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층 이창희 진주시장실 문은 끝내 열리지 않았다. 시장실 앞 복도에서 시민들은 '공무원벽'을 뚫지 못하고 주저앉은 채 시장 면담을 요청했다.

이창희 진주시장이 최근 진주시의회 본회의장에서 일으킨 “까불지마” “니나 잘해” 등 막말, 불통행정으로 시민 비난여론이 쏟아지고 있는 가운데 29일 진주지역내 시민사회단체에서 공개 사과 및 해명 기자회견을 열고 진주시장실을 방문했다.

 

 

진주시민단체 기자회견 후 시장실 항의방문...

시민 대표 질문에 공무원 답변 회피

 

 

하지만 시민들은 시장실 문턱도 밟지 못했다. 복도에는 이미 시 공무원과 청원경찰이 가로막고 있었다.

시 관계자는 “시장 면담을 미리 신청한 적도 없거니와 시장이 자리에 있지 않아 만날 수 없다”고 말했다. 시 관계자는 “집단적으로 행동하는 것은 안된다”고 저지했다.

이에 시민들은 “항의하러 왔다. 시장을 모시고 와라”고 요구했다. 시민들은 “어떤 근거로 시민이 시장을 만나는 것을 막느냐”고 항의했다.

20여명 시민들과 시장실 앞을 가로막은 10여명 시 관계자들 사이에 실랑이가 30여분간 계속 됐다. 이후 열린시장실로 옮겼지만 이창희 진주시장은 나타나지 않았다.

진주시 기획행정국장과 과장이 배석한 가운데 20여분간 면담이 이뤄졌다.

이 자리에서 시민 대표로 나선 조우영(경상대) 교수는 “공무원이 정치적인 개입이나 집단행동을 하는 것은 법리에 맞지 않을 수도 있다”며 “시민들이 시장의 막말 행위에 대해 공개사과를 요구하는데 어떤 이유로 공무원이 나서게 됐냐”고 해명을 요구했다.

이어 조 교수는 “자신의 직무와 상관없이 집단적으로 이뤄진 것은 문제다”고 주장했다.

시관계자는 “우리는 정치적인 것에는 관심이 없다”며 “지금도 열심히 일하고 있는 진주시 공무원이 있는데 진주시정을 개판이라 얘기하니 그걸 이야기 하는 것이다”고 반박했다.

이어 “진주시정이 전국에서 제일 개판이라 하니 그렇다면 진주시 공무원이 ‘개’란 말입니까”라고 반박했다.

시민들은 “어떤 경로로 진주시 국장단, 과장단이 기자회견이 이뤄졌는지, 시장의 지시로 그렇게 된 거냐”며 해명을 요구했다.

이에 시 관계자는 “우리의 입장은 기자회견 내용에서 다 얘기한 바 있다”로 얼버무렸다.

이 자리에서 시민들은 최종적으로 ‘이창희 막말 사건’에 대한 해당 당사자인 이창희 시장에게 공식 서면질의를 하기로 했다. 1시간여 시민 항의는 계속 됐지만 5층 복도 끝 진주시장실은 굳게 닫혀있었다.

 

▲ 29일 진주지역 시민사회단체는 "막말 이창희 시장 공무원 뒤에 숨지 마라"고 규탄했다.

 

"막말 이창희는 공무원 뒤에 숨지 마라"...

진주시민사회단체 '열 받았다'

29일 <기자회견 전문>은 아래와 같다.

제목 : 이창희 시장은 '진주시' 이름을 더럽히지 마라!

지난 21일 시의회 본회의장에서는 차마 사실로 인정하기 싫은 일이 일어났다. 시의원들과 악수하던 이창희 시장이 야권 시의원 앞에서 “짜식 까불고 있어”라며 막말하고, 이에 항의 하는 여성의원에게 “니나 잘해” “발바닥까지 보여줄까”라며 모욕적 언사를 퍼부었다는 것이다.

우리는 시장의 발언이 시의회와 시의원을 무시하고 깔보는 평소 태도에서 나온 것이라 보고, 비통하고 개탄스러운 심정임을 밝힌다. 또한 우리는 막말 사태가 발생한 시점이 의회가 잘못된 시정을 감시하고 비판하는 행정사무감사를 앞둔 상황이었다는 사실에 주목한다.

시의회 행정사무감사에서는 진주역세권 개발 특혜 의혹과 유등축제 가림막 강행, 레일바이크 주차장 폐쇄 문제, 위법한 행정대집행 사례 등 진주시의 불법 탈법적인 행정에 대한 감사가 진행될 예정이었다.

시장이 막말을 쏟아낸 두 의원은 평소 잘못된 시 행정에 대해 비판과 감시의 날을 가장 날카롭게 세우던 사람들이다. 자제력을 상실한 시장의 막말 테러는 행정에 대한 정당한 비판과 감시의 목소리를 하루아침에 개인적인 감정 싸움으로 전락시켜 버렸다.

잘못된 시정을 비판하고 견제하는 것이 시의원의 역할이고 시의회가 존재하는 이유이다. 의회의 지적에 오류가 있다면 반박 자료를 내거나 토론을 통해 얼마든지 바로잡을 수 있다. 그럼에도 이창희 시장은 신성한 의회 본회의장에서 저잣거리 시정잡배들이나 쓸 막말을 쏟아내 인격의 밑바닥을 유감없이 드러냈다. 35만 진주시민의 얼굴에 먹칠한 일이고 ‘진주시’ 이름을 더럽힌 일이다.

막말 사건이 전국 주요 언론에 보도되며 파장이 일자 시장은 급히 진화에 나섰다. 하지만 그 방법이 너무나 유치하고 실망스럽다. 본인이 직접 해명하는 대신, 실국장들이 나서서 류재수의원의 시국대회 발언을 꼬투리 잡고 있다. 시국대회에서 진주시의 불통행정을 비토하고, 시장을 비판한 것이 문제라면 정당한 절차를 밟아 반박하거나 해명을 요구하면 된다. 시정을 논해야 할 본회의장 안에서 막말을 쏟아낼 일이 아니다.

실국장이나 간부공무원들은 의회를 모욕한 시장 막말에 대해선 한마디 언급조차 없이 류의원 발언만 문제 삼아 연일 비토 성명을 내고 있다. 시장의 막말 논란을 무마시키고자 하는 전형적인 물타기로 보인다.

지난 22일 진주시의회는 의원 전체명의로 공문을 보내 본회의장 막말 사태에 대한 유감의 뜻을 전하고, 시장이 의회에서 공개 사과할 것을 요구했다.

우리는 시장이 결자해지의 대승적 자세로 의회가 정한 시한 안에 나와 막말사태를 사과하리라 기대했다. 하지만 이 시장은 현재 시각까지 어떠한 조치도 취하지 않고 있다.

자신의 문제 발언을 무마하기 위해 부하 공무원들과 유관 조직을 동원해 물타기하며 뭉게고 있는 이시장의 무책임한 태도는, 지금껏 진주시 행정이 얼마나 고압적인 ‘불통행정’이었는지를 보여주는 증거가 될 뿐이다.  

우리는 진주시장이 직접 나서서 사과와 해명을 할 때까지 진주시 이름을 더럽힌 본회의장 막말 사건에 대한 책임을 끝까지 물을 것이다.

2016. 11. 29

경남문화예술센터, 민주노총 진주지역지부, 민주화를 위한 전국교수협의회 경상대분회, 생활정치 시민네트워크 진주같이, 진주민주행동, 진주시농민회, 진주시여성농민회, 진주여성민우회, 진주여성회, 진주참여연대, 진주환경운동연합, 청년공동체 공감(가나다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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