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각지대에 놓인 현장 실습생의 노동현실

2017년 11월23일 올해도 어김없이 한파다. 수능시험 한파. 대한민국의 모든 국민들이 눈치 보는 오늘이다. 영어 듣기평가 시간에는 비행기도 멈춘다는 말에 일본 친구들은 엄지척이다. 하지만 나는 오늘 수능시험에 긴장하는 고삼이 아니라 현장 작업 반장 지시에 긴장하고 오늘 같은 수능일에도 현장 실습중인 특성화고 학생들에게 힘내라고 이야기 하고 싶다.

지금의 수능은 1993년 내가 고삼일때 대입학력시험에서 수학능력시험으로 변경됐다. 당시 일년에 두번 시험을 쳤다. 1993년 7월 우리 같은 특성화고(공고)에 다니는 고삼들은 현장실습을 나가기 시작했고, 우리도 반에서 두번째로 부산 학장동 공업단지로 현장 실습을 나가게 되었다. 달리 말해 우리들은 현장실습 담당 교사에 의해 산업현장에 '현장 실습'이라는 이름으로 팔려 나간 것이다. 

'조국 근대화의 기수'라는 실습복에 붙은 글귀와는 전혀 상관없이 학생 현장 실습에 대한 메뉴얼은 전혀 없는 곳으로 계약직으로 입사했다. 실습기간이 끝나면 병력특례 우선순위에 넣어준다는 꼬임에 넘어가 잔업과 맞교대 근무, 야간 작업까지 했다.

전체 직원 50명중 현장실습생만 30명인 회사. 미국 포드자동차의 브레이크 디스크 갤리퍼를 만들던 회사. 포드자동차에 들어가는 부품을 높은 가격으로 수출하면서 저임금의 현장실습생으로 운영하던 회사. 야간 작업시에는 수면실도 없는 회사.
작업중 적재품이 넘어와 새끼발가락이 골절되어도 회사는 산재 처리를 하지 않았다. 학교에 연락하면 담당 교사로부터 "학교로 돌아오면 정학"이라는 말만 돌아왔다. 

지급된 안전화는 새끼발가락을 보호해 주지 못했다. 그런 안전화 처럼 학교는 학생들을 지켜 주는 것이 아니라 얼마나 많은 현장실습생을  현장으로 보내는가에 더 신경썼다. 

학교를 졸업하고 들어간 병력특례업체는 매달 임금에서 노조비를 떼어 가지만 병력특례병들에게는 노조 활동을 금지 시킨다.  노조와 사측간에 임단협으로 쟁투가 벌어질 때면 우리들은 항상 대체 근무와 야간작업을 해야 했다.  

그들처럼 노조비를 내지만 노조를 위해 대체 근무를 해도 그들은 '고맙다'는 말 한마디 없었다.

20년이 더 지난 2017년 오늘도 노동 현장은 달라진게 하나도 없다.  

▲ 백인수 수머신테크 대표

현장실습 중 사망한 열여덟살 이민호군을 보면서 그 길을 걸었던 선배로서 가슴이 아프다.
수능 시험 사라지지 않는 지금의 현실과 수능시험에도 현장에서 일하는 특성화고 고삼들 모두에게 힘내라는 말 이외에는 전할 말이 없는 게 너무 미안하다.

서로 맞물려 도는 톱니바퀴에도 여유 공차라는 것이 있다.

여유공차가 없으면 톱니바퀴는 제대로 그 기능을 발휘 하지 못하고 부서진다. 우리나라도 제발 저 학생들이 숨쉴수 있는 공차를 좀 주자.

수능시험이면 어김없이 찾아오는 한파가 올해는 유난히 더 시리다.

저작권자 © 단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