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시 금산면에 살고 있는 세 아이 엄마인 정혜경씨가 셋째 아이의 돌을 기념하여 의미있는 곳에 기부를 하고 싶어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 진주지역 기림상 건립추진위원회에 기부를 하며 마음을 담은 편지글입니다. 자신의 아이뿐만 아니라 세상 모든 아이들에게 기억되는 역사, 그리고 이어지는 우리들의 역사를 위해 함께 마음을 내어주셨습니다. - 편집자 주

 

▲ 전주 풍남문에 있는 평화의 소녀상

 

얘들아, 우리 다섯 식구 전주 한옥마을에 놀러갔었지? 저녁에 도착해서 근처 시장으로 밥을 먹으러 가는데 단발머리 소녀가 의자에 앉아 있는 상을 보고는 너희가 이게 뭐냐고 물었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그 소녀상에 사람들이 놓고 간 목도리며, 장갑이며, 손난로 등을 보고는 또 이런 것들을 왜 이렇게 두었느냐며 물었던 것 같다.

마침 소녀상 옆을 지키는 천막주변으로 소녀상의 의미에 대해 또 왜 이렇게 천막을 쳐 놓고 사람들이 돌아가면서 소녀상을 지키는 건지 친절하게 설명을 해주는 문구들이 있어 그것들을 함께 읽어 보았지.

 

기억하고 이어지는 우리들의 역사

▲ 행복한 여행중인 정혜경씨의 세 아이

엄마는 내심 소녀상이 진주에는 없음이 참 안타까웠단다. 진주와 비슷한 규모의 도시인 전주는 결코 진주와는 달랐음이 거리 곳곳에 세월호 참사를 기리는 여러 사람들의 노란색 플랑이 걸려 있는 것을 보고, 또 관광객들이 수없이 오가는 도심 한 복판에 소녀상이 딱 놓여 있는 것을 보고 알았다.

그리고 얼마지나지 않아 위안부피해자들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 ‘귀향’이 오랜 시간 여러 사람들의 노력으로 개봉을 하게 되어 너희들과 함께 보러 가고 싶었지만, 영화의 메시지를 온전히 마음에 새기기에는 너희들이 아직은 어린 것 같아 안타깝게도 함께 하지 못했다.

귀향으로 인해 위안부피해자들의 아픔과 현실에 대해 어느 정도 국민들이 공감대를 형성할 때쯤 어처구니없게도 이 나라 정부가 돈 얼마에 피해자들에 대한 합의를 끝내버리더구나.

영화 ‘귀향’이 막을 내리고, 정부의 어처구니없는 결정에 피해당사자 뿐 아니라 국민들이 울분을 터뜨린지 불과 몇 달 지나지 않았는데 위안부피해자 문제는 어느덧 사람들의 머리에서 많이 지워지는 듯하다. 하지만 진주에도 곧 피해자들을 기리기 위한 기림상이 건립된다니 참으로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래, 하루에도 큰 사건들이 몇 건씩 터져나와 사람들은 꼭 기억해야 할 문제들마저도 곧 잊어버리곤 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이 나라 어디에는 그것들을 꼭 붙들고 기억하며, 나누고자 하는 사람들이 있단다. 그래서 ‘우리들의’ 역사가 이어지는 거겠지. 그래서 그들만의 세상에서도 우리가 살아갈 수 있는 거고.

엄마는 우리 아이들도 그렇게 사람의 도리를 잊지 않고 그것을 지키며 살아가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 아빠, 엄마도 많이 부족하지만 그렇게 살아가려는 사람들에게 힘을 보태려 노력할테고.

기림상 건립에 참여하고자 한다면 :

문의 :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 진주지역 기림상 건립추진위원회

전화 055)761-0411/010 9238-3240

저작권자 © 단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