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산단층대 1년 새 강진 두 번, 정밀 원인조사 필요성도, 불안감 커진 노후원전 … 탈핵단체, 에너지전환 서둘러야

경북 포항에서 역대 두 번째로 강한 규모 5.4 지진이 발생하면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특히 핵발전소 안전 문제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쏟아지고 있다.

기상청은 경주와 마찬가지로 몇 달간 여진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전문가 견해도 마찬가지다. 양산단층을 중심으로 이 일대에서 1년 2개월 사이 규모 5.0 이상의 큰 지진이 2차례나 발생한 만큼 앞으로도 지진이 계속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양산단층 일대에는 한울원전 6기, 월성·신월성원전 6기, 고리·신고리원전 6기 등 핵발전소 18기가 가동 중이다. 여기에 5기가 건설 중이다.

◇전문가 "지진 계속" = 지진 전문가들은 앞으로 지진이 계속해서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고 입을 모았다.

지난 15일 오후 2시 29분께 경북 포항시 북구 북쪽 9㎞ 지역에서 지진이 발생한 이후 16일(오후 7시 5분 기준)까지 모두 49차례 여진이 이어졌다. 규모 2.0~3.0이 45차례, 3.0~4.0이 3차례, 4.0~5.0이 1차례다. 16일 오전에는 다소 강한 여진(3.8, 3.6)이 두 차례 발생했다. 지난해 9월 12일 발생한 경주 지진과 관련해 지난 9일까지 모두 640차례 여진이 발생했다. 특히 9일 동안에 여진이 400차례나 잇달았다.

한래희 경상대 지질과학과 교수는 16일 <경남도민일보>와 통화에서 "양산단층이 활성단층이라는 것은 더 이상 논란의 여지가 없을 것"이라며 "한반도 남동부에 여러 단층이 구역을 이루고 있고, 인근 북북동 방향으로 여러 개 단층에서도 언제든지 지진이 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어 "응력이 전달되면 어딘가 분명히 영향을 미치게 되어 있고 언젠가 미끌릴 수 있다"며 "앞으로 여진 분포를 자세히 살펴 어떤 단층에서 지진이 발생했는지 정밀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김광희 부산대 지질환경과학과 교수도 앞으로 지진이 이어질 것이라는 견해를 밝혔다. "지진발생 시기나 규모는 알 수 없지만 큰 규모의 지진 가능성도 있다"고 밝힌 김 교수는 양산단층 주변에서 지진이 계속 발생하는 이유를 활성단층에 축적된 힘이 방출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김 교수는 "큰 지진이 발생하면 구조물이 영향을 입어 작은 여진에도 피해를 볼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진다"며 충격을 받은 건물 점검과 내진 설계 보강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포항 지진에 대해 기존에 보고된 적 없는 단층대를 따라 생긴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은 16일 "본진 단층면을 해석한 결과 포항 지진은 북북동 방향 역단층성 주향이동 단층으로 분석된다"며 "이는 기존에 지표면상에서 보고된 적 없는 단층"이라고 밝혔다.

▲ 탈핵경남시민행동·밀양765㎸ 송전탑반대대책위·탈핵을 희망하는 경남도민이 16일 오전 경남도청 프레스센터에서 지진 대책 없는 핵발전소 즉각 중단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박일호 기자 iris15@idomin.com

◇지진 대응 연구 부실 = 양산단층은 약 180㎞ 길이로 경북에서 출발해 포항·경주를 지나고 경남에는 양산·김해를 곧장 지난다. 35번 국도와 경부고속도로, 경부고속철도, 김해국제공항 등이 걸려 있다.

이번 포항 지진 진앙에서 월성원전은 약 45㎞, 고리원전은 약 88㎞ 떨어져 있다. 직선으로 양산단층과 고리·신고리·월성원전은 약 25㎞ 거리에 있다.

그럼에도 정부가 지진 연구에 소홀했다는 지적도 있다. 국회 홍철호(바른정당) 의원이 행정안전부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행안부 소속 국립재난안전연구원이 한 지진 연구과제는 2014년 1건, 2017년 1건 등 2건에 불과했다. 홍 의원은 "지진문제를 포함한 국민안전 R&D 추진 확대가 시급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기상청은 한국지질자원연구원과 학계(강태섭 부경대 교수, 김광희 부산대 교수 등) 공동으로 포항 지진 현장조사에 착수한다. 진앙 주변 지역 약 40곳에 이동식 지진계를 추가 설치해 작은 규모 지진까지 관측해 포항 지진을 일으킨 단층을 파악할 계획이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를 긴급 가동한 행안부는 16일 브리핑에서 중대본 2단계 발령 가능성에 대해 "현재 그 정도 상황은 아니라고 본다. 현재 1단계로도 충분하다"고 말했다. 이날 행안부는 △긴급 안전점검 △피해시설 응급복구 △포항지역 피해시설물 위험도 평가 등에 나섰다.

◇원전 안전성부터 확인해야 = 정당과 시민단체들은 핵발전 위험을 알리고 에너지 전환을 앞당겨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탈핵에너지전환국회의원모임은 성명을 통해 "탈원전 정책은 더 빠르고 더 강력히 추진돼야 한다"고 밝혔다.

탈핵경남시민행동은 16일 오전 경남도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진평가를 재진단하고 원전 안전성이 확인되기 전까지 가동 중인 원전을 멈추고 건설 중인 원전 역시 건설을 중단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시민행동은 "이번 포항 지진으로 양산단층·일광단층·울산단층·동래단층 등 양산단층대가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한 것이 확실해졌다"며 "한반도 동남부 일대는 활성단층이 많은 연약한 지반이라서 지진 피해가 더 커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위원회 결정을 존중하지만 이번 지진 발생으로 안전점검을 먼저 이행하고 다시 공사 재개와 중단 관련논의를 재개해야 한다"며 활성단층대 인근에 원전 건설 전면 재검토를 강조했다.

박종권 탈핵경남시민행동 공동대표는 "경주 지진 후 1년 2개월 만에 강진이 일어난 점에서 재생에너지를 비롯한 에너지 정책 전환에 대한 명분이 생겼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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