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에서 우리는 새롭거나 구차하거나 비굴한 너와 나를 발견한다"

술은 인류의 역사와 함께 오랜 시간 함께 하며 발전, 변형되어 왔다.

술은 언제나 인간의 곁에 있었고 우리가 태어나기 전에도 있었으며 세상의 모든 종교, 역사서에도 빠짐없이 등장한다.

밥을 먹는 것만큼이나 자연스럽게 마셔온 음식이기에 그 존재의 시작을 궁금해하거나 알아보려는 노력을 하지 않은 것은 오히려 자연스러운 것이었다.

발명은 인간의 삶을 발전시키고 삶의 질이나 방향을 광범위하게 바꾸어 놓는다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다.

한편 발견은 일상에서 소소하게 깨우치며 알아 가는 것으로 삶을 기쁘고 아름답게 만드는 것이 아닐까?

지구상에 존재하는 수많은 술 중에서 몇 개를 제외하면 대부분의 술은 발명이 아니라 발견되어 현재에 전해져 내려오는 것들이다.

처음으로 누가 언제 어떻게 술을 만들었다는 기록은 술이 존재한 이후의 기록들일 뿐, 훈민정음의 창제 원리처럼 술의 시작을 알 수 있는 기록은 없다.

인류가 술을 모르던 시절 열매와 곡식(초근목피) 따위가 자연 상태에서 자연스럽게 부패하게 되고 공기 중의 박테리아가 발효를 도왔을 것이고, 식초가 되었다가 술이 되는 과정이 있었을 것이다. 그것을 모르는 동물들이 발효된 그것을 먹고 기분 좋아하거나 이상행동을 하는 것을 본 인간이 따라 먹게 되면서 처음 술을 접하게 되었으리라 짐작하는 것이다.

▲ 백승대 주점 450 대표

술은 그렇게 우연히 인간에게 발견되고 시간이 지남에 따라 그 제조 방법이 구체적이고 다양해지면서 인류 보편적인 음료가 되고 화폐를 대신하여 노동의 대가가 되기도 하고 신이나 조상과 접할 수 있는 매개체로도 사용되어 왔다. 때로 술은 신분을 상징하기도 하고 세수 확보의 가장 확실한 존재이자 대기근이나 대공황의 시대에는 제조, 판매가 권력에 의해 통제되고 관리되기도 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느 시대를 불문하고 술은 지위의 높고 낮음이 없으며 지역과 인종을 가르지 않고 다양한 모습으로 인간과 함께 있었다.

세상에 없던 것을 어느 날 갑자기 만들어 내는 것이 아니라 일상에서 숨 쉬듯 일어나는 것들이 집약되고 보태어져 술은 발전해 왔다. 그러기에 우리는 기쁘거나 슬플 때, 힘들고 외로울 때 습관적으로 술을 찾는다. 술은 솔직해지는 자신을 발견하게 하고 상대의 고약한 버릇을 발견하게도 하며 전에 없던 자신감을 샘솟게 하여 윗사람에게 취중진담의 대거리도 가능하게 하고 품고만 있던 마음을 취중 고백하게 만드는 마법을 부리기도 한다.

술을 마심으로써 우리는 새롭거나 새삼스럽고 구차하거나 비굴한 너와 나를 발견하게 된다. 술을 마시지 않았다면 발견하지 못했을 감정, 진심, 실체 등을 우리는 술을 통해 찾아낸다.

발명이 행운이라면 발견은 행복에 비유할 만 하다. 오늘도 일상의 소소한 행복을 발견하러 주님(酒님)과 함께 하시길 바란다. 함께 혹은 혼자라도 좋으니 어쩌면 조금은 간지럽고 부끄러우며 아프고 쓰라리며, 눈물 나는 우리의 인생 속에서 무엇이든 마주하고 발견해 내시길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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