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 경남 진주시 차없는거리에서 열린 3차시국대회 시민촛불행동에는 400~500여 명의 시민들이 참여했다. 이날 시국대회에는 10대 청소년들과 아이 손을 잡고 나온 가족들이 많았다. 시민 자유발언은 끊이지 않았고, 특히 중학교 1학년생 등 청소년들의 재기발랄하고 거침없는 발언들이 계속되었고 시민들의 환호성이 쏟아졌다. 이날 발언 중 미리 자신이 할 말을 작성해 온 강정환(진주고등학교 2학년) 군의 발언문을 게재한다. - 편집자 주 

 

▲ 12일 제3차 진주시국대회를 마치고 거리행진을 시작하는 400~500여 명 시민들.

 

안녕하세요? 저는 진주고등학교 2학년 강정환이라고 합니다. 제가 여기 나온 이유는 단 하나입니다. <베테랑>이라는 영화를 보면 명대사가 하나 나옵니다. 

"맷돌의 손잡이 부분을 어이라고 하는데, 손잡이가 없으면 맷돌로 어떤 것도 갈 수 없어요. 그런 상황을 어이가 없다고 합니다."

제가 딱 그러네요? 어이가 없네? 아마 여러분 모두 이렇게 느끼실 것입니다.

저는 경쟁이라는 것에 찬성하는 입장입니다. 좋은 시스템이라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여기에 회의감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특례입학이라는 게 뉴스에 정말 자주 나옵니다. 흔히 말하는 금수저들이 활개를 피는 세상입니다. 부모를 잘 만났다고 대학 잘가는 세상이 올바른 건가요? 이런 사회를 노답 이라고 합니다. 좀 속된 말로는 개노답 이라고 해요. 솔찍히 요즘 세상 개노답 아닙니까? 이런 노답인 사회를, 어찌 앞으로 살아나갈 청년들이 보고만 있겠습니까? 그래서 나왔습니다.

 

▲ 12일 제3차 진주시국대회에서 자유발언을 한 강정환(진주고등학교 2학년) 군.

여러분 다들 추우시죠? 저도 너무 춥지만 교복을 입고 온 것을 보여드리기 위해서 외투를 벗어 놓고 왔습니다. 3.1운동 그리고 4.19혁명! 역사의 페이지에는 학생들이 앞에 있었습니다. 학생들이 나섰고, 국가를 바꾸었고, 인간다운 사회를 만들어 갔습니다. 오늘 전국에서 학생들이 발 벗고 시위에 참가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저도 그 기류에 한 몫 하려고 합니다.

미국의 대통령이 트럼프가 되었죠? 힐러리가 대통령이 되면 미국 최초의 여성 대통령이고, 트럼프가 대통령이 되면 미국 최고의 미친 대통령이라고 하는 말이 SNS에 돌아 다녔습니다. 그런데, 그 밑에 달린 댓글이 정말 소름 끼쳤습니다. 2012년에 대한민국은 이미 최초의 여성 대통령과 최고의 미친 대통령이 선출 되었다구요. 개노답 나라에 미친 대통령이 자리하고 있군요. 정말 큰일입니다.

민주주의가 무엇입니까? 국가의 주권이 국민에게 있고 국민을 위하여 정치를 행하는 제도입니다. 아쉽게도, 우리나라의 주권은 우주의 기운에 달려 있는 것 같아 자괴감 들어 괴롭습니다. 트럼프의 자국 이기주의, 아베의 우경화, 시진핑의 대국굴기, 예측 불가한 김정은. 대한민국의 주변 환경은 험난해져 가는데 내부적으로도 썩어 빠져 있습니다.

저는 저희 부모님이 세금을 내는 줄 알았는데, 여태껏 복채를 내고 계셨더라구요. 부모님도 세금인줄 속고 사셨습니다. 제가 믿고 있던 좋은 나라는 민주주의 국가입니다. 그리고 제정 분리 사회입니다. 샤머니즘이 왜 아직도 하나의 국가를 지배합니까? 그래서 저희를 고작 개, 돼지로 본 것이군요. 먹고 살기 위한 하나의 먹잇감일 뿐이었습니까? 국민은 멍청하지 않습니다. 최소한 꼭두각시 대통령 보다는 똑똑합니다. 왜냐면 여긴 대한민국 이거든요.

우리 모두 깨어나야 합니다. 지금의 스포트라이트에 안주하면 안됩니다. 정치를 외면한 대가로 가장 저질스러운 놈들에게 지배당한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여러분 거리로 나오십시오. 당신이라는 양초가 흘리는 눈물로 불빛을 채우십시오. 그 불빛으로 대한민국을 밝힙시다. 어두운 곳 없이 밝은 대한민국을 만듭시다. 국가의 주인은 최순실이 아닌, 국민입니다.

현실의 민낯 앞에서 우리는 한없이 나약했습니다. 한숨밖에 내쉴 수 없습니다. 거리로 나가 촛불을 드는게 전부 였습니다. 너무 늦은 것 일지도 모릅니다. 영화는 비극적으로 흘러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영화의 감독은 우리입니다. 고작 꼭두각시 따위가 아니에요. 다른 영화의 한 장면처럼 진실을 노래할 수 있습니다. 멋진 장면을 넣을 수 도 있습니다. 우리는 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할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우리는 이 시대의 감독이고, 이 시대를 써내려 가는 작가이며, 이 시대를 연출하는 주인공이기 때문입니다. 영화는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어떤 중학생이 너무 멋있는 말을 했어요. 제가 이것보다 더 멋있는 말을 생각해내지 못해서 그 학생의 말을 다시 한 번 인용합니다. "박수칠 때 떠나라"라고 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님, 아무도 박수치지 않습니다. 도망치십시오, 국가로부터, 그리고 국민으로부터 도망치십시오. 대한민국의 무궁한 영광을 위하여.

 

▲ 12일 제3차 진주시국대회에서 자유발언을 듣고 있는 진주시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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