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룡점정(畵龍點睛)이라는 고사성어가 있습니다. 용을 그리는데 마지막으로 눈동자를 그려 넣었더니 용이 하늘로 올라갔다는 고사에서 유래한 말입니다. 얼굴을 드러내서는 안 될 때 요즘은 주로 모자이크로 처리하는데, 예전에는 신문에 실린 사진 가운데 더러 양쪽 눈을 검게 칠한 것이 있었습니다. 그러면 그 얼굴이 누군지 제대로 알 수가 없지요. 눈동자가 얼굴에서 얼마나 중요한 자리인지는 더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습니다.

▲ 11월 3일 비상시국회의 촛불 행동 참가자들이 '박근혜 하야'를 외치고 있다.

최근 ‘박-최 게이트’를 두고 드러난 사실과 드러나지 않은 사실, 그에 따른 의혹이 난무하고 있지요. 낮에는 시국선언, 밤에는 촛불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습니다. 이 선언들과 촛불들이 눈동자를 그리지 않으면 그다지 큰 의미를 가질 수 없습니다. 1987년 대한민국을 흔들었던 함성보다 더 큰 함성이 촛불과 함께 필요한 사태를 겪고 있습니다. 눈동자를 그려 넣어야만 ‘2016 선언과 촛불’은 역사에 기록될 겁니다.

청와대와 그 주변 그리고 여러 곳에서 벌어진 일들은 참으로 어처구니가 없다고 할 정도를 훨씬 넘어섭니다. 그럼에도 이 지경까지 온 걸 보면 가담했던 인물들과 감지하고 있었던 인물들은 지금과 같은 사태를 예상하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이런 날이 오지 않기만을 바랐을 것입니다. 그래서 전혀 대비를 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입니다. 안하무인인 권력 최상부와 연결돼 있어서 그 누구도 바른 말을 하지 못했으니 엄청난 착각 속에서 전혀 죄의식이 없이 나날을 보낼 수 있었고, 급기야는 그런 삶이 그들의 일상이 되고 말았을 테지요.

▲ "국민의 뜻이다. 박근혜를 처벌하라"는 구호를 외치는 비상시국회의 촛불 행동 참가자들.

그들에게는 조직적인 배후가 있었습니다.

새누리당이라는 지지 세력과 검찰이라는 비호 세력입니다. 이른바 새누리당 안에 있는 ‘친박’을 넘어선 ‘진박’이라는 패거리는 국정을 담당하는 자리에 있으면서 전혀 국정에는 관심도 없었던 사람들이라고 해야 합니다. 국민을 보지 않고 한 개인만 우러러 보고 있었으니 말입니다. 그들은 아직도 한 사람만 걱정하고 있습니다. 일부 검찰은 또 어떻습니까? 청와대 수석 한 사람이 쥐락펴락하는 보잘것없는 집단이라는 비난을 면할 수 있을까요? 시민단체에서 고소장을 접수했음에도 한 달 가까이 수사에서 손을 놓고 있었습니다. 국민적 지탄의 대상이 됐던 인물이 공항을 통해서 귀국했음에도, 그것을 세상 사람들이 다 알고 있는데도 30시간이 넘도록 ‘휴식 시간’을 주었습니다. 비호 세력이 아니라면 그럴 수는 없는 일입니다.

“죽을죄를 지었습니다.”라고 한 인물이 검찰에서 조사를 받는 태도가 세상에 알려지면서 국민들의 공분은 하늘을 찌르고 있습니다. ‘전면 부인’이랍니다. 증거를 찾아보라는 말이지요. 조직적으로 증거를 지웠다는 말로 들립니다. 일부 언론에서는 ‘구속 영장 기각’이라는 말도 흘립니다. 언론의 역할 또한 적지 않은 문제임을 스스로 털어놓는 한 마디가 아닙니까?

▲ 11월 5일 오후 4시 진주시 대안동 차없는거리(로데오거리)에서 진주시국대회가 열린다.

오늘도 곳곳에서 시국선언을 하고 촛불을 들겠지요. 중·고등학생들도 나서고 있답니다. 이런 뭉쳐진 힘은 ‘눈동자’가 그 끝판이라야 합니다. 눈동자를 찍어서 그림이 완성될 때까지 가야 합니다. 눈동자를 그려 넣어서 그 얼굴이 누구의 얼굴인지 바로 알아볼 수 있어야 합니다. 눈동자가 그려지는 그날까지 진주에서도 경남에서도 대한민국 방방곡곡에서 촛불은 꺼지지 않아야 합니다. 그리고 민주주의를 땅속 깊이 뿌리내리게 해야 합니다.

11월 5일 오후 4시 진주시 대안동 차없는거리(로데오거리)에서 촛불을 듭시다.

이영균 /녹색당 진주 당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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