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주여건 개선해야 가족동반 이주 산업클러스터 발전 가능

진주혁신도시 건설로 진주시 인구가 다소 증가했다. 혁신도시특별법이 제정된 해인 2007년 9월말 주민등록 인구 33만2264명에서 5년 뒤인 2012년 9월말에 33만7108명으로 5천명 증가했고, 10년이 지난 2017년 9월말 현재 34만7119명으로 약 1만5천명이 증가한 셈이다. 올해 6월말 현재 진주혁신도시 인구는 1만4800명이다. 이 중 이주해온 공공기관 직원과 가족은 약5000명으로 1만명은 기존 진주시나 인근 지역에서 이주해온 사람들이다.

혁신도시에 이전한 공공기관에 근무하는 직원들의 다수는 가족을 수도권에 둔 채 나홀로 살이를 하고 있다. 6월 말 현재 전국 10개 혁신도시 내 이전기관 직원들의 가족동반 이주율은 평균 32.5%에 머물러 있다. 진주혁신도시의 경우 29.5%로 전국 평균 이하다. 근무 직원 3582명 중 1055명에 그친다. 국방기술품질원(34.3%), 중앙관세분석소(32.3%), 한국토지주택공사(29.8%), 한국시설안전공단(28%), 한국저작원위원회(26%), 한국승강기안전공단(16.9%), 주택관리공단(8.9%)순으로 나타났다. 산업부 소관 공공기관의 경우 한국남동발전(49.8%), 한국세라믹기술원(48.5%)로 높은 반면 한국산업기술시험원(14.6%), 중소기업진흥공단(21.6%) 등은 평균에 못 미쳤다. 택지 조성과 분양으로 끝내는 식으로 혁신도시를 개발하다 보니 지역균형 발전이란 취지는 무색해지고 공기업 직원조차 이주를 꺼리는 상황이 되고 만 것이다.

왜 공공기관 직원들의 가족은 동반이주하지 않는가. 이전부터 살던 곳에 쌓은 여러 연고 때문에 이주하기가 쉽지 않은 면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가장 큰 원인은 이전한 도시의 삶의 여건이 좋지 않기 때문이다. 정주 여건에는 경제, 교육, 의료, 문화 등이 여러 차원이 있겠지만 공공기관 직원의 경우 일자리는 확보되어 있는 셈이니 나머지 가운에 큰 비중을 차지하는 교육과 의료 여건을 살펴보자.

▲ 장상환 경상대 명예교수

진주 학생들은 성적만 되면 수도권 대학으로 진학하려 한다. 수도권 대학에 진학하는 가장 큰 이유는 수도권에 일자리가 많아 취직하기 쉽기 때문이다. 진주에서 대학을 다녀도 일자리를 찾아 수도권으로 향한다. 경상대의 경우 종합대가 된 70년대 말부터 90년대초 외환위기 이전까지는 거점국립대로서 서울의 최상위권 대학 다음 가는 위상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80년대 대학졸업정원제의 시행과 포기로 대학 입학 정원이 크게 늘어난 후 수도권 대학과의 격차가 커졌다. 외환위기 이후 양극화로 취업난이 심화되면서 격차가 심화되자 진주 사람들은 우수한 자녀들을 지역의 국립대에 보내려하지 않는다. 학생들이 수도권 대학에 진학하면 가족이 동반 이주하고 아버지는 기러기 아빠 신세가 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제는 많은 지방 소재 대학들이 ‘지잡대’라고 모욕적 이름으로 불리는 지경에 이르렀다.

