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에는 러시아 로망스를 듣자!"

▲ 그의 찬란한 은발같은 목소리로 부르는 소비에트 노래를 담은 음반

지난 11월 22일 러시아 출신의 세계적인 바리톤 가수 드미뜨리 흐보로스또프스키가 뇌종양으로 세상을 떠났다. 러시아를 누구보다 사랑했고 여행 중에는 항상 체홉을 읽었다는 그 휘날리는 은발의 바리톤이…….

러시아어를 전공한 나는 그의 갑작스런 죽음이 그렇게 아쉬울 수가 없었다. 나의 러시아어는 그의 멋진 노래에 일부분 빚을 지고 있기도 하거니와 그의 노래를 이젠 실제로 들을 기회조차 없어져버린 허무함 때문이기도 했다.

그 누구보다 러시아를 사랑했기에 그의 음반 목록에는 순수 클래식 음악이 아닌 대중적인 곡이나 러시아 로망스도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오늘 소개하는 <우리가 사랑하는 소비에트 노래들>이란 이 음반은 2006년 러시아 여행 중 사게 됐는데 겨울이면 한 번씩 꺼내서 듣게 된다. 가만히 생각해 보면 그의 미끈한 바리톤 음성은 이 겨울과 아주 잘 어울리지 않는가! 찬바람 쌩쌩 부는 추운 겨울 따뜻한 창가에 앉아 듣기 좋은 음악이란 뜻이다.

이 음반에 실린 노래 중 "모스크바 교외의 밤-빠드마스꼬브느이예 베체라"는 내겐 아련한 추억이 깃들어 있는 곡이기도 하다.
1998년 처음 모스크바에 갔을 때 한 달간 모스크바의 어느 허름한 아파트에서 살았는데 그 때 마침 알게 된 한국 유학생의 저녁 파티에 초대받아 간 적이 있다.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이 모였었다. 
이를테면 폴란드인 독일인이 있었던 것 같다.
파티가 끝나갈 무렵 취기가 돌던 친구들이 갑자기 "모스크바 교외의 밤"을 같이 부르기 시작했다.
이 곡은 모스크바를, 더 나아가서는 러시아를 대표하는 곡인 셈이다.
가사 일부분을 옮겨본다.


"정원에는 나뭇잎 소리조차 들리지 않고
여기 모든 것은 아침까지 소리 하나 없었다.
만약 당신이 모스크바 교외의 밤이 소중하다는 것을 알아준다면
강물이 흐르는 듯 흐르지 않는 듯
노래는 들리는 듯 들리지 않는 듯
이 모든 고요한 강 속에... (후략)"
 

깊어가는 이 겨울날, 은빛 찬란한 바리톤 목소리 들으며 따뜻한 커피라도 한 잔 하면 참 좋겠다.

* 첨부한 유투브 영상은 동료 가수인 소프라노 히블라 게르즈마바와 함께 부른 곡이다.
https://www.youtube.com/watch?v=wYQLLPtpyCg

저작권자 © 단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