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달만에 노조원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

고용노동부가 지난 9월 파리바게트 협력업체 소속 제빵사의 가맹점주 파견은 불법이라며 시정명령을 권고했다. 파견근로자 보호법에 따르면 원청업체가 도급계약을 맺은 업체의 직원에게 직접 지시를 해서는 안 된다. 하지만 파리바게트 본사 소속 품질관리사는 가맹점 제빵사들의 출근시간을 조정하고 메신저로 지시를 내렸다. 본사는 제빵사 채용, 교육, 훈련, 임금, 승진 등의 기준을 만들어 사실상 인사와 노무관리까지 했다.

파리바게트는 고용노동부의 시정명령에 반발한다. 가맹사업법 5조에 가맹본부가 가맹점주의 경영, 영업활동을 지원해야 한다는 규정이 있기 때문이다. 이 법에 따르더라도 가맹본부가 가맹사업자와 그 직원에게 교육과 훈련을 제공할 수는 있지만 출근 시간을 변경하거나 매장 청소를 지시해선 안 된다. 인사와 노무관리도 마찬가지다.

‘단디뉴스’는 진주지역 파리바게트 제빵기사와 인터뷰를 하려 했으나 쉽지 않았다. 제빵기사들은 인터뷰에 부담감을 느꼈다. 이에 파리바게트 노조 지회장 임종린(34) 씨의 입장을 들어봤다. 인터뷰는 10월15일과 16일 이틀 동안 서면과 전화로 진행됐다.

▲ 진주시내 모처에 위치한 파리바게트 매장

Q. 먼저 고용노동부가 지난 달 21일 파리바게트 협력업체의 제빵사 파견은 불법이라며 시정명령을 권고했는데, 이에 대한 노조의 입장은 어떤가요?

A. 원하던 결과가 나와서 모두 기뻤습니다. 파리바게트 노조가 지난 8월17일 만들어졌는데 한 달만에 고용노동부가 이 같은 입장을 내놔 더 좋았습니다. 다른 노조원들도 마찬가지입니다.

Q. 파리바게트 노조는 어떤 목적으로 만들어졌나요?

A. 제빵기사들은 각 가맹점에서 혼자 일합니다. 부당한 업무지시나 대우를 받아도 어디에 항의하고 따져야 할 지 모르죠. 항의를 하더라도 개개인이 해서는 한계가 있습니다. 그래서 기사들이 뭉쳐보자. 뭉쳐서 목소리를 내자. 우리 이야기를 하고 처우개선을 해 보자며 시작하게 됐습니다.

Q. 전국에 파리바게트 제빵기사, 그러니까 협력업체 소속 제빵기사가 5천4백 명 정도라는데 노조원 규모는 어느 정도이며, 현재 노조가 하는 활동이 있다면요?

A. 5백 명 정도 됩니다. 협력업체 제빵기사의 10분의 1쯤입니다.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만들어진 지 2달 정도밖에 안 된 노조라 이제까지 1인 시위를 하거나 지역별 간담회 위주로 조합원들을 만나 왔습니다. 오는 23일에는 신촌 유플렉스 앞에서 야간 문화제를 열 계획입니다.

Q. 8월 17일에 만들어진 노조인데 노조원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었네요?

A. 노조를 만들어야 겠다고 마음먹고 전국의 제빵기사들에게 전화를 돌려보니 지역에서 노조를 만들려는 움직임이 있었더라고요. 그래서 그분들의 도움을 얻어 많은 인원을 보다 빠른 시간 내에 규합할 수 있었습니다.

Q. 23일 신촌 유플렉스 앞에서 열리는 야간문화제는 어떤 방식으로 진행되나요?

A. 토크 형식으로 진행될 것 같아요. 손아람 작가, 정의당 부대표, 알바노조 등이 참여할 예정입니다. 노조원들 중 최소 50-60명은 함께 할 것 같고, 그 외에도 시민 분들이 관심을 보여주실 것이라 믿습니다.

Q. 그렇군요. 노조원들이 현재 파리바게트에서 어떠한 지시를 받고 있나요. 그리고 어떤 점이 부당하다고 보시는지?

A. 그동안 파리바게트 본사가 카카오톡을 통해 거의 모든 업무지시를 했습니다. 그러다가 고용노동부가 감사를 시작하기 직전 단체 카카오톡 방을 전부 없앴어요. 기존에 파리바게트 본사는 단체 카카오톡 방을 통해 품질관리, 근무관리, 주문관리 등 각종 다양한 업무 지시를 했습니다.

Q. 일각에서는 본사가 제빵사 채용, 교육, 훈련, 임금, 승진 기준까지 만들어 사실상 인사와 노무관리도 하고 있다던데...

A. 파리바게트 사이트에 들어가면 제빵기사를 채용하는 페이지가 있습니다. 그곳에 지원을 하면 각 협력사로 넘어가고요. 승진과 상여도 본사에서 리스트가 내려오고 협력사에선 휴무자나 퇴사자 체크해서 그대로 올리는 것뿐입니다. 협력사 관리자가 직접 설명해 준 내용입니다. 최근 이해할 수 없는 승진사례가 있어서 협력사에 문의해보니 본사에서 승진 리스트가 내려온 것이라 자기네도 알 수 없다는 답변을 받았습니다. 사실상 인사관리를 본사가 하는 거죠. 품질평가도 본사가 합니다. 기사들 품질평가 점수가 곧 본사 관리자들 실적이 됩니다. 그래서 팀 평균이 낮으면 본사 사무실로 불러들여 야간교육을 시키기도 하고, 다음 품질평가 전까지 매일 만든 빵 사진을 보내야 하고, 뭐.. 그래요.

