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기획-3부> 이상한 용역보고서

용역보고서 탓하는 진주시장 김순종 기자l승인2017.10.11l수정2017.10.11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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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시가 2017년 6월 1일 50여 년만에 시내버스 노선을 전면 개편했지만 시민 불편이 가중돼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이에 <단디뉴스>는 시내버스 문제에 대한 기획 기사를 준비했다. 35만 시민의 발인 시내버스의 노선개편은 특정 세력의 논리만을 좇아 추진해선 안 된다. 진주시는 시내버스 노선 개편을 다시 준비하고 있다. 이번 만큼은 시민 여론을 폭넓게 수렴해 버스 이용객과 운전노동자, 업체와 행정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해법을 찾아야 할 것이다.

지난 달 14일 열린 진주시의회 임시회 본회의에서 강길선 의원이 시내버스 노선 개편 문제를 지적하자, 이창희 시장은 “시내버스 노선개편은 용역결과만 믿다보니 잘못됐다”고 말했다. 용역사 입장은 달랐다. 용역사는 최근 본지와의 통화에서 “진주시가 용역보고서를 그대로 따르지도 않았고, 담당 주무관과 지속적으로 협의해 왔기에 책임을 우리에게 돌리는 건 문제가 있다”고 밝혔다.

용역사의 주장처럼 진주시는 시내버스 개편 과정에서 용역보고서를 그대로 따르지 않았지만 시내버스 노선 개편의 큰 줄기는 용역보고서에 기초했다. 용역보고서는 노선개편의 주요 내용으로 시내부 과당경쟁구간 노선의 통합 개편과 배차감소, 혁신도시, 정촌산업단지 등 신개발지 노선투입, 지선체계로 운행되는 동부순환노선 폐지, 시내부와의 직결 등을 거론했는데 진주시는 이를 대체로 따랐다.

이창희 시장은 시내버스 노선개편 문제의 책임을 용역보고서로 돌렸지만 이는 용역사가 아닌 진주시의 책임이다. 용역보고서는 참고용일 뿐, 진주시가 이를 따라야 할 의무는 없다. 그럼에도 용역보고서가 중요한 이유는 진주시가 이에 기초해 시내버스노선 개편을 기획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용역보고서 작성과정에서 용역사가 진주시와 긴밀히 협의했다는 이유로 보고서 자체에 시의 입김이 많이 들어갔을 것이란 의문 섞인 목소리도 나온다.

용역사인 ㈜부경종합기술단은 용역보고서에서 ‘안전하고 편리하고 효율적인 종합대중교통체계 개편’을 위해 시내버스 노선 개편을 시도한다고 밝혔지만 개편 후 시민들의 불편은 가중됐다. 교통문제전문가 A씨는 이번 용역보고서가 “고작 1억 5천만원의 사업비로 만들어진 보고서”라며 “값싸게 진행한 만큼 그 내용도 졸속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용역보고서 내용에 기초해 노선개편을 단행한 진주시가 최종책임자”라고 말했다.

▲ SWOT분석을 통해 본 진주시 버스노선 문제와 대안

SWOT분석 결과와 다른 결론 낸 용역보고서

용역보고서를 꼼꼼히 읽어보면 그의 주장에 신빙성이 더해진다. 용역보고서 169쪽을 보면 용역사인 ㈜부경종합기술단은 진주시 대중교통체계에 대한 SWOT분석을 시도했다. SWOT분석은 기업의 내부 환경과 외부 환경을 분석하여 강점(strength), 약점(weakness), 기회(opportunity), 위협(threat) 요인을 규정하고 이를 토대로 경영 전략을 수립하는 기법이다. 특정 사업을 추진할 때도 유의미하다.

용역사는 SWOT분석을 통해 진주시에 적합한 시내버스 노선 개편방향을 제시했다. 보고서는 지.간선 체계를 구축하고 노선체계 개편을 통한 대중교통 신규수요 창출이 필요함을 언급했다. 버스업체의 적정감차 유도와 지.간선 체계 개편을 통한 대중교통 이용여건 향상을 도모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지.간선체계란 시 중심부를 도는 간선버스와 시 외곽을 도는 지선버스를 따로 운영해 버스운행의 효율성을 담보하는 것을 말한다. 면적이 큰 도시들이 도입하고 있는 체계다.

보고서는 이어 지선버스 소형화를 통한 원가 절감, 배차간격 단축과 시내버스 시설개선을 통한 잠재수요 유인이 필요하고, 시내부 주차요금 조정을 통해 잠재적 시내버스 이용객을 늘리고 회차지를 추가로 확보해 운행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고 밝혔다.

