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한 행정불신 눈앞에?"

진주시 공무원은 행복하다?

진주남강유등축제 개막이 사흘 앞으로 다가왔다. 진주시는 축제 준비로 한창이다. 이 시기가 되면 시청 공무원들은 직·간접적으로 ‘남강유등축제’에 관여한다. 남강유등축제는 진주시가 자랑하는 최고 브랜드다. 일년 농사 중 가장 중요한 일이다. 많은 상을 수상했고, 해외에서도 인정하는 축제라는 자긍심이 있다. 진주시 공무원들에게는 행복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럼 진주시민에게도 행복한 일일까?

2015년 진주시는 시민들의 공짜 관광을 막기 위해 진주교와 천수교 사이 남강 둘레에 가림막을 설치했다. 이 사건은 진주시를 전국적인 ‘놀림감’으로 만들어 놓았다. 포털사이트 Daum의 ‘진주남강유등축제, 올해도 '가림막'... 진주교 터널 설치 시작’이라는 기사에 “진주시민만 무료로 하고 잘 놀아라”, “입장료 만원 내고 바가지 씌우고”, “아이고 쪼잔해라”, “만원으로 진주햄이나 사 먹겠다” 등 온갖 비난과 조롱의 댓글이 올해도 이어지고 있다. 

유료 유등축제는 올해 3번째로 방문객을 맞이한다. 유료화에 대한 공무원과 진주시민의 인식은 같을까?

2016년 석장호의 박사 논문 ‘축제유료화가 축제와 개최지역에 미치는 영향분석과 축제유료화 상황에서 방문객들의 방문동기에 따른 시장세분화 연구 -진주남강유등축제를 중심으로’ 에 공무원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가 소개된다. 축제 관련 부서인 문화관광과, 총무과 등 8개 부서 공무원 104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이다.

진주시 공무원들은 축제유료화에 대한 5개 모든 항목에서 5분 척도법으로 4점(그렇다)이상의 매우 긍정적인 응답을 했다. 특히 ‘유료화에 따른 축제 재정 확보가 유등축제의 지속적인 발전의 기틀을 마련하는 데 기여한다’는 항목에는 약 90%의 공무원들이 5점 만점에 4.25점을 주었다. 축제유료화를 매우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는 것이다. 유료화에 따른 재정건전성 강화, 수입 창출, 글로벌 축제로의 발전 가능성 등 다른 항목에서도 유료화를 절대적으로 지지했다.

▲ 장명욱 기자

유료화에 대한 시민 설문조사는 이와는 사뭇 다르다.시민사회단체인 '진주시민행동'이 작년 진주시민 2284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한 결과 응답자의 90%(2047명)가 '가림막 설치 반대' 의견을 나타냈다. 또 축제 유료화에 대해서도 92%가 부정적 견해(유료화 자체 반대 41%, 입장료 인하 16%, 부분 유료화 35%)를 보였다. 진주시민 대부분은 부정적으로 생각하고, 진주시 공무원 대부분은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시민도 공무원도 같은 진주시민일 터인데 유등축제 유료화에 대한 의견 차이가 어째서 이렇게 크게 나는 것일까? 절대 다수 시민이 반대하는 현안에 절대 다수 의견으로 찬성하는 공무원들. 90% 이상의 신뢰도를 가진 설문조사 결과이니 믿을 수밖에 없는데 이런저런 이유를 감안하더라도 시민과 공무원 사이의 ‘괴리’가 이 정도라면 걱정되지 않을 수 없다. 솔직히 좀 무섭기도 하다. 거대한 행정불신이 목전에 다다랐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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