Q 입사하기 전 교육도 본사에서 받나요? 어떤 교육을 받나요?

A. 입사하기 전 교육은 국비교육인데, 본사에서 받습니다. 파리바게트 빵들을 제조하는 기법을 배우죠. 교육 막바지에는 주문을 넣는 시스템, POS 시스템에 대해서도 배웁니다. 저는 배우지 않았지만 최근 제빵기사가 된 노조원들 얘기를 들어보니 점주와의 관계에 대해서도 교육한다고 하더군요.

Q. 파리바게트 소속 정직원이 되면 어떤 점이 바뀌나요? 정직원과 협력업체 직원의 대우 차이는 어느 정도인지.

A. 임금이나 노동환경이 더 개선됩니다. 휴가도 보장되고 장기근속하면 월급도 오르고요. 협력사와 본사 소속 근로자 연봉이 천 만원 정도 차이가 나요. 휴가일수도 다르죠. 협력사 소속은 6일, 본사 소속은 7일, 그런데 협력사는 기본 6일이라고 해도 사람이 모자라 2일이나 3일 쉬는 경우가 많아요. 본사는 7일을 다 쉬죠. 또 본사 소속 기사들은 연차 쌓고 인정받으면 여러 길로 갈 수 있어요. 교육팀, 평가팀, 관리자급. 근데 협력사 기사들은 10년을 일해도 그냥 제빵기사예요.

Q. 주 5일 근무하시나요? 근무 시간이나 환경은 어떤가요.

A. 기사들 4-5명 정도가 일정을 맞춰 근무하고 있어 쉬는 날이 일정하지 않아요. 심할 때는 2주에 한 번 정도 쉬기도 합니다. 근무환경도 좋지 않아요. 파리바게트 가맹점 내부 인테리어를 할 때 작업동선을 고려 안 하고 때려넣듯이 기계를 넣어서, 그런 구조 때문에 디스크에 걸리는 기사들도 많아요. 근무시간은 원래 7시 출근 5시 퇴근인데 그것도 회장님 지시로 대부분 6시 출근으로 바뀌었습니다.

Q. 고용노동부가 입장을 내놓았지만 사례를 보면 결론이 어찌될지 모른다는 얘기도 있습니다. 현대차의 경우 불법파견이란 판결이 나왔지만 삼성전자 기사들의 경우 불법파견이 아니라는 판결이 나왔거든요. 파리바게트는 어떻게 될 것 같은가요?

A. 저희 문제의 경우 본사에서 업무지시를 내린 정황이 뚜렷하고 증거자료도 많이 가지고 있어요. 그래서 걱정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우리 문제를 잘 풀어가야 앞으로 다른 파견 노동자들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봅니다. 좋은 사례가 될 수 있을 것 같아서요.

Q. 협력업체 소속 제빵기사 수는 5천4백 명, 파리바게트 본사 직원은 5천2백 명, 이 때문에 협력업체 기사들이 본사 소속이 되면 파리바게트에 부담이 될 것이란 시각이 많아요. 장기적으로는 고용 자체가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던데요.

A. 본사의 부담을 어떻게 줄이면서 협력업체 기사들과 상생할 수 있을 지 대화로 풀어나가자는 것이 저희 입장인데, 본사는 대화를 거부하고 오히려 부담감만 조성하고 있습니다. 저희는 대화를 하고 싶어요.

Q. 파리바게트 가맹점주들의 입장은 어떠하던가요?

A. 점주협의회에서는 기사들의 본사 정규직화를 반대하고 있고요. 사장님들 가운데에는 "비용문제가 걱정된다. 노조가 생기는 게 불안하다. 기사들이 본사 소속이 되면 가맹점주를 감시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습니다. 하지만 제 주위에는 기사들의 노조할 권리를 챙겨야 한다는 분들이 많으세요. 점주협의회는 전국 3천4백 개 파리바게트 점주 가운데 2천 명 정도가 가입돼 있습니다. 점주협의회에서 나오는 이야기가 파리바게트 점주분들 모두의 입장은 아닐거예요.

Q. 조합원 5백 명, 경남지역에도 조합원이 적지 않을 텐데 저희가 전화를 돌려보니 대체로 인터뷰를 거부하시던데 왜 그런 걸까요?

A. 경남지역에도 조합원이 적지 않습니다만 소속된 협력사의 눈치를 보고 있을 거예요. 협력사가 좀 강성인 곳도 있어서. 일부 지역에서는 조합원들끼리도 서로 조합원인 걸 밝히길 꺼려하시기도 하고. 그렇지만 앞으로는 점차 괜찮아질 거예요.

Q. 그렇군요. 마지막으로 파리바게트 본사에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요?

A. 가맹점주협의회나 협력사 뒤에 숨지 말고 본사는 당당히 나와 입장을 밝히세요. 그리고 고용노동부의 시정명령도 나온 만큼 이제 저희와 대화에 임해주셨으면 합니다. 상생합시다.

저작권자 © 단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