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중앙지하상가 수유실에 가 봤더니...”

지난 해 6월 개장한 진주 중앙지하상가 '에나몰'(이하 지하상가) 수유실의 관리상태가 매우 불량한 것으로 나타났다. 심지어 수유실 문은 잠겨 있었다.

최근 지하상가를 찾은 A씨는 “수유실을 찾을 수 없어 사람들이 지나다니는 통로 휴게실에서 수유를 했다”며 “이런 식으로 행정하면서 아기를 많이 낳으라니 정부나 진주시가 잘 못 가고 있다”고 했다.

다른 B씨는 “지하상가에 자주 오는데 작년 여름 개장부터 지금까지 수유실을 한 번도 개방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관리사무실에는 소파, 정수기가 잘 갖춰져 있다”며 “수유실을 만들어 놓고는 동시에 이용할 수 없게 만들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단디뉴스>는 지하상가 수유실을 찾아갔다. 위치 안내판이 없어 수유실을 찾을 수 없었다. 관리사무실에 물어 겨우 찾았다. 정말로 수유실 문은 잠겨 있었다.

시설 관리자는 “(수유실) 이용이 필요한 사람이 있으면 (문을) 열어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원래의 수유실이 있었는데 문제가 있어, 임시로 지금의 수유실을 사용한다”고 했다.

시설 관리자에게 부탁해 수유실 문을 열었다.

아이의 편의를 위해 갖춰야 할 세면대·소독기·정수기 등의 집기는 찾아볼 수 없고, 소파와 간이침대 하나가 전부였다. 구석은 책상의자를 모아두는 창고 용도로 사용되고 있었다. 벽면은 더욱 심각했다. 페인트칠을 하지 않아 먼지가 수북했다. 손으로 만져보니 시멘트 가루가 손에 그대로 묻어 나왔다.

▲ 지하상가 수유실 내부 모습, 아기 침대, 소파가 전부다. 아기 편의를 위한 집기는 없다.
▲ 지하상가 수유실 벽면이다. 페인트칠을 하지 않아 시멘트 벽면 그대로였다.
▲ 페인트칠을 하지 않은 벽면을 만져보니 시멘트 가루가 손에 그대로 묻어났다

이런 공간에서는 아기 수유가 불가능해 보였다. 수유실을 개방하지 않는 것도 문제지만, 설령 이용하려 해도 위생상태가 ‘최악’이어서 이용이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진주지역 육아맘들의 인터넷 모임인 '진주아지매'의 총괄 매니저 이태경씨는 “이번 지하상가 프리마켓 행사 때 임시 수유실을 따로 만들었다”며 “원래 있던 수유실에 대해 (엄마들) 불편 사항이 많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아무래도 지하상가에 청년몰이 있으니 편의시설도 청년층 중심인 것 같다”며 “유모차 대여나 수유실 개선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진주시는 지난 해 12월 여성가족부로부터 가족친화인증기관으로 선정되었다며 이를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진주시는 임신여성을 위한 휴게실 설치와 같은 가족친화적 문화 조성을 위해 다양한 시책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수유실 관리와 위생 상태가 매우 불량한 것으로 나타나 진주시의 ‘가족친화적’ 여성정책 구호가 무색해지고 있다.

모자보건법 10조 3항(모유수유시설의 설치 등)은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영유아의 건강을 유지·증진하기 위해 필요한 모유수유시설의 설치를 지원할 수 있다’, ‘임산부가 영유아에게 모유를 먹일 수 있도록 임산부와 영유아가 함께 있을 수 있는 시설을 설치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하지만 수유실 설치 및 위생상태에 대한 규정이 없어서 수유실이 형식적으로 설치돼 있거나, 설치돼 있다 해도 운영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한편 진주시는 “기존 수유실은 공조기 소음이 심해 이용을 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공조기를 교체해서 소음이 완화되면 원래 (수유실) 자리로 갈 예정이라고 했다. 공사 계획을 묻자 ”(정확하지는 않지만) 상반기에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지하상가 수유실 설치에 대한 최초 계획(공조실 인근 설치)부터 잘못됐다. 진주시는 구체적 계획도 없다. 시민들만 피해를 보고 있다.

▲ 지하상가 수유실 외부 모습이다. 문은 잠겨 있었고, 수유실임을 알 수 있는 안내판 같은 어떤 정보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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