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푸란, ‘No Shampoo’라는 이름처럼 샴푸를 사용하지 않고 머리를 감는 것을 말합니다. 보통 샴푸 없이 물로만 머리를 감거나, 또는 베이킹 소다, 사과식초 등 샴푸를 대신할 다른 재료들을 사용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샴푸, 비누 등 세제에서 주된 역할을 하는 것이 계면활성제라는 것입니다. 계면활성제란 피부(또는 모발)의 경계면과 기름기의 경계면을 활성화(분리)시켜 피부(또는 모발)에서 기름기(기름때)를 떼어 내는 역할을 하는 것입니다.

단순화시켜 말하면 샴푸, 비누 등의 역할은 피부(또는 모발)에서 기름기를 떼어내는 것입니다. 즉, 물로 씻기지 않는 기름기(기름때)를 제거하는 것이 주된 것입니다.

사람마다 노푸를 하는 이유는 3가지 정도가 될 것입니다.

첫째, 게으름 때문입니다. 노푸를 하면 샴푸, 린스, 헹구는 시간이 절약됩니다. 물로 스윽 한번 헹구고 수건으로 닦으면 그만입니다. 이런 사람은 베이킹 소다나 사과 식초로 두 번 세 번 헹구는 일은 안할 것입니다. 끈적임이나 냄새가 신경 쓰인다면 천연계면활성제 샴푸를 간혹 사용하면 됩니다.

둘째, 두피 질환과 탈모 예방을 위하여 노푸하는 경우가 있을 수 있습니다. 샴푸, 즉 물비누에는 인공합성 계면활성제가 들어있는데 이것은 생분해되지 않습니다. 대부분 씻겨 없어지지만 소량은 두피에 그대로 남아 있게 됩니다. 이것이 두피질환이나 탈모의 원인이 될 수 있습니다.

셋째, 환경을 생각하여 노푸하는 사람이 있을 수 있습니다. 계면활성제가 생분해되지 않고 하천을 따라 내려가면 독성물질이나 환경호르몬으로 작용합니다. 미생물들이 하천을 정화하고 공해물질을 분해하는 데 계면활성제(세제, 샴푸 등), 공장폐수 등에 의해 미생물들이 죽게 되면 하천의 자정능력이 없어집니다. 심한 경우 강물이 썩어 악취가 나고 수생생물들이 죽을 수도 있습니다.

환경호르몬으로 작용하면 하천의 생명체들이 병들고, 기형 물고기가 생길수도 있고, 암수 균형이 깨어져 생명체들이 줄어들기도 합니다. 진화과정에서 접해본 적이 없는 인공합성 계면활성제를 처리하는 시스템을 생명체가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합성세제를 포함한 생활오수는 공장폐수와 다를 것이 없습니다. 독성물질과 환경호르몬으로 물고기와 같은 생명체가 죽고 기형이 된다면 우리와 우리의 아들딸들도 그렇게 될 것입니다. 물고기와 인간을 포함한 모든 생명체는 공통의 조상을 가지며, 동일한 생명법칙을 공유하기 때문입니다. (아~ 너무 거창하게 나가버렸네요.)

저는 두피건강, 탈모, 환경 보다는 게으름과 건성피부 때문에 '노푸' 중입니다. 세수할 때 비누를 사용하지 않은 것이 30년 가까이 됩니다. 저는 피부가 건성이기 때문에 비누를 사용하면 얼굴이 당겨서 보습 크림이나 로션을 사용해야합니다. 비누를 사용하지 않으면 크림이나 로션을 사용하지 않아도 됩니다.

두피가 심한 지성인 경우에는 노푸를 신중하게 고려해야합니다. 샴푸나 비누 같은 세제의 목적은 두피나 피부의 기름기를 제거하는 것이 주된 기능이므로 심한 지성 두피의 경우에는 노푸가 적합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심한 지성피부인 사람이 탈모나 피부 트러블 때문에 노푸하고 싶다면 차라리 천연 계면활성제를 사용한 (비누 성분이 완전히 생분해되는) 세제를 사용하는 것이 좋을 수도 있습니다.

두피질환이나 탈모 또는 환경 때문에 '노푸'중이지만 깔끔한 느낌으로 생활하고 싶다면 (그런데 게을러서 베이킹 소다나 사과식초 등을 사용하는 것이 번거롭다면) 생분해가 입증된 천연계면활성제 샴푸를 가끔 이용하시는 것도 좋습니다.

노푸를 하다보면 1~2달에 한 번씩 위기를 맞게 될 수도 있습니다. 이발관이나 미용실에 가면 머리를 감겨줍니다. 그때 망설이게 됩니다. "샴푸세제를 쓰지 말고 머리를 감겨주세요"라고 밝힐 것인지. 그런데 망설이고 있는 순간 어느새 젖은 머리는 샴푸 거품으로 뒤덮여 있습니다.

노푸를 밝히고 샴푸를 거부할 것인지, 괴팍한 사람으로 취급받는 것이 싫어서 그냥 샴푸를 받아들일 것인지, 미리 결정을 하고 가야 이런 봉변(?)을 당하지 않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순식간에 당합니다. 한 달 동안 노푸하지 않은 게 순식간에 헛짓이 됩니다. 노푸, 호락호락 하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