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이기도 하지만 더 문화적인 커피

우리가 매일 먹는 밥은 지구의 동쪽을 정복했고, 빵은 서쪽을 정복했다. 하지만 살아가는데 꼭 필요하지도 않는 커피는 전세계를 정복했다. 커피가 과학이기보다는 문화적으로 소비된다는 의미이다.

설탕 즉 사탕수수가 그러하듯 커피의 역사는 제국주의 수탈의 역사이며, 노예 노동의 역사이며, 환경파괴의 역사이다. 커피나 설탕 모두 돈이 되는 기호식품이었기에 식민지 노예노동을 통해 생산하고 유럽에 판매하여 그들은 막대한 이윤을 남길 수 있었다.

이런 어두운 역사에 기반한 커피는 제1세계의 혁명사, 지성사와 함께 해 왔다.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며 정의와 혁명을 이야기 했고, 카페인으로 각성을 유지하며 새벽까지 글을 썼다.

▲ 황규민 약사

언젠가부터 대로변, 골목골목에는 참으로 커피숍이 많아졌다. 틈만 나면 커피를 마시고, 길에서도 들고 다니며 마신다. 시골 경로당에서도 어르신들이 미숫가루를 타서 마시듯 큰 그릇에 믹스커피를 타서 마시는 것은 흔한 풍경이 되었다.

점심은 김밥으로 때우고 커피는 몇 천원짜리 스타벅스 커피를 마신다고 된장녀니 뭐니 하면서 마케팅과 문화의 관점에서 소비심리를 분석하던 것도 이제는 식상해졌다. 인간만이 쓴 맛을 즐긴다. 커피같은 쓴 맛을 즐기는 동물은 많지 않다. 기억과 학습이 가능한 동물만이 가능하다. 홍어 요리를 생각해보면 된다.

처음 접할 때 홍어의 그 역한 냄새를 극복하고 즐길 수 있는 수준이 되려면, 먹다보면 그 역한 냄새와 톡쏘는 맛이 쾌감과 즐거움을 준다는 기억과 학습이 되어야 가능하다. 커피도 그러하다. 쓴 맛 뒤에 각성과 즐거움과 추억이 있다는 기억과 학습의 결과이다.

불면, 두근거림과 커피와의 관련성은 많이 알고 있지만, 편두통, 야간빈뇨(자다 일어나 오줌누기)와 커피와의 관련성에 대해서는 모르는 경우가 많다. 체질이 안받는 사람은 본인이 알아서 피하기도 한다. 개인의 생물학적 특성을 판단하여 취사선택하는 지혜는 각자 삶의 질을 변화시킬 수 있다. 불면, 편두통, 두근거림, 야간빈뇨는 삶의 질에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커피는 과학이다. 커피가 불면, 편두통, 두근거림, 야간빈뇨를 유발한다고 해도 어차피 마실사람은 마신다. 왜냐하면 커피는 또한 문화이고 추억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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