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가 진보하려면 흑백논리 극복해야"

사람들은 흑백을 좋아한다. 선과 악으로 분명히 갈라서기를 바라고, 남과 여 중 하나이기를 바라고, 아군과 적군, 내 편인지 네 편인지 선택하라고 요구한다.

나는 인간이 이렇게 이분법을 좋아하게 된 이유가 일종의 생존습관이라고 생각한다. 생명이 가진 근원적인 이분법 즉, 삶과 죽음에 의한 습관.

모르는 열매를 구분하는 방법은 두 가지로 나뉜다. 먹어서 살거나 혹은 죽거나. 동물도 두 가지 관점으로 나뉜다. 잡아 먹거나 잡아 먹히거나. 생존 여부에 따라 선과 악의 구분도 자연스럽게 생겨났을 것이다. 나에게 먹을 것을 주는 쪽은 선이고, 내 먹이를 노리는 자는 악이다.

▲ 서성룡 기자

전쟁은 사람들을 더욱 이분법적인 사고로 밀어붙였을 것이다. 적이냐 아군이냐에 따라 죽고 사는 문제가 결정되기에 당연히 내 생명을 보장하는 쪽이 선이 되고, 생명을 뺏으려는 자는 악이 된다.

하지만 이분법은 인간의 의식 속에서나 존재하는 환상일 뿐이다. 흑백의 기준이 되는 완전한 밤도 완전한 낮도 없으며, 완전한 선도 완전한 악도 없다. 낮도 밤도 아닌 어스름한 새벽과 어둑한 해질녘이 있고, 선한 존재 안에도 악한 면이 존재하고, 악한 존재에도 선한 면이 있기 마련이다.

겉모습으로 남자와 여자로 나뉘지만(겉모습으로 나뉘지 않는 사람도 있다) 남성 안에도 여성성이 존재하고, 여성 안에도 남성성이 존재한다. 어떤 경우엔 겉모습과 반대인 성 정체를 가진 경우도 있으며, 개인마다 그 비율은 천차만별이다. 세상엔 빛과 어둠만이 존재한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빛은 총천연색이고, 눈에 보이지 않는 빛이 얼마나 많은지 사람들은 아직 잘 알지 못한다.

흑백논리가 강한 사람을 보면 세상을 전투적으로 사는 사람인 경우가 많다. 생존본능이 작동해야 하는 환경일수록 흑백논리는 강해진다. 그런 면에서 대한민국은 흑백논리가 자랄 수 있는 좋은 토양이다.

빈부격차가 심하고, 지역 갈등, 세대 갈등, 이념갈등이 치열한 나라다. 남과 북은 이념과 외세에 의해 갈라져 총부리를 겨누고 있고, 성(性) 격차, 학력차, 직업간 격차가 심각하다. 그러면서도 사회안전망이나 복지는 취약하다. 돌아보면 모두가 생존을 위협하는 적 아니면 아군인 것이다.

하지만 사회가 앞으로 나아가려면 흑백논리를 극복해야 한다. 이것이 딜레마다. 흑백논리를 극복하려면 민주적인 사회가 돼야 하고, 민주주의 발전을 위해서는 흑백논리가 극복돼야 한다는 식이다. 결국 닭이 먼저냐 알이 먼저냐이다. 물론 닭과 알은 오랜 시간 함께 진화해 왔다.

우리는 사회격차도 줄여야 하고, 사회안전망도 갖춰야 하고, 흑백 논리도 극복해야 한다. 그게 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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