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과 제약자본 쉽게 손잡을 수 있어

''됐다 마~. 내는 이리 살다 죽을란다.''

복약지도나 식사상담 중에 이런 반응이 나오면 힘이 쫙 빠진다. 특히 70대 이상 분들 중에 이런 반응들이 많다. 솔직한 심정으로 70대 이상 분들에게는 복약지도나 식사상담이 거의 무의미하다는 생각까지 든다. 70년 가까이 형성된 식습관과 생활습관은 쉽게 바꿀 수 없다. 특히나 이처럼 본인들의 의지가 없다면.

하지만 젊은 사람은 그렇지 않다. 특히 10대, 20대가 당뇨나 지방간 같은 대사성 질환의 처방을 받아오면 이건 심각해진다. 중학생이 지방간이라면 술 때문은 아닐것이다. 정제 탄수화물 중심의 가공식, 인스턴트 음식을 많이 먹어 몸속에서 탄수화물이 지방(비계)으로 바뀌어 쌓인 것이 지방간이다.

▲ 황규민 약사

''이렇게 살다 죽을란다.''는 분들이야 어차피 살 날이 얼마 안 남았지만, 10대 20대 들은 경우가 다르다. 살아갈 날들이 너무나 많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이 약은 성인 제2형 당뇨병 환자의 혈당조절을 향상시키기 위해 식사요법 및 운동요법의 보조제로 투여한다.'' 당뇨약 설명서의 일부분이다.

식사와 운동 등 생활관리는 당뇨약이나 고지혈증약 같은 대사성 질환 약 설명서의 <효능 효과> 맨 앞부분에서 아주 중요하게 강조되는 부분이다.

우리 몸은 100년전이나 지금이나 유전적으로는 변함이 없다. 그렇지만 나타나는 표현형은 비만, 당뇨, 지방간, 비만에 의한 불임 등 다양하다. 이유는 간단하다. DNA는 그대로인데 먹는 음식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당뇨 고지혈증 같은 대사성 질환 약품설명서는 식이요법과 운동요법을 주로 하고 그래도 안 되면 보조적으로 약을 사용하라고 '형식적' 이나마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 말이 공허한 것은 약이 주가되고 음식과 생활관리가 보조적인 것으로 순서가 바뀐 것이 오늘의 현실이기 때문이다.

식사와 생활관리의 중요성을 제약산업은 애써 무시하고, 병의원에서는 무관심 한 듯 하고, 약국에서는 한계를 느끼고있다.

욕망과 욕망이 만나면 전쟁을 일으키기도 하고 사람과 세상을 변화시키기도 한다.좋은 변화인지 나쁜 변화인지는 또 다른 문제이다.

먹고싶은 것 참아가며, 술 담배 끊고, 힘들게 운동하는 것 보다는 알약 하나로 해결하는 것만큼 좋은 것이 또 있을까 싶다.

이러한 개인적 욕망과 제약자본의 욕망은 쉽게 손잡을 수 있었다. 그래서 약이 ''식사요법및 운동요법의 보조제''에서 모든 질병의 주된 해결사로서  우뚝 서게 된 것이 오늘의 현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질병의 원인을 없애지 않고 약으로 누르기만 하면 우리 몸은 풍선과 같아서 또 다른 질병이 불쑥 튀어 나오기도 하고, 약이 우리 몸을 망가지게할 수도 있다.

현실감 없고 식상한 표현이지만, 당뇨, 고지혈증 같은 대사성 질환에서 약은 건강한 식사와 건강한 생활습관의 보조수단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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