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치단체장 인권 감수성이 부족하기 때문일 것"

진주시 인권조례(진주시 인권보장 및 증진에 관한 조례)가 만들어진 지 5년이 지났지만, 제대로 시행되고 있지 않아 조례를 만든 취지가 무색해졌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진주시 인권 조례는 진주시민의 인권보장을 위한 여러 방침들을 정해두고 있지만 이 가운데 시행되고 있는 것은 없다.

진주시 인권조례는 인권이 존중되는 지역사회의 실현에 이바지하기 위해 지난 2012년 10월4일 제정됐다. 조례는 인권 보호를 위한 여러 장치를 마련해두고 있다. △ 시장은 인권보장 및 증진을 위해 5년마다 인권보장 및 증진 기본계획을 수립할 것 △ 시장은 주요 기관 및 단체 종사자에게 2시간 이상의 인권교육을 실시하도록 할 것 △ 시장은 인권전담부서를 설치할 것 △ 시장은 2년마다 진주시의 인권보호와 증진에 관한 현황을 시민에게 알리기 위해 보고서를 발간할 것 △ 진주시는 진주시인권위원회를 구성해 진주시의 인권보장과 증진시책을 심의토록 할 것 등이 그것이다.

▲ 서은애 진주시의원 블로그 갈무리

조례는 부칙을 통해 시행일부터 5개월 이내에 진주시인권위원회를 구성할 것을 권고했지만 이 부칙은 지켜지지 않고 있다. 조례안에 명시된 내용들 중 시행되고 있는 것도 전무하다. 진주시는 이에 대해 “인권조례에 든 내용이 시행되지 않고 있는 것은 맞다”며 “하지만 진주시가 지금 검토 중인 사안이라 검토가 완료되는 대로 시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어 “도내 다른 자치단체도 인권조례는 있지만 시행하지 않는 곳이 대부분”이라며 “다른 자치단체의 상황을 봐가며 우리도 시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진주시가 밝힌 것처럼 창원, 고성 등은 인권조례를 제정하고도 시행은 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전국으로 눈을 돌리면 인권조례를 만들어 적극 시행하고 있는 자치단체가 적지 않다. 2012년 국가인권위원회가 각 자치단체에 인권기본조례 제정을 권고한 만큼 이 권고안을 따르는 자치단체가 적지 않은 셈이다. 2017년 4월 기준 전국지자체 중 10개 광역 및 82개 기초단체가 인권조례를 제정·시행하고 있다. 광주광역시는 지난 7월 기존의 인권조례를 개정해 주요 정책이나 제도 시행에 앞서 인권침해 요소가 있는지 사전에 살펴보는 인권영향평가를 최초 도입했다. 서울 성북구, 수원시, 광명시도 인권영향평가를 일부 시행 중이다. 서울시와 강원도는 인권위원회에 정책권고 기능을 부여하고 있으며 충청남도는 시민들에게 인권위원회 회의를 방청할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진주시가 인권조례 시행을 늦출 이유가 없는 셈이다.

정원각 2018희망진주시민의길 집행위원장은 이에 대해 “조례를 시행하지 않더라도 처벌을 할 수 없는 법의 한계 때문에 이 같은 일이 발생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조례를 시행하지 않으면 처벌이 가능하도록 법을 고쳐야 인권조례를 비롯한 조례들이 적극 시행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진주시를 비롯한 도내 자치단체들이 인권조례를 제정만 하고 시행하지 않는 건 자치단체장의 인권감수성이 부족하기 때문으로 보인다”며 “인권은 누구에게나 평등하게 주어지는 것인 만큼 진주시를 비롯한 도내 자치단체장들은 인권조례 시행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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