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시 재난안전대책본부 전화번호는 749-5555입니다.

“지금 거신 번호는 없는 번호입니다. 전화번호를 확인하신 후 다시 걸어주세요”

처음엔 전화번호를 잘못 눌렀다고 생각했다. 전화번호를 종이에 받아쓰고 다시 걸었다. 같은 안내가 나왔다.

진주시 재난안전대책본부 대표전화 749-2119는 ‘없는 번호’였다.

15일 오후 2시30분, 경북 포항에서 지진계측 이후 두 번째로 강한 규모 5.4 지진이 발생했다. 진주지역에 피해가 없는지 궁금했다. 공무원들의 대응 역시 알고 싶었다. 하지만 홈페이지에 있는 재난안전대책본부 연락처는 존재하지 않았다.

만약 지진피해를 입은 시민이 재난안전대책본부에 다급하게 연락을 했는데 ‘없는 번호’라는 음성이 나왔다면... 순간 걱정이 앞섰다.

진주시에 급하게 연락을 했다. 진주시 관계자는 “대책본부는 특별한 재난이 있을 때 가동되어서 연락이 안 된다”고 했다.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 18조에는 시·군·구별로 재난안전상황실을 상시 운영하여야 한다는 조항이 있다. 몰라도 너무 모르는 진주시다.

또 다른 진주시 관계자는 “지금 안내 문의가 많아 못 받는 것 같다”고 했다. 존재하지 않는 번호라고 분명히 말했는데 말이다. 참 황당한 진주시다.

<단디뉴스>는 이 사건과 관련된 기사와 동영상을 냈다. 단디뉴스 페이스북 페이지에 조회수가 올라가고 댓글이 달리고, 공유가 이어졌다. 시민들들 반응은 뜨거웠다. 물론 진주시에 대한 비난 일색이었다.

<단디뉴스> 보도 이후 진주시는 발빠르게 대처했다. 15일 17시쯤 ‘있는 번호’ 인 749-5561로 대표전화를 변경했다. 그리고 다음 날 749-5555로 대표전화를 또 변경했다.

진주시는 <단디뉴스>에게 “고맙다. 앞으로 잘하겠다”고 했다. <단디뉴스> 보도로 이 사실을 알게 되었다고 했다. 재난안전대책본부 전화번호를 749-5555로 바꾼 이유도 시민이 쉽게 기억하도록 끝자리를 5555로 했다는 것이다. 114에도 ‘진주시 재난’이라는 말만 나오면 바로 5555로 연결되게 등록했다고 밝혔다.

16일 오후 진주시는 청사 7층 재난안전상황실을 보여주겠다며 <단디뉴스>를 초대했다. 진주시는 각 부서를 돌면서 재난안전 관련업무를 친절하게 소개했다. 통제구역인 재난안전상황실도 공개했다. 국가재난 관리정보시스템도 설명했다.

▲ <단디뉴스>에 공개한 진주시 재난안전상황실 모습

예상치 못한 환대였다. 급하게 조치하려 애썼다고 했다.

후속기사로 쓰려 했던 국가재난안전 포털 비상연락망의 진주시 전화 749-5418, 경남재난안전대책본부 재난대책기구의 진주시 연락처 749-5491, 두 번호도 모두 ‘없는 번호’라는 사실을 진주시에 알려줬다

예상대로 진주시는 모르고 있었다. 정말 급하게 진주재난안전대책본부 연락처만 바꾼 것이다. <단디뉴스>에게 또 한 번 “고맙다”고 했다. “알려줘서 고맙고, 당장 변경하겠다”고 했다.

17일 확인해 보니 세 곳 모두 749-5555 번호로 통일되어 있었다. 마침내 중앙, 경남, 진주의 재난안전대책본부 연락처가 모두 ‘있는 번호’가 된 것이다.

진주에 포항과 같은 지진피해가 났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진주 재난안전대책본부로 직접 전화한 시민이 ‘없는 번호’인 걸 알았다면 어땠을까. 우왕좌왕하다 피해가 더 커졌을 것이다.

이번 지진이 아니더라도 시민 안전을 위해 평소에 점검하고 관리하는 것이 진주시의 역할일 것이다. 사람들은 세월호 참사 이후 재난 안전에 민감하다. 지난 정부가 재난 수습을 제대로 하지 못 해 문제가 여전히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진주시청 천오백명이 넘는 공무원 눈에는 749-2119라는 ‘없는 번호’가 왜 눈에 보이지 않았을까. 앞 번호 749를 다들 같이 쓰면서 말이다.

아무튼 진주재난안전대책본부 전화번호는 749-5555이다. 114에 '진주시 재난'이라고 하면 바로 연결된다고 한다. 더 급하면 119다.

시민 안전을 시민 스스로 지켜야 하는 것이라면 씁쓸해진다. 안전이 담보되지 않은 곳에 사는 것은 재앙이다. 진주시는 축복의 땅인가 재앙의 땅인가.

▲ 장명욱 기자
저작권자 © 단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