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희 진주시장의 막말이 일으킨 파문이 수그러들기는커녕 공무원들이 가세하면서 오히려 확대하거나 양상이 달라지는 모습이다. 24일 진주시의 5개 야당이 이 시장에게 사과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자 시청 국장들이 곧바로 반박 기자회견을 열었으며, 공무원노조도 반발했다. 사건의 근본 원인이 류재수 의원이 촛불집회에서 시 행정을 '개판'으로 표현한 데 있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 28일 진주시 공무원들이 기자회견에서 배포한 회견문. 25일은 진주시 5개국장들이 기자회견.

 

물론 류 의원의 표현이 지나친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시의원과 시장의 막말이 오간 것의 근본 원인을 캐자면 이창희 시 행정의 불통과 독선이라는 점을 비켜가지 못한다. 유등축제 가림막 강행이나 국제농식품박람회 비리 의혹 등 몇 년간 이 시장 체제에서 수없이 문제가 불거져 나왔다. 게다가 류 의원의 거친 표현은 이 시장을 향한 것이지 진주시 공무원 모두를 겨냥한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 이 시장이 류 의원의 거친 언사에 모욕감을 느낄 수는 있어도 시 공무원들이 덩달아 반발하는 것은 납득하기 힘들다.

시 공무원들은 이 시장이 잘못된 행정을 펼치거나 자신들이 그것을 따른 것은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으면서, 시의원이 행정을 비난하는 것에서는 참을 수 없는 모욕감을 느낀다면 적반하장이나 다름없다. 언제부터 시 공무원들이 시장의 호위무사가 되었는지 알 수 없다. 시민이 아닌 시장을 떠받드는 공무원들의 행태는 부끄러운 일이거니와, 자신들을 이 시장과 한 몸으로 생각하지 않는 한 나올 수 없는 행보일 것이다.

시청 국장들과 공무원노조가 이 시장 편을 드는 모습을 보며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에서 공무원들이 한 역할이 어쩔 수 없이 떠오른다. 구속된 안종범 전 청와대 수석이나 정호성 전 비서관은 박 대통령과 공모한 혐의를 받고 있다. 그들이 공직자로서 똑바르게 처신만 했더라도 온 나라를 떠들썩하게 한 희대의 국정농단은 일어나지 않을 수도 있었다. 대통령과 비선 실세의 범죄 심부름꾼 노릇이나 한 고위 공직자들을 보며 진주시 공무원들은 느끼는 것이 없는지 궁금하다.

진주시 공무원들은 시장의 수족이 아닌 시민의 공복 역할에 충실한 것이 시민들의 바람임을 유념해야 한다. 무엇보다 공무원에게까지 번진 막말 파문의 고리를 끊어낼 사람은 이 시장에게 있음을 일러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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