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일의 페미니즘 전 대표 성가연 씨 인터뷰

경상대학교 페미니즘 그룹 ‘수요일의 페미니즘’이 척박한 환경에서도 명맥을 유지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이들은 페미니즘 잡지 ‘수펢’을 발행하고 있으며 강남역 살해사건 당시 추모부스를 설치했다. 박근혜 탄핵 정국에는 페미니스트 시국 선언문을 발표했으며, ‘메갈리아’, ‘지방에서 페미니스트로 산다는 것’ 등의 주제로 좌담회를 열기도 했다. 지난 17일 성가연(27) 전 수요일의 페미니즘 대표를 만나 인터뷰했다. 그는 진주여성민우회의 활동가이자 페미씨네 회원이기도 하다.

Q. ‘수요일의 페미니즘’은 무엇을 지향하는 단체이며, 언제 만들어졌나요?

A. 수요일의 페미니즘은 여성들에게 ‘세이프존’이 되길 지향하는 단체입니다. 세이프존, 즉 남성중심의 사회에서 여성들이 안전함을 느끼고 평등한 존재로 자리매김할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해 주는 곳을 말합니다. 수요일의 페미니즘은 강남역 살해사건이 발생하기 한 달 전에 만들어졌습니다. 당시 페미니즘 열풍이 일면서 대학원생들이 이러한 그룹을 만들어보자고 제안했죠. 5명으로 시작해 지금은 9~10명 정도가 활동하고 있습니다.

Q. 페미니즘도 지향하는 바에 따라 성격이 다른데요. ‘수요일의 페미니즘’은 어떤가요?

A. 특정한 방향을 지향하고 있지는 않습니다. 내부 구성원들이 지향하는 페미니즘도 조금씩 차이가 있어요. 다만 굳이 지향하는 바를 말씀드리자면 중도 노선을 걸으려고 합니다. 지나치게 급진적이거나 혹은 너무 소극적인 페미니즘은 저희랑 맞지 않는 것 같아요.

Q. 매주 수요일에 하는 스터디 외의 활동들은 있나요?

A. 정기적인 활동은 없어요. 올해는 지난 해보다 활동이 드물었죠. 문제가 발생하면 활동합니다. 지금 스터디 내에서 ‘개척 레이디’라는 학내 행사와 관련해 말이 나오고는 있어요. 개척 레이디는 학교 행사인데, 여성들이 청바지에 흰 티를 입고 학생회 간부들 앞에서 춤을 춰 평가받는 대회예요. 여성의 성을 상품화하는 거죠. 이에 대해 입장을 발표하거나 행동할 지에 대해 내부적으로 논의 중입니다.

이제까지 해온 활동도 여럿 있어요. 대표적으로 학내 페미니스트 잡지 ‘수펢’을 발간 중이고요. 강남역 살해사건 당시 학내 추모부스 설치, 박근혜 탄핵정국에서 페미니스트 시국선언 발표, 그리고 ‘메갈리아’, ‘지방에서 페미니스트로 산다는 것’등의 주제로 연 좌담회 등이죠. 회원들 사이에서 학교 밖으로 나가 활동해야 한다는 얘기가 여럿 나오지만 아직 20대의 젊은 친구들로 구성된 단체인 만큼 그 활동 범위가 넓지는 않습니다. 아 참, 올 여름 수요일의 페미니즘 대표로 한국여성학회에서 수요일의 페미니즘에 대해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 강남역 살해 사건 당시 수요일의 페미니즘이 설치한 추모 메시지 보드

Q. 박근혜 탄핵정국 당시 발표한 시국선언 내용은 어떤 거였나요?

A. 박근혜가 여성이라는 이유로 여성에 대한 혐오 발언이 많았어요. 여기에 대한 지적. 그리고 당시 촛불집회에 참석하는 여성에 대해 ‘기특하다’는 말들이 많았는데 이 역시도 문제가 있어 지적했죠. 그 당시에도 여성혐오는 계속 되고 있었기 때문에 이런 차별에 반대하는 그런 시국 선언이랄까. 나중에 당시 선언문을 보내 드릴테니 읽어보세요. 흐흐

Q. ‘페미씨네’ 회원이시기도 하다고 들었는데, ‘페미씨네’는 무얼 하는 단체인가요?

A. 한 달에 한 번 페미니즘 영화를 함께 보는 모임이예요. 진주시민미디어센터에서 진행하고 있고요. 얼마 전 한국여성재단에 사업공모를 넣었는데 사업대상자가 돼서 예산을 지원받았어요. 더 확장적으로 활동을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Q. 수요일의 페미니즘, 어려움은 없나요?

A. 남성중심적 사고를 가지신 분들의 조롱과 위협이랄까요? 강남역 살해 사건 당시 추모 부스를 여니까 남학생 6명 정도가 주위를 둘러싸고 조롱을 한 적이 있었어요. 대표 본인 연락처가 유출돼 “어느 학과인지 안다”며 위협을 한 사례도 있고요. 학내 커뮤니티에 저희가 글을 올리는 경우도 조롱 섞인 댓글이 백 여 개나 달리곤 합니다.

 

▲ 페미니즘 계간지 '수펢'

Q. ‘수펢’은 어떤 잡지이며, 몇 부 정도 발행되나요?

A. 200부 정도 만들어 배부하고 있고요. 내용은 그때그때 주제를 꼽아서 채워요. 틀은 편집자의 말, 여는 글, 최근 이슈 등등. 예컨대 최근 호에서는 ‘쓰까먹는 페미니즘’이라는 이름으로 페미니즘과 관련된 소수자 문제, 이주민의 페미니즘, 남성성과 페미니즘 등을 실었죠. 문화비평도 함께요. 그리고 인터뷰도 하나씩 꼭 넣고 있어요. 진주여성회 인터뷰라든지.

Q. 수요일의 페미니즘에 남학생들도 참여하나요?

A. 네 성별을 가리지 않아요. 남학생이 반이나 됩니다. 사실 개인적으로는 남학생들이 오는 것도 반갑지만 여성들이 더 많이 들어왔으면 좋겠어요. 운동도 당사자 운동이 돼야 한다는 말이 많잖아요. 페미니즘 모임이니 역시... 물론 누구든 환영합니다. 오해하지 마세요(웃음)

Q. 페미니즘에는 언제부터 관심을 가졌나요?

A. 2014년에 지인이 공부를 해보라고 해서 했는데 당시에는 재미가 없었어요. 어렵고 납득도 잘 안 되고. 수요일의 페미니즘을 시작하며 서로 대화하고 사건이 있을 때 같이 활동하면서 자연스럽게 페미니스트가 된 것 같아요.

Q. 앞으로의 목표가 있다면요?

A. 인터뷰 초반에 말씀드린 것처럼 수요일의 페미니즘은 여성들에게 ‘세이프존’이 되길 지향하는 그룹입니다.

Q. 가연 씨는 현재 진주여성민우회 활동가이기도 하잖아요. 앞으로도 계속 여성활동을 할 생각이신가요?

A. 네. 우선 직업이니까요. 나름의 열정도 가지고 있고요. 앞으로도 여성주의적으로 동화책 읽기 등 다양한 모임을 만들어가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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