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 현장, 배우 최동석 인터뷰

<단디뉴스>가 진주에서 활동하는 문화예술인을 찾아가는 기획을 마련했다. 큰 유명세를 떨치지 않아도 지역에서 묵묵히 문화예술활동을 하는 사람을 찾아 작품 세계와 생각을 듣는 것이 기획의도이다. 첫 번째 순서는 연극 분야이다. 현재 3살 아이 아빠로 육아가 연극만큼 힘들다는 연극배우 최동석씨를 만났다.

진주에서 이미 유명인이던데?

나는 아니고(웃음), 극단 현장이 전국에 있는 극단 중에서 유명한 것은 사실이다. 수상도 했고, 42년 역사를 가진 극단은 전국에 드물다.

진주 극단 현장은 작년 '제1회 대한민국연극제'에서 ‘강목발이’로 금상을 수상했다. 단체상에 이어 최우수연기상은 최동석 씨, 희곡상은 임미경 씨가 각각 수상했다

요즘은 주로 무엇을 하는지

육아로 바쁘다.(웃음) 배우로 보면 일단 극단에서 공연을 하고 있다. 공연이 계속 있다. 그리고 요즘 학교 출강도 한다. 사실 출강이라 하기엔 좀 거창하고 학생들에게 연극을 가르치고 있다. 산청 생초초등학교가 ‘예술꽃 씨앗학교’로 선정돼 있다. 극단 후배들과 함께 4년 동안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주로 연극과 뮤지컬로 아이들과 만들고 있다. 예술 특화교육이 아이들에게 도움이 되고 있다.

▲ 극단'현장' 배우 최동석씨

진주에서 연극배우 활동이 가지는 의미는 무엇일까

자기 출신을 바꿀 수 없으니까 내가 이렇게 성장하고 작품활동 할 수 있었던 건 진주였기 때문에 가능했을지도 모른다. 사람들은 진주가 문화예술도시라는 말을 많이 한다. 실상 문화예술 작업을 하는 사람들에게 물어보면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문화예술의 도시임은 분명하지만, 문화예술 활동하기 좋은 환경은 아니라고들 한다. 내 생각은 이렇다. 땅이 좋으면 작물이 잘된다는 말이 있다. 진주지역은 문화예술 바탕이 좋은 것 같다. 환경이나 여건이 좋아 예술작업하는 분들이 오랫동안 버텨 왔다기보다는 이 지역 사람들 간에 지켜오고 계승하려는 정신같은 게 잘 이어져 오는 것 같다. 상업적으로 또는 다른 방향으로 변질되어 갈 수 있지만 웃어른들께서 흔들리지 않고 잘 버텨주니까 그 아래 세대가 다른 유혹에 흔들림 없이 간다. 진주정신과 같은 숭고한 의미를 지키는 문화예술인이 진주에 많이 있다. 이런 점이 자랑스럽다.

예전 뮤지컬 논개도 그렇고 최근 연극 강목발이까지 진주관련 소재가 많다

강목발이는 홍길동보다 훨씬 뛰어난 의적이라고 기록에 남아 있다. 실제 생가터도 있고, 자손도 있다는 걸 알았다. 애착이 생겼다. 뮤지컬 논개도 마찬가지고 형평운동을 다룬 불꽃, 동학농민항쟁 역사를 다룬 ‘이걸이 저걸이 갓걸이’도 있다. 작품을 만들기 위해서 진주에 대한 공부를 많이 하고 있다. 연극으로 공연하면서 진주만의 힘을 느낀다. 이런 진주 역사를 다룬 작품으로 관객을 만나면서 후배들에게 계승할 수 있는 뭔가 생긴다는 게 기쁘다. 선배들에게 배워온 것이다. 진주 문화예술이 깊은 이유가 여기에 있지 않을까 생각된다.

