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로운 늑대, 그 젊은 날, 시린 밤바람...

12월1일, 오늘 이후 바깥일정이 없으니 오늘 진주행이 올해 마지막 외출일 것이다. 12월이기도 하니 송년 기분을 좀 내볼꺼나.

좀 일찍 나가서 옛날 우리 가족이 살던 상봉서동 가마못 안도 둘러보고 비봉산 산책길도 걸어보고, 지난 그 시절을 추억하면서 중앙시장 어물전, 채소전 아직도 나를 알아보고 말을 건네는 그 아지매, 아저씨들과도 눈인사를 나누고 환경운동연합 사무실이 있던 계동골목, 가보식육식당을 돌아 지금은 고급백화점이 들어선 옛 금성초등학교 터와 고급아파트가 들어선 옛 진주문화방송 터를 지나면서 그 터를 지키려고 했던 당시의 활동가 청춘의 김석봉을 만나볼거나.

▲ 김석봉 농부(전 녹색당 대표)

진주성에 올라 멀리 상평공단 쭈뼛쭈뼛 솟은 굴뚝들을 보며 짐바리 자전거에 노동자신문을 싣고 공단 골목골목을 돌아다니며 노동조합 문을 살며시 열던 상기한 얼굴의 그 젊은이 이 거리 저 광장, 곳곳에서 두 농민활동가의 장려행렬에서, 미선 효순 추모집회에서 격문처럼 추도시를 읽던 그 청년문학인 남강으로 나가 문화예술회관 앞에 이르러 지리산댐 반대 집회장, 함께 삭발하던 사람들도 기억하고 자전거교실을 찾아온 아지매들 삐뚤빼뚤 자전거 꽁무니를 잡고 촐랑촐랑 바쁘게 따라다니며 자전거타기를 가르쳐주던 중년의 그이를 만나볼꺼나.

생태하천복원공사로 그나마 아름다운 남강변을 걸어 평거동 진주환경운동연합 오비모임에서 밥을 먹고 시내에 나오면 저녁 여덟시는 훌쩍 넘기겠지. 진주살이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선술집 평양빈대떡집에 들러 거지탕에 소주 두어병 마시고 나가면 밤 열시가 넘을 것이고 시린 밤바람을 가로질러 중앙광장 앞에 잠시 서서 그 젊은 날, 이 거리 화염병을 던지다 경찰서에 끌려가 욕조에 물을 흠씬 마시고 새벽녁 홀로 나와 젖은 몸으로 집으로 돌아가던 외로운 늑대를 다시 만날지도 몰라.

장대동 그 찜질방을 찾아 하룻밤을 넘기고 새벽 중앙시장 남해에서 올라온 유자 한 묶음, 생김 한 봉지 사 들고 아침 일곱시쯤 지리산행 버스를 타게 되겠지.

내일 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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