▲ 용역보고서가 내놓은 버스개편 최종결론

보고서는 그러나 이 같은 SWOT 분석결과를 도출하고도 결론은 다르게 내놓았다. 용역보고서 252쪽에서 용역사가 내놓은 결론은 시내 과당경쟁 구간 노선의 통합개편과 배차감소, 그리고 지선체계로 운영되던 동부순환노선의 폐지와 시내부와의 직결이었다. SWOT분석 결과 나왔던 지간선 분리체계나 지선버스 소형화, 배차간격 단축은 온데간데 없었다. 분석내용과 결론이 상반된 셈이다. 한 운수업계 관계자는 “분석을 하고 결론은 분석과 상반되게 내놓는 것이 바람직한 보고서라고 할 수 있을까”라며 의구심을 나타냈다.

시내버스 노선개편 끝나지 않은 도시와 비교분석?

이뿐만이 아니다. 용역사는 진주시 대중교통체계 개편용역을 효율적으로 수행하겠다며 진주시와 유사한 도시로 구미, 원주, 아산을 선정해 사례분석을 시도했다. 하지만 이들 도시가 진주의 시내버스 노선개편에 유의미한 예시가 될 수 없다는 얘기가 일각에선 나온다. 구미시의 경우 보고서에서 밝혔듯이 2014년 초 노선체계 개편용역을 발주해 2015년 2월 용역준공을 했지만 당시에는 버스업체와 협의가 계속되고 있는 상황이었다. 결과가 나오지 않았기에 참고할 만한 예시가 되긴 어렵다는게 중론이다.

원주시도 마찬가지다. 원주시는 2014년 4월 버스노선 개편용역에 착수해 2015년 7월까지 진행될 예정이었다. 아산시의 경우 2014년 마중교통체계(버스 미운행 지역 주민을 위한 교통체계)를 구축해 시내버스개편 결과가 나온 상황이었지만 진주시는 마중교통체계를 구비할 계획이 없었기 때문에 큰 관련성이 없어 보인다. 이에 대해 교통문제전문가 A씨는 “유사도시를 통한 사례분석이라는데 시내버스 노선 개편이 끝나지도 않은 도시와 비교해 어떤 분석을 하겠다는 건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 진주시 시내버스 인가대수와 1일 평균 이용객 현황

이용객 수 대비 시내버스차량 수 적지 않은데 감차?

보고서는 구미, 원주, 아산시와 비교해 진주시의 인가대수가 타 지자체에 비해 상당히 많다는 견해를 내놓기도 했지만 이것도 오류일 가능성이 높다. 용역사는 진주시의 인구 대비 시내버스 인가대수가 많다며 감차가 필요함을 넌지시 언급했지만 실제 이용승객 대비 시내버스 인가대수는 많은 편이 아니었다. 구미시의 시내버스 일 평균 이용객은 51,334명, 원주시는 71,771명, 아산시는 45,790명이다. 진주시는 86,874명으로 비교 도시에 비해 많다.

물론 인가된 시내버스 수도 많다. 상용차를 기준으로 구미시는 149대, 원주시는 151대, 아산시는 158대, 진주시는 239대다. 하지만 일 평균 이용객을 상용차 대수로 나누면 구미시는 시내버스 1대가 1일 태우는 승객은 평균 344.5명, 원주시는 463명, 아산시는 289명, 진주시는 363명으로 결코 적은 숫자가 아니다. 그럼에도 진주시는 보고서를 기초로 감차를 시도했고 이 때문에 시민들은 출퇴근 시 버스에 사람이 너무 많다며 불편을 호소하고 있다.

진주시는 지난 2007년에도 시내버스 노선개편 용역보고서를 발주한 바 있다. 당시 용역보고서는 2015년 용역보고서의 SWOT 분석 결과와 비슷한 결론을 냈다. 지.간선 체계를 확립하고 중복이 심하거나 굴곡도가 높은 노선을 수정해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그럼에도 진주시는 2016년 6월 50여년만에 시내버스 노선을 전면개편하며 장거리 노선, 굴곡도 높은 노선을 상당수 만들었다. 이에 대해 대학에서 교통공학을 전공하고 있는 학생 B씨는 “이번 진주 시내버스 노선개편은 시민편의가 아닌 감차와 예산절약에 목적을 둔 개편이라 불편이 가중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순종 기자  how2how2live@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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