힌 A씨는 “버스 정류장마다 일반 자가용이 다 정차돼 있고, 정류장 크기도 버스 1대 들어갈 수 있는 사이즈 밖에 되지 않는다”며 “이러다보니 버스 정류장 내로 차량을 진입시키기도 힘들고, 차를 넣었다가 빼는데도 위험이 따른다. 시민의 인식 개선과 버스 정류장에 대한 제도 개선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류재수 시의원은 이에 대해 “버스 정류장 길이가 짧다는 것은 진주시도 인정했다”며 “이 문제를 인정했으니 곧 개선되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다.

진주참여연대 심인경 사무처장은 “오래 전부터 버스 관련 토론회는 모두 참여해왔는데, 문제는 버스를 직접 타는 시민들의 이야기가 부족하다”며 “진주시의 버스 전문가인 버스 노동자들에게 버스 문제 해결을 위한 구체적인 대안을 듣지 못했다. 이래서야 되겠냐”고 꼬집었다. 이어 “이후에는 시민들에게 무언가를 이야기하겠다면 버스 노동자들이 우리의 열악한 상황을 이해해달라는 것을 넘어 버스 노동자, 시민들 모두에게 좋은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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