또한 어느 땐가부터 진주사람들조차 병이 들어 큰 수술을 받아야 할 때면 진주에 있는 대학종합병원을 두고서 서울의 대형 종합병원, 이른바 빅파이브로 간다. 지방의 종합병원에는 최신의 정밀 진단 장비가 부족하고, 환자수가 적어 어려운 수술의 경험이 부족한 탓이다. 환자와 의사, 간호사 모두 수도권으로 가려 하니까 지방의 병원들은 숙련된 의사와 간호사를 구하기 어렵다. 결국 현재 상황이 그대로 지속될 경우 시간이 지나도 혁신도시 직원들의 가족 이주가 별로 늘어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정부의 지방분권 확대와 지역균형발전 의지는 강하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26일 지방자치의 날 기념사에서 개헌을 통해 자치입법권, 자치행정권, 자치재정권, 자치복지권의 4대 지방 자치권을 헌법화하겠다고 했다. 또 지방재정 자립을 위해 국세와 지방세 비율을 현재의 8:2에서 7:3으로, 장기적으로 6:4 수준으로 개선하고 고향사랑 기부제법 제정도 추진하겠다고 했다. 혁신도시를 대단지 클러스터로 발전시켜 지역산업의 경쟁력을 확보하고, 정주여건을 개선해 온 가족이 함께 거주하는 자족도시로 키워가겠다고 했다. 그러나 지방분권이 확대되어도 다음과 같이 정주여건이 개선되지 않으면 혁신도시 가족의 동반 이주와 산업클러스터 발전을 기대하기 어렵다.

첫째, 지역의 국립대에 집중적으로 투자하여 지역의 우수한 학생들이 수도권 상위권 대학으로 진학하지 않아도 되도록 만들어야 한다. 혁신도시의 산업클러스터 발전을 위해서도 지방의 거점 국립대의 경쟁력을 높여 우수 인재를 양성해야 한다. 산업클러스터는 산업체의 활동과 교육과 연구기능이 결합되어 이루어진다. 스탠포드대학과 실리콘 벨리의 협력이 대표적인 사례다.

지역인재 할당 확대도 필요하다. 공공기관의 2016년 지역인재 채용률은 전국 평균 13,3%로 낮은 편이고 경남은 11.2%로 전국 평균에 미치지 못한다. 국토교통부는 지역인재 할당제를 확대하기 위해 8일 ‘혁신도시 건설 및 지원에 관한 법률’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혁신도시 등 지방 이전 공공기관이 내년부터 신규 채용인원의 18% 이상을 지역인재로 의무 채용하고 이런 비중을 2022년까지 30%로 늘리도록 한다는 것이다. 지역인재 할당제가 확대되면 우수한 학생들의 지방 대학 진학이 다소 늘어날 것이다. 그러나 지역인재 할당제가 실시되어도 일정 수준 이상의 능력을 갖출 경우에만 채용할 것이므로 대학의 경쟁력이 높아지지 않으면 혁신도시 공공기관과 클러스터가 요구하는 우수한 인재를 배출할 수 없다.

미국에서는 한 주에 여러 개의 주립대학이 있다. 새로운 도시에 새 주립대학을 세우면 주 정부는 역사가 오래된 주립대학은 연구역량이 많이 축적되어 연구비 확보가 용이하고 졸업생이 많아 기부금도 많이 모을 수 있다는 이유로 지원을 줄이는 대신 후발대학을 집중 지원하여 선발대학과의 격차를 줄임으로써 해당도시의 우수한 학생들이 들어가고 싶은 대학을 만든다. 한국에서는 그동안 갖가지 명목의 재정지원 사업을 하면서 수도권의 앞서가는 대학에 더많이 지원한 탓에 수도권 대학과 지방 대학의 격차가 더욱 벌어졌다. 이제부터는 지방의 후발 국립대를 집중지원해서 육성해야 한다. 프랑스에서 했던 것처럼 국립대를 통합네트워크 체제로 전환하는 것도 획기적 정책도 도입해야 할 것이다.

둘째, 지방 종합병원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최신 첨단진단장비를 갖추도록 지방의 거점 대학병원에 지원해야 한다. 고가의 첨단 진단장비의 이용효율을 높이기 위해 지역의 다른 병원에 함께 이용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다. 또한 지방 종합병원 의료진의 능력을 높이기 위해 수도권 종합병원과의 순환 근무를 도입하고 확대할 필요가 있다.

수도권의 비대와 지방의 위축은 그 자체로 큰 적폐다. 지방민들의 수도권 병원 이용과 자녀 수도권 대학 입학으로 인해 발생하는 비용은 엄청나다. 선진국의 경험을 참조하여 이를 시정하는 것은 지방민들의 고통을 줄이면서 동시에 경제와 사회 운영의 효율을 높이는 것이기도 하다. 문재인 정부의 종합적 정책 처방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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