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 어깨] 작사/곡 김일두

마주보는 밤 등대 도시의 작위적인 불빛들
그 빛보다도 빠른  독한 술 함께여도
잠이 오질 않는 고독한 방
가부좌를 틀고 담배 연기와 붉고 푸른 그 별 지나
낯설지만은 않은 그 품으로
붉고 푸른 그 별 지나 설레었던 마음 담배 연기와
수평선 위 작은 배들
나의 왼 어깨와 춤을 추었고
뒷산 마을로 가는 첫 삼거리 나무에 기대어
늙은 여인의 굽은 등을 보다 나도 모르게 주저앉았네
붉고 푸른 그 별 지나 낯설지만은 않은 그 품으로
붉고 푸른 그 별 지나 낯설지만은 않은 그 품으로

 

록밴드 '지니어스(Genius)'의 리더이자 싱어송라이터로 활동 중인 김일두가 2년 만에 진주를 다시 찾았다. 올해 2월, 세 번째 솔로 정규 앨범을 발표하고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그를 지난 19일 호탄동 '부에나비스타'에서 만났다. 그가 공연 중 들려준 이야기를 아래에 정리했다.

 

1.
"길에서 등이 굽은 할머니를 본 적이 있습니다. 그때 그분을 보니 왠지 모를 감동이 느껴졌어요. 참 아름답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더군요. 지금까지 고단한 삶을 이어온 것에 대한 존경심이었던 것 같아요. 저도 저렇게 늙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고되게 일을 해서 굽은 등을 가질지언정, 좋은 생각을 하면서 저렇게 삶을 버텨내고 싶다, 오래 살고 싶다는 생각 같은 것이었죠. 그런 생각들로 만든 곡이 '왼 어깨'라는 곡입니다."

 

 

2.
"한 달 전부터 트럭 운전을 시작했습니다. 같이 일하는 분 중에 저보다 나이가 좀 많은 형님이 계신데, 처음 만난 날 제 이름을 물으시기에 '김일두'라고 알려드렸어요. 그런데 그 다음에 만날 때부터 저를 '일두'가 아니라 '필두'라고 부르시더라고요. 제가 잘못 들었나 했는데, 아니었어요. 그리고 지금까지도 저를 쭉 '필두'라고 부르고 계십니다. 근데, 괜찮더라고요. '필두'라는 새로운 이름이 하나 생긴 것 같아서 고맙기도 하고요. 그분이 오랫동안 안전 운전하셔서 안 다치고, 건강하게 지내시면 좋겠습니다."

 

3.
"얼마 전에 제가 굉장히 좋아하는 뮤지션인 '레너드 코헨'이 타계했습니다. 여든셋이셨죠. 허망한 마음에 자주 가는 단골 술집에 들러서 술을 굉장히 많이 마셨습니다. 술집 사장님께 술값을 못 드리겠다고 말씀드렸더니 그냥 가라고 하시더군요. 또 제 마음이 그럴 순 없다 싶어서, '원가'로 계산해 달라고 말씀드렸어요. 그랬더니 그렇게 해주시더군요.
저는 오래 살고 싶어요. 여든여덟 살까지 살고 싶습니다. 오래 살고 싶다고 마음 먹으면 오래 산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이번 앨범에 '여든여덟까지'라는 노래를 수록하기도 했습니다."

 

 

4.
"언젠가 돌다리를 보면서 이런 생각을 한 적이 있습니다. 나도 저 돌다리 같은 사람이 되어야지 하는 마음보단, 저 돌다리를 이루고 있는 작은 돌 하나 같은 사람이 되어야겠다는 생각 같은 것이었는데요. 욕심이 없다는 게 아니라, 할 수 없는 것은 하지 않겠다는 거죠. 마음을 비우는 거죠. 그랬더니 삶이 좀 편하고 덜 부담스럽게 느껴지더군요. 아, 물론 지금도 로또는 계속 사고 있습니다."

 

 

5.
"진주는 저랑 아주 친한 친구가 살고 있는 곳입니다. 오늘은 만나지 못했지만요. 저는 진주성이 참 좋더라고요. 성내에 있는 박물관도 너무 좋고요. 다음엔 조금 더 일찍 와서 다시 한번 진주성에 들러야겠습니다. 아, 진주성에서 논개를 빼놓을 수 없죠. 논개를 생각하면 그 용기와 기개에 경외심이 듭니다. 왜장을 껴안고 남강에 몸을 던졌잖아요. 저는 그러지 못할 것 같거든요.
오늘 진주 공연은 참 좋네요. 노래도 잘 나오고, 말도 많이 하게 되고요. 이렇게 제 공연을 찾아주시고 공간을 따뜻하게 채워주셔서 고맙습니다. 늘 행복하시길 바랍니다."

 

 

김일두 진주 공연 (2016년 11월 19일)
SET LIST
1. 머무르는 별빛
2. 울었어
3. 왼 어깨
4. Life Is Easy
5. 극동의 3리터
6. 바라던 바다
7. Old Train
8. 밤 불
9. 여든여덟까지
10. 새벽별
11. 괜찮은 사람
12. 가난한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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