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뭇 생령에게 먹는 것만큼 중요한 건 단언컨대 없다."

인간에게 가장 중요한 문제는 무엇일까. 밤 사이 죽지 않고 내일도 오늘처럼 아침을 맞는 것이다. “밤새 안녕하셨습니까?” 문안인사의 대표 격인 이런 멘트는 삶의 본질을 날 것 그대로 드러낸다. 너나 할 것 없이 사흘 굶어서 담을 넘지 않으면 바보이고, 열흘 단식하면 너나 할 것 없이 “누가 나를 떠메고 병원으로 달려가지 않나?” 초조해진다. “아침 드셨습니까” “점심은요” 라는 문안인사도 마찬가지이다. 세상이 그렇고 인생이 그렇다. 먹는 것만큼 중요한 건 단언컨대 없다.

일단 먹어야 여유도 부리고 문화예술도 향유한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란 말은 그래서 나왔다. 배를 적당히 채워야 사물이 보이기 시작하고, 그제서야 사주경계도 가능해진다. 누가 멋있는지 누가 예쁜지도 그제서야 서서히 보인다. 세상이 그렇고 인생이 그렇다. 먹는 것만큼 중요한 건 단언컨대 없다.

▲ 박흥준 상임고문

생명을 받고 이 땅에 태어난 모든 동식물에게 이 법칙은 세대를 초월해 관철된다. 어른도 먹어야 하고 아이들은 더욱 그렇다. 한창 자랄 나이에 영양이 부실하면 설령 살아남는다 하더라도 오랜 세월 건강문제로 힘들어하게 된다. ‘어른도 한 그릇, 아이도 한 그릇’이란 말이 그래서 나왔다. 주기도문에도 나온다. ‘우리에게 일용할 양식...“ 세상이 그렇고 인생이 그렇다. 먹는 것만큼 중요한 건 단언컨대 없다.

문제는 존심이다. 먹더라도 우아하게 먹어야지 게걸스레 먹을 수는 없다. 몸은 먹자고 하는데 정신이 거부하면 먹고 싶어도 먹지 못한다. 그런 상황에서 억지로 먹으면 체한다. 존심을 상하면 너나 할 것 없이 웬만해서는 절대 먹지 않는다. 차라리 굶어죽지! 그래서도 세상이 그렇고 인생이 그렇다. 먹는 것만큼 중요한 건 단언컨대 없다.

먹더라도 남의 것 빼앗아 먹으면 안 된다. 그냥 내 걸 먹어야지. 그리고 나눠 먹어야지. 오늘도 먹고 내일도 먹으려고 양식을 갈무리하면서 인류의 비극은 시작됐다. 누군가 갈무리하면 누군가는 굶주린다. 죽지 않으려면 존심을 죽여야 하고 양식을 구걸해야 하며 일정한 시점에 이자 붙여서 갚아야 한다. 양반과 상놈이 그래서 나왔다. 상놈은 때로는 불쌍하게 보여야 하고 그 불쌍하게 보이려 애쓰는 어머니 아버지가 애처로워 상놈의 아이들은 울타리에 숨어서 뜨거운 눈물을 흘린다. 자상한 표정으로 한두 푼 던져 주며 굽어보는 놈은 양반이다. 세상이 그렇고 인생이 그렇다. 먹는 것만큼 중요한 건 단언컨대 없다.

아이들 무상급식이 또 도마에 올랐다. 몇 년 전 얼결에 도지사가 됐던 홍 모씨는 자기도 어렸을 때 가난했다면서도 급식비를 못 내는 부모와 아이들의 존심을 사정없이 갉아댔다. “학교는 공부하러 오는 곳이지 먹으러 오는 곳이 아닙니다.” 이런 소리를 예사로 하는 양반은 인간에 가깝다고 봐야 한다. 이번에는 급식예산 분담률을 놓고 도교육청과 경상남도, 각 시군이 볼썽사납게 신경전을 벌였다. 어른들은 아직도 정신줄을 놓고 있다. 세상이 그렇고 인생이 그렇다. 먹는 것 만큼 중요한 건 단언컨대 없다.

그래서도 우리의 아이들! 밥은 당당하게 먹어야 한다. 그래야 소화가 되고 영양이 온 몸에 골고루 퍼진다. 그래야 우리의 아이들은 건강하게 자라고, 그래야 우리의 건강한 앞날이 담보된다. 4-500년 후 인구가 줄어 한민족이 없어질 지도 모른다는 가당찮은 걱정일랑 하지 말고, 일단 우리 아이들에게 밥이라도 편안하게 먹이자. 더 이상 왈가왈부 하지 말자. 그들의 존심을 건드려 동심이 상하게는 하지 말자.

그리고... “선별이니 보편이니” 하는 논쟁도 더 이상 하지 말자. 다 같이 살아야 하고 그러려면 다 같이 나누어야 한다. 무엇보다 빼앗아 먹지는 말아야 한다. 나눠야 할 걸 나누지 않으면 그 것이 바로 빼앗는 것이다. 더 이상 아이들의 가슴에 생채기를 내지 말자. 먹는 것으로 장난치지 말자. 무엇보다 존심을 죽이도록 강요하지는 말자.

자, 우리의 아이들! 우리의 미래들! 입을 모아 다 함께 외치자.

“존심을 죽이자! 급식 먹자! 죽지 말자! 함께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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