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레이 발언대-경남 의무급식 퍼뜩 하입시더]

“의원님들, 밥은 묵고 회의하지예?”

저는 진주시 금산면에 살고 있는 ‘다둥이 엄마’ 이상엽입니다. 아이가 넷인데 큰 아이와 둘째가 진주동중1학년과 금호초 5학년에 다닙니다. 출산율이 낮아 미래사회가 위기라더만 저는 미래사회에 확실히 기여하고 있습니다.

▲ 예쁜 우리 아이들. 몇 년 전 사진입니다. 벌써 쑥쑥 자라있습니다.

그런데 할 말이 좀 많습니다. 지난 22일 참 별 일을 다 겪었습니다. 진주시 의회 앞은 난생처음 시의회 방청을 하기 위해 다른 학부모들과 갔다가 세상에 이게 뭔 일이지 싶었습니다. 시청 앞엔 경찰버스가 몇 대 서 있었습니다. 주차를 하러 가는 중간에도 경찰버스와 119구급차가 주차되어있었습니다. 의회 밑 주차장엔 회기 중이니 다른 곳에 주차하라는 안내팻말이 입구를 막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더 놀랄 일은 의회입구에서였습니다. 의경들이 빽빽이 막고 있는 것이 아닌가요. 헉, 이게 뭔 일인가 싶어 가슴이 두근거렸습니다. 사람이 저리 서 있을 수 있구나 싶을 만큼 겹겹이 서 있는 의경들 사이로 나이 있어 뵈는 경찰들도 보였습니다.

의회로 들어가기 위해 무상급식지키기 진주운동본부 회원들이 의회 입구에서 몸싸움까지 했습니다.

철옹성같이 서 있는 의경들 뒤에서 한 경찰관은 카메라를 드러내놓지도 자신의 얼굴은 드러내지도 않은 채 집회현장 증거 수집을 해대고 있었습니다. 방청권을 얻지 못해 의회에 들어가지 못하는 시민들은 그저 서성거리다 연좌농성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뒷자리에 서 있던 우리들에게 연세가 지긋하신 할머니께서 "저거 아~들도 밥 안주는지 물어봐라. 저아들(의경을 가리키며)은 밥 멕였는지 좀 물어봐주이소"라고 소리쳤습니다.

왠지 모르게 힘이 불끈 솟게 하는 할머니의 말씀. 나가서 직접 한 말씀 하시라고 말씀드려도 뒤에서 그저 듣기만 하겠다는 할머니의 모습이 고마웠습니다.

의회 방청 대표단 5인은 방청을 위해 의경들 사이에 만들어진 길을 헤치고 들어갔습니다. 독립투사 배웅하듯 들여보내고도 연좌해 있던 시민들은 움직이지 않았습니다.

긴 시간동안 지칠 만도한데 본회의가 끝날 때까지, 좋은 소식이 들리기만을 바라며 앉아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누군가가 의회 문을 나오며 진주시 임시회 본회의에서 서민자녀교육지원조례는 상정되지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경남도 홍준표 지사가 ‘의무급식’ 대신 추진하려는 서민자녀교육지원조례가 회의에 아예 얘기조차 되지 않았다는 겁니다.

다들 다행이라고, 그제야 서로 얼굴을 보며 활짝 웃었습니다.

"홍준표 도지사님, 이창희 진주시장님, 새누리당 소속 시의원님들, 우리 학부모들은 지치지 않겠습니다. 9월 조례안이 폐기될 때까지, 의무급식이 제자리를 찾을 때까지 똑똑히 지켜보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의원님들, 우짜든지 밥은 묵고 회의하시길 바랍니다." /[‘다둥이 엄마’ 이상엽 ·진주시 금산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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