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천하에 드러난 국기문란 실체·천박함…대통령 물러나고 언론·검찰 죗값 물어야

허구라 믿고 싶었던 막장 드라마들이 하나둘 사실로 드러나고 있다. 다른 곳도 아닌 대한민국 심장부라 할 수 있는 청와대 안에서 벌어진 '대통령과 오랜 친구' 간에 돌았던 온갖 더러운 소문들이 폭로와 증거의 힘에 이끌려 밝은 태양 아래 공개되고 있다. 연일 터져 나오는 정씨·최씨 일가의 국정농단 사례나 유령회사를 차려놓고 대기업을 겁박해 수십억 원씩 뭉칫돈을 뜯어 온 추행을 증거하는 글들을 읽고 있자니 이게 나라인가 싶어 얼굴이 화끈거린다.

 

▲ 서성룡 단디뉴스 편집위원

"능력 없으면 니네 부모를 원망해…돈도 실력이야." 대한민국 권력 서열 1위라는 최순실 씨의 딸 정유라가 지난 2014년 사회관계망서비스에 올린 이 글이 사건의 본질을 말해주고 있다. 민주주의를 표방하는 한 나라의 대통령과 그를 저당 잡아 국기를 문란하게 한 비선 실세들이 노린 것은 거창한 무엇이 아니라 한낱 '돈'이었다. 이제 갓 스물을 넘긴 여자아이 입에서 터져 나온 '돈도 실력'이라는 노골적인 고백은 '국민 개돼지' 발언만큼이나 비참하고 충격적이다. 권력 핵심부에서 인맥 하나로 나라를 쥐고 흔든 이른바 '비선 실세'들이 가진 저열한 속물근성과 교양이라곤 찾기 어려운 천박한 가치 기준을 제대로 알 수 있다.

빗장 풀린 그들의 솔직함이 무섭다. 돈을 위해서라면 더 이상 눈치 볼 것도 부끄러울 것도 없는 세상이 되어버린 듯하다. 권력자들은 힘으로, 재력가들은 돈으로, 강단의 학자들은 지식을 이용해 돈을 좇는다. 그 길에 권력이 마땅히 세워야 할 정의나 자본이 지켜야 할 법규, 학자들이 지녀야 할 양심은 내팽개쳐진다.

그들이 미치도록 갈구하고 숭배하는 '돈'이란 과연 무엇인가? 셰익스피어는 <아테네의 티몬>에서 돈에 대해 이렇게 풍자한다. "금? 귀중하고 반짝거리는 순금? 이만큼만 있으면 검은 것을 희게, 추한 것을 아름답게 만든다네. 나쁜 것을 좋게, 늙은 것을 젊게, 비천한 것을 고귀하게 만든다네. 저주받는 자에게 축복을 내리네. 문둥병을 사랑스러워 보이게 하고, 도둑을 영광스런 자리에 앉힌다네. 그리고 도둑에게 작위와 궤배와 권세를 부여 한다네."

17세기 문학 작품이 일갈한 인간의 돈에 대한 탐욕과 속물성이 21세기에도 변함없이 유효하다는 사실이 서글프다. 특히 돈이 도둑을 영광스런 자리에 앉히고, '도둑에게 작위와 권세를 부여한다'는 직설은 대한민국의 현실을 고발하는 듯하여 뜨끔하다.

세상에서 가장 보배롭고 고귀한 대접을 받는 '돈'의 실체는 아이러니하게도 가장 천대받고 멸시받는 '노동'이다. 돈의 출발과 끝은 모두 노동과 연결돼 있다. 세상 모든 재화는 자연물로부터 왔지만, 그것을 가치가 있는 상품으로 만들려면 노동이 결합돼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세상 모든 돈은 수많은 노동이 쌓아 올린 가치의 합이다. 하지만 노동의 적층으로 만들어진 돈, 자본은 또 다른 노동을 빼앗는 힘으로 작용한다.

그러나 돈의 힘이 아무리 막강해도 그것에 머리 조아리지 않는 사람에게는 통하지 않는다. 돈으로 큰 집을 살 수는 있어도, 행복한 가정을 파는 곳은 세상 어디에도 없다. 돈으로 많은 사람을 곁에 둘 수 있지만 사랑받기 위해서는 그 사람을 사랑해야만 한다. 정유라가 돈과 권력으로 비싼 말을 타고 학위를 딸 수 있을진 몰라도, 그것이 곧 실력이나 교양이 되지는 못한다.

대한민국은 왕정이나 신성국가가 아닌 '법치'를 따르는 민주국가라는 사실을 아직 믿고 싶다. 그렇다면 우리는 권력을 이용해 돈을 갈취하고 그 돈으로 미래를 보장받고자 했던 '도둑들'의 재산을 몰수해야 한다. 국가권력을 사사로이 이용하고, 자격 없는 도둑들에게 국정을 내맡긴 막대기 빠진 허수아비 같은 대통령은 마땅히 물러나야 한다. 비선실세 못지 않게 허수아비 대통령을 앞세워 국정을 농단하고, 언론장악을 통한 진실 왜곡과 중상모략, 위험한 전쟁 놀음을 함께 주도해 온 언론재벌과 정치검찰에게도 죄값을 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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