진주에서 연극 활동을 하는데 어려움은 없나

진주는 어떻게 보면 조금 보수적이고, 예술에 대한 인식이 머물러 있다. 대도시나 아니면 같은 경남인 창원에만 가도 다르다. 문화에 대한 관심과 수준 이런 것들이 내가 느끼기에 진주는 조금 진부하다. 굳건히 흔들리지 않는 역사와 전통은 진주에 있는데 대신 새로운 것에 대한 변화나 인식이 빨리 바뀌지 않는다. 이것이 진주에서 연극활동을 하는 데 가장 힘든 부분이다. 우리가 더 노력해야 한다.

극단 현장 노력만으로 되나. 진주시의 지원은 없나

크게 없다. 관리감독은 전보다 강해졌다. 안전부분이 많다(웃음). 현장 아트홀은 저희가 직접 운영하는 곳이지만 지역에 있는 많은 문화예술단체들에게 사랑방 같은 곳이다. 공연할 데가 진주에는 없다. 예술회관 1000명이 넘는 객석을 어떻게 감당하겠나. 진주에서 우리 현장 아트홀의 역할은 분명히 있다. 하지만 진주시는 우리와 같은 문화예술단체와 함께 일한다는 그런 게 아니라 '언제까지 체크해 주세요'. '어떻게 문제는 없죠' 늘 이런 식이다. 원래 집에서 내놓은 아이가 더 강하고 독립적이듯 그래서 저희가 실력이 늘었는지 모르겠다. 오히려 중앙정부 사람들이 더 친절하고 사업이 더 구체적이지, 진주시와 일하면서 따뜻하고 진심어린 느낌은 아직받은 적이 없다. 다른 지역의 경우 지자체 문화예술 정책관과 현장 활동가들이 협업하여 성공하는 사례가 많다.

남강유등축제에 활동은 없나

3,4년 전만 해도 주제뮤지컬이라 해서 축제 첫날부터 마지막 날까지 매일 공연했다. 하지만 진주시에 예산 문제, 재정 문제, 축제 자립화 이런 얘기 나오면서 중단되었다. 올해는 그냥 진주성 안에서 가족극 공연만 했다. 축제에 우리가 하는 건 거의 없다.

문화의 힘은 무엇인가

어쩌면 문화활동은 생산적인 작업이 아니다. 경제적으로나 자본적으로 보면 말이다. 하지만 문화는 소중한 생각을 유지시킨다고 생각한다. 존경, 사랑, 우정, 벅참, 기쁨, 슬픔 이런 것들은 눈에 보이는 것들이 아니다. 연극예술은 특히나 사람의 감정, 사람에 대한 생각, 마음, 진심을 다루는 작업이다. 문화는 무형으로 큰 힘이 있다.

진주 시민에게 바라는 점은 있는지

오로지 관심이다. 용기를 내서 더 다가와 줄 수 있는 시민이 많았으면 좋겠다. 다른 지역에 가도 40년 넘은 극단은 별로 없다. 서울 홍대가면 산울림소극장이라는 버스정류장이 있다. 극단 현장아트홀 정류소가 생겼으면 좋겠다. 현재는 대우증권 정류소다. 바로 옆은 병원 정류소다. 금융기관과 병원은 분명 사람들의 실생활에 도움이 되고 필요하다. 그런 것처럼 연극활동도 사람들에게 필요하다. 우리가 더 열심히 발로 뛰겠다. 진주시민 분들도 생소하다거나 나와 별개라 생각하지 마시고 저흴 찾아 달라.

앞으로의 계획은

11월부터 진주 12군데 도서관을 찾아가 공연을 한다. 지역민과 소통을 위한 새로운 시도다. 오지 않으면 찾아가면 된다. 관객들과 좋은 시간 가지고 좋은 평가를 받겠다. 선배님들이 수십 년 해온 극단 연극작업을 소홀히 할 수 없다. 어렵게 모은 관객을 떠나보내서도 안 된다. 어차피 나는 예전 진주 선배님들이 닦아 놓은 길 위에서 놀고 있을 뿐이다.

▲ 연극 '강목발이' 공연 한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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