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지키려면 대기업도 나서야"

2018년 최저임금이 7천5백30원으로 인상됐지만 영세업자와 시간제 노동자, 시간제 노동자와 시간제 노동자 사이에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 인상된 최저임금에 편의점 점주들 고통 호소

시간제 노동자들은 대체로 최저임금 상승을 환영하고 있는 반면 진주지역 편의점주들 가운데 일부는 올라가는 인건비에 고통을 호소했다.

장대동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A씨는 “경기가 나빠 수입도 적은데 최저임금마저 인상되다 보니 앞으로는 알바를 줄이고 주말에도 직접 근무할 생각”이라며 “정부에서 올해부터 13만 원의 일자리 안정자금을 제공하겠다지만 사실은 이것도 큰 도움은 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 진주시내 한 편의점에서 점주 A씨가 근무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올해부터 최저임금 인상이 부담스러운 영세 자영업자에게 ‘일자리 안정자금’을 지원한다. 일자리 안정자금을 지원받으려면 30명 미만 사업장의 고용주로, 월평균 임금 190만 원 미만 노동자를 1개월 이상 고용하고 고용보험에 가입시켜야 한다.

A씨는 이에 대해 “시간제 노동자의 경우 고용보험 등에 가입하고자 하는 의지가 없다”며 “보통 3~4개월 근무하는 사람들이 태반인데 업주도 노동자도 서로 돈을 부담해야 하는 상황에서 누가 제 월급을 줄여가며 보험을 들겠다고 하겠나”라고 말했다.

이어 “노동자가 고용보험 등에 가입하려는 의사가 있다 하더라도 노동자와 점주가 반반씩 부담하는 보험금을 내고, 최저임금에 맞춰 월급을 주고 나면 인상된 임금만큼 수익이 보전되지 못 한다”며 “이러다 보니 점주들은 사람을 고용하지 않게 되고 일자리가 적어져 편의점 등에서 일하려는 친구들도 피해를 받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2월부터 시간제 노동자를 3명에서 2명으로 줄이고 더 많은 시간을 편의점에서 직접 근무할 계획이다.

다른 편의점 점주들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가좌동 소재 편의점 점주 B씨는 “최저임금 상승이 부담이 되는 건 맞지만 법을 지켜야 한다는 마음에 인상은 해줬다”며 “대신 노동자들에게 인상된 임금만큼 일을 좀 더 하라고 주문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가 말한 일은 매장 내 청결도 유지 등의 업무다.

같은 지역 편의점 점주 C씨는 “우리는 가족이 돌아가면서 일하고 시간제 노동자는 쓰지 않지만, 주위에 편의점을 하는 친구들 이야기를 들어보면 다들 힘들다고 한다.”며 “사촌 동생이 대학을 가고 나면 주말에는 노동자를 따로 구해야 하는데 걱정이 되는 게 사실”이라고 밝혔다.

■ 시간제 노동자들 사이에서 차별 발생

2018년 최저임금은 7천5백30원이다. 이는 법으로 규정돼 있다. 하지만 "최저임금이 보장되느냐"는 법이 아닌 업주의 판단에 따라 결정되고 있었다. 이에 따라 같은 업종(편의점)의 시간제 노동자들 사이에서도 ‘동일노동 동일임금’의 원칙은 지켜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월부터 최저임금 인상분이 시급에 반영된 노동자들은 기쁨을 표했지만 그렇지 않은 노동자들은 불만을 제기했다. 임금이 다소 인상된 것은 반갑지만 최저임금 인상의 혜택이 그대로 돌아오지 않는다는 이유다.

상대동에 위치한 편의점에 근무하는 D씨는 인상된 급여에 기쁨을 표했다. 그는 “올해부터 최저임금이 올라 기쁘다”며 “가정주부인데 가정경제에 적지 않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다른 곳에서는 최저임금 인상분을 시급에 반영하지 않는 곳도 많다고 하는데 우리 점장님은 지난해 6500원 받던 시급을 올려 최저임금만큼 보장해주겠다고 약속했다”며 환한 웃음을 지었다.

반면 장대동에 위치한 편의점에서 근무하는 E씨는 “지난 해에 비해 시급이 인상되기는 했지만 최저임금에 걸맞은 시급은 받지 못하고 있다.”며 “그래도 사장님이 좋으신 분이라 큰 불만은 없고, 사장님도 힘들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가좌동 소재 편의점에서 근무하는 F씨는 “아직 사장님과 이야기를 해 본 적은 없지만, 시급을 최저임금만큼 올려주었으면 좋겠다.”며 “그래도 법으로 정해진 건데 올려주지 않겠냐”고 말했다. 그는 기대와 불안을 동시에 품고 있다.

▲ 진주시내 소재 편의점 내부 모습

■ 최저임금 상승에 각종 꼼수 난무

시민단체 ‘직장갑질 119’가 3일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부담을 덜기 위한 꼼수가 전국 각지에서 이어지고 있다.

최저임금 인상을 이유로 기존에 지급하던 상여금 200%를 100%로 줄이거나 근무시간 중에 휴게시간을 배정하는 등의 행태가 그것이다. 야근수당을 없애거나 평소에는 일찍 퇴근시키고 바쁜 날은 일을 더 시키는 소위 '근무시간 꺾기’도 나타났다.

이에 ‘직장갑질 119’는 “고용노동부에 최저임금 갑질 신고센터를 만들고, TV광고 등을 통해 이 같은 불법의 문제점을 알려 최저임금 갑질이 사라지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고용노동부는 올해 최저임금 인상 후 사업주들이 이 같은 편법을 저지르자 최저임금 특별 상황점검 TF를 구성해 관련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 5일 열린 제13차 최저임금 TF회의에서 이성기 고용노동부 차관은 “아파트 관리업과 편의점 등을 대상으로 최저임금 준수를 위한 계도활동을 3주간 펼친 뒤 1월 말부터 직접 현장을 점검하겠다”고 밝혔다.

고용노동부 진주지청은 이에 대해 “최저임금 점검은 매년 하고 있다”며 “올해도 중앙정부(고용노동부)에서 공문이 내려오는 대로 최저임금 점검을 나갈 예정이다”고 밝혔다. 이어 “작년에는 200여 곳을 나간 것으로 아는데 올해는 얼마나 많은 업체를 방문할 지는 모르겠다”며 “자세한 것은 중앙에서 공문이 내려오는 대로 알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 "영세업자, 시간제 노동자만의 다툼이 되어서는 안 돼"

최저임금을 두고 영세업자와 시간제 노동자 사이의 갈등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부만이 아니라 대기업이 나서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2018희망진주시민의길 정원각 집행위원장은 최근 논란이 되는 최저임금 문제에 “노동자들도 힘들지만 영세업자 중에서도 상승된 최저임금으로 부담을 느끼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며 “편의점의 경우 노동자와 영세업자 모두가 윈-윈(Win-Win)하게 하려면 편의점 사업을 하는 대기업이 물건 단가를 낮추든지 하는 개선안을 내놓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대기업들이 편의점 점주에게 받는 대금이 적지 않은데 이 돈을 조금만 줄여줘도 편의점주와 노동자 모두가 윈윈할 수 있지 않겠느냐”며 “대기업이 대기업다운 사회적 책무를 다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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