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금요일 우리 반 아이들과 동네 한바퀴하면서 학교 옆 논에서 북방산개구리 알과 갓 부화한 올챙이를 보았다. 점심 때는 마침 왜가리가 논에 앉아 쉬는 모습을 보았다.
월요일인 6일 아침, 아이들 일기장을 살펴보니 그 이야기가 가장 많이 나왔고, 논에 자주 나가 살펴보자는 의견이 많았다.
그런데 이럴수가?? 오늘 점심 시간 논이 메워지고 있었다.
학교 급식소 가는 길에 개구리 알을 살폈던 그 논, 왜가리가 앉았던 그 논에 공사 차량이 왔다갔다하고 마른 흙으로 덮히고 있었다.
'큰일났다'. 퍼뜩 올챙이와 개구리알이 생각났다.
아이들에게 논이 없어지고 있다 말하니 아이들도 걱정이 돼 웅성거렸다.
점심을 급히 먹고 부랴부랴 아이들과 개구리알과 올챙이 구출작전에 돌입했다. 논에 있는 물웅덩이에 들어가기 위해 장화를 싣고, 플라스틱통을 구하고, 삽을 찾아 달려갔다.
아직 물이 차가웠지만 두 손을 모아서 흘리지 않도록 개구리알을 하나 하나 건졌다. 올챙이는 구할 수 있는 만큼 다 건져서 플라스틱통에 담았다. 그리고는 조심스레 통을 들고가 다른 논에 있는 물웅덩이로 옮겨주었다. 한 마리라도 더 살리기 위해서 아이들이 서두르는 게 보였다.
올챙이와 개구리 알을 어느 정도 옮겨놓고 난 뒤 아이들의 얼굴에는 웃음이 가득했다. 뭔가 자랑스런 일을 한 듯 서로 으쓱해져 있었다. 이제 5월 말 논에 물을 대고 모내기를 할 때 쯤이면 학교 주변은 온통 개구리 울음소리로 왕왕거릴 것이다.
지난 금요일에 아이들과 밖으로 나가 학교 주변 자연을 둘러보지 않았다면, 그리고 올챙이와 개구리알을 살펴보지 않았다면 그냥 모르고 지나쳤을 일이었다.
나중에 알아보니 그 논은 전원주택지를 짓는다고 메운 것이었다.
*이 글은 오광석 씨의 페이스북에서 가져와 정리, 편집했습니다. 오광석 씨는 올해부터 진주시 정촌면에 있는 전교생 80여명 정도 되는 관봉초등학교에서 6학년을 맡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