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나는 대학을 거부한다"의 박태영 씨

"대학? 의미가 없잖아요" 김순종 기자l승인2018.01.09l수정2018.01.09 2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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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 결과가 나온 뒤 고3 수험생들은 대학 선택을 위해 분주하다. 인근의 대학들도 신입생 모집을 본격화하고 있다. 그런 와중에 ‘대학을 거부’하고 자신만의 길을 가겠다고 선언한, 얼마 전까지는 고3이었던 사람이 있다. 진주 금산면에 거주하는 박태영 씨(18)다. 그는 일전에 단디뉴스에 ‘나는 대학을 거부한다’는 글을 기고하기도 했다. 그는 지금 어떠한 삶을 살아가고 있을까. 또 향후 계획은 어떠할까. 9일 박태영 씨를 만나 근황과 앞으로의 계획 등을 물어봤다.

▲ 박태영(18) 씨

- 2018학년도 수능시험, 보지 않으셨죠?

“네, 사실 작년 12월부터 입시공부를 일절하지 않았어요. 아수나로(청소년 인권운동 단체) 관련 일을 주로 했고, 학교에서도 이는 마찬가지였죠. 수능을 앞두고 몇 개월 전 고등학교도 자퇴했습니다.”

- 대학이 아니라, 어떻게 보면 학교 자체를 거부하신 거네요?

“그렇다고도 볼 수 있겠죠.”

- 왜 대학을 거부하신 거죠?

“한국 교육과 학교에 문제가 많다는 건 익히 알려진 사실 아닌가요? 학벌주의에 반대합니다. 수능제도 자체도 문제가 있다고 보고요. 입시경쟁도 마찬가지. 오래 전부터 자퇴를 생각해 왔어요. 학교를 다니는 의미가 없다고 봤죠. 하지만 친권자 동의가 필요해서 시간이 조금 걸렸을 뿐입니다. 먼저 결단을 내리는 데도 다소 시간이 걸렸고요.”

- 조금 구체적으로 학교 다니기 싫었던 이유가 있나요?

“그냥 의미가 없다고 봤어요. 재미도 없고. 뭘 배우는지도 잘 모르겠고요. 고3 시절에 자습이 많았는데, 주로 아수나로 관련된 실무 일을 했습니다. 그게 의미 있다고 봤으니까요. 학교 다닐 때도 잘 안 나가서 문제가 되곤 했어요. 그만큼 학교 가는 일이 거북했죠.”

- 학교에서 무엇이 가장 불합리하다고 보셨나요?

“교사들의 일상화된 폭력이나 불합리함. 그런 것. 처음에는 그런 장면을 봐도 말할 수 있는 ‘언어’가 없었어요. 그래서 정보를 찾고 공부도 하고 그랬죠. 공부를 하다보니 어느 정도의 ‘언어’를 가지게 됐고, 싸울 수 있게 됐죠. 그러면서 청소년 운동도 시작하게 됐고요”

- 최근에도 교내 체벌이 있나요?

“있죠. 사립학교의 경우 공립학교보다 비교적 많고요. 그래서 체벌방지를 위한 입법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판례를 찾아보면 교사가 학생을 처벌하는 것은 훈육으로 보는 그런 시선들도 있는데요.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별도의 입법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 한국에서 고등학교를 자퇴하거나 대학을 가지 않는다는 건 통념상 주류에서 이탈한다는 것이기도 한데요. 불안감을 느끼지는 않으세요?

“불안감도 조금 있죠. 저도 인정욕구라는 것이 있는데 대학을 가지 않으면 그 욕구가 충족되지 않을까 걱정을 조금 하긴 했어요. 학벌에서 오는 열등감도 있지 않을까 했고요. 지금은 그렇게까지는 생각하지 않아요. 아수나로 활동만으로도 바빠서요. 오늘도 2시간만 자고 나왔습니다(웃음).”

- 대학을 가지 않는 또 다른 이유는 없나요?

“대학진학률이 점점 떨어지고 있지만 지금도 70% 가량의 사람들이 대학을 가요. 이들이 주류가 되죠. 그런데 나머지 20%는 어떤가요. 그들의 삶을 조명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제가 직접 그 일을 해보고 싶기도 하고요. 그러려면 대학을 가지 않아야 하겠죠.”

- 향후에 생각이 바뀌면 대학을 다닐 생각이세요?

“그럴 수도 있겠죠. 뭔가를 배우겠다는 생각이 들면요. 그런데 대학에서 뭔가를 배울 수 있다는 생각이 딱히 들지는 않아서, 안 다니게 될 가능성이 커요”

- 활동하시는 ‘아수나로’는 어떠한 단체인가요?

“ 2006년부터 본격적으로 활동을 시작한 단체입니다. 청소년 인권운동 단체로 전국에 고루 퍼져 있어요. 급진적이라 볼 수도 있는 소재들을 주로 다루죠.”

- 회원은 어느 정도 되나요? 청소년 단체라면 유지비는 어떻게 충당해요?

“사람들마다 이야기가 조금씩 다르긴 한데 150~200명 정도 되는 걸로 압니다. 회비는 없고요. 후원을 받아 운영되죠. 월 200만원 정도의 후원금이 들어옵니다. 이 돈으로 활동을 하고 상근자 2명에게는 월급도 조금 주죠”

- 활동을 많이 하는 편인가요?

“조직규모에 비해서는 많이 하는 것 같아요. 그런데 잘 알려지지는 않았죠. 한계가 있습니다. 사람이 적고 자금도 부족하다 보니. 하지만 청소년 인권운동에 조금만 관심을 가지면 금방 찾아볼 수 있어요”

- 최근에는 어떤 활동에 집중하고 있나요?

“ 지방선거를 맞아 청소년의 선거권 보장과 정당가입 허가를 요구하고 있어요. 만16세 이상이면 선거권을 얻고 정당가입이 가능토록 해 달라는 주장이죠. 학생인권법 제정도 요구하고 있습니다. 초중등교육법을 개정해서 학생인권침해 사례들을 구체화해달라는 거죠. 인권조례가 자치단체별로 있기는 하지만 이를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봐요. 잘 지켜지지도 않고 하니. OECD 자료에 따르면 한국 청소년 인권지수가 꼴찌라는데 문제가 참 많죠. 또 다른 하나는 어린이-청소년 인권법을 제정하자는 것입니다. 학생만이 아닌, 학생이 아닌 어린이나 청소년들의 인권을 보장하기 위해서죠.”

- 앞으로 얼마나 더 청소년운동을 하실 계획이신가요?

“10년 정도는 할 거라고 봅니다. 이후로는 딱히 생각해보지 않았어요.”

- 청소년운동이든 여성운동이든 당사자 운동이 돼야 한다는 이야기가 많은데요. 이제 성인이 됐으니 당사자는 아니시죠. 당사자 운동이 되어야 한다는 주장, 어떻게 생각하세요?

“그런 논쟁이 많았죠. '피터팬주의'라고 해서 청소년만 청소년 운동을 해야 한다는 이야기들. 저는 반대입니다. 10대들이 자신의 권리를 자각하는 건 빠르면 10대 중반, 늦으면 10대 말인데요. 단 몇 년간만 운동을 한다면 운동의 연속성이 떨어질 겁니다. 물론 청소년의 목소리가 전해져야죠. 주축이 돼서. 하지만 누구든 청소년 운동을 함께할 수 있어야 한다고 봐요. 저도 그럴 거고요”


김순종 기자  how2how2live@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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