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 있는 '두꺼비하우징'은 도시재생 관련 사회적기업이다. 이곳에서 진행하는 빈집 활용 프로젝트인 '공가'는 도시재생 고민 도중에 나왔다. 2014년 1호점을 시작으로 벌써 11호점까지 추진되고 있다.

 

[경남형 주거 대안을 찾아서]

빈집에서 시작된 공동체 복원 

'두꺼비 하우징' 서울서 빈집 살리기 프로젝트

…청년·취준생 각 방마다 거주, 1인 가구 세입자들 공간 공유

 

◇빈집을 활용한 도시재생 = 서울 뉴타운 사업이나 재개발로 마을은 사라지고 기존 공동체는 해체되는 현상이 잇따랐다. 오래된 집은 모두 철거하고 고층 아파트만 짓는 방식이 되풀이됐다. "중간에 용산참사도 있었는데, 생명이나 안전을 해칠 수 있는 뉴타운이나 재개발 방식의 문제점을 극복하면서 기존 마을과 커뮤니티를 되살리는 도시재생을 해보려고 했죠." 두꺼비하우징 이제원 실장의 말이다.

▲ 사회적기업 '두꺼비하우징'이 빈집 활용 프로젝트로 공급한 '공가' 8호점. 서울 은평구 녹번동에 있는 2층 양옥을 손본 것으로, 내부에는 1인 가구를 위한 9개 방과 공동 공간이 있다. 민달팽이주택협동조합과 협업한 결과물이기도 하다./이동욱 기자

물이 새고 단열도 안 되는 오래된 집을 고치는 '건축'과 주민 참여를 이끌어내는 '역량 강화와 커뮤니티 활성화 지원'이 두꺼비하우징 역할이다.

두꺼비하우징은 초창기 서울 은평구 산새마을에서 마을 만들기 활동을 하면서 건물 100동 가운데 빈집 6채를 발견했다. 빈집은 범죄, 노숙, 쓰레기 투기 등 여러 동네 문제가 얽힌 장소였고, 도시재생에는 걸림돌이었다. 은평구 빈집 50동을 조사했더니 단순히 낡은 빈집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재개발 구역 등으로 묶여 매매가 안 돼 방치되는 곳도 있었다.

두꺼비하우징은 비교적 상태가 좋은 빈집 2동을 발굴해 사회주택으로 공급하게 됐다. 청년 1인 가구의 주거 문제를 해결할 주택이었다.

"가슴 아