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는 공영방송의 가치를 입증해 내야 한다.

전국언론노조 MBC본부가 파업에 들어간 지 71일만에 김장겸 MBC사장이 해임됐다. 노조는 15일부터 파업을 중단하고 업무에 복귀한다. 9년여 만에 방송 정상화의 전기를 맞은 오늘 문화방송 조합원들은 큰 기쁨을 맛보고 있을 것이 분명하지만, 상황은 녹록치 않다. 김장겸 사장의 해임은 MBC정상화의 끝이 아닌 시작인 이유다.

MBC노조는 김장겸 사장 해임이 가결된 후 '김장겸 해임은 MBC 정상화의 신호탄'이라는 제목의 성명서를 내 "오늘 김장겸의 해임은 지난 9년 MBC를 장악한 김재철·안광한·김장겸 체제의 종식을 의미한다"고 밝혔다. 이어 "그러나 아직 MBC에는 적폐의 잔재가 곳곳에 쌓여있다"며 "우리는 김장겸 체제의 잔재를 몰아내고, 이들의 사법적 단죄를 위한 진상규명 작업에 본격 착수할 것"이라고 말했다.

옳다. 김장겸 사장 해임은 MBC 정상화의 포문을 연 것에 불과하다. 문화방송이 그간 공영방송으로 우리 사회에 기여한 측면이 적지 않지만 돌아보면 MBC를 망친 주범도 MBC 구성원들이었다. 김재철, 안광한, 김장겸 모두가 그렇다. 사장 직무를 대행할 백종문 부사장을 비롯한 부역자들도 MBC 출신 기자이거나 PD다. 이 점을 감안하면 지금도 앞으로도 MBC 내에는 MBC를 '들러리 방송'으로 만들 인사들이 포진해 있다는 걸 짐작할 수 있다.

▲ 김순종 기자

MBC를 '들러리 방송'으로 만들었던 부역자들을 청산할 필요도 있지만 MBC 정상화의 핵심은 공영방송의 가치를 지킬 수 있는 사람을 사장과 보도본부장으로 선출하는데 있다. 이 두 자리에 누가 앉는가에 따라 MBC의 명운이 갈렸던 이유다. 현재 MBC 사장을 선출하는 방문진 이사회는 이사가 모두 9명으로 여권추천 이사 6명, 야권추천 이사 3명으로 구성된다. 여권의 입맛에 맞는 사장을 임명할 수 있는 구조다. 김재철, 안광한, 김장겸의 MBC는 이 구조 속에서 탄생했다.

야3당은 MBC를 권력이 장악하는 구조를 깨뜨리자며 더불어민주당이 야당 시절 주축이 돼 발의한 방송법 개정안을 통과시켜 MBC사장을 선임하자고 말한다. 개정안에는 공영방송 사장 선임 시 재적이사 3분의 2이상의 찬성을 요구하는 '특별다수제'와 이사회를 여권추천 이사 7명, 야권추천 이사 6명, 총 13명으로 구성하는 안이 담겨있다. 모든 대안이 그렇겠지만 여기에도 단점은 존재한다. MBC 사장 임명을 정치권의 합의에 맡겨야 하기 때문이다.

정치권의 합의로 MBC사장을 임명하는 것이 현재의 사장 임명 방식보다 낫기야 하겠지만 최승호 PD의 증언에 따르면 꼭 그렇지도 않다. 최승호 PD는 "문화방송 내 정치권과 친밀한 인사는 민주당, 자유한국등 등 모두와 두루 친하다"고 말한 바 있다. 정치권의 합의로 선출된 사장도 언제든지 정치권의 회유와 압력에 굴복할 수 있다는 얘기에 다름없다. 한편으로는 정치권의 합의로 선출된 사장을 두고 MBC의 독립성이 확충된 것이라 말하기도 어렵다.

따라서 문화방송의 독립성을 보장하려면 사장을 비롯한 주요 임원진의 임명권한을 MBC 사원들이 가지도록 할 필요가 있다. 이는 MBC를 외압에서 자유토록 할 것이며, 독립성이 보장되면 MBC 스스로가 다짐해온 공영방송으로서의 역할이 가능한지 가늠할 수도 있다. 만약 그럼에도 MBC가 공영방송으로서 역할을 해내지 못한다면 MBC 자체를 해체하는 것도 좋은 방안이다. 독립성을 보장해주어도 그 독립성의 가치를 살리지 못하는 언론이 존재해야 할 이유는 없다. 공영방송이라는 이름으로는 더욱 그렇다.

김장겸 체제의 종식은 MBC 정상화의 끝이 아닌 시작이다. 이제 MBC 조합원들은 국민들에게 그들의 가치를 입증해야 한다. 한 번의 승리를 만끽하기에는 MBC의 지난 과오가 크다. '만나면 좋은 친구 MBC 문화방송'이라는 그들의 캐치 프레이즈가 TV속에서 우리네 현실으로 걸어나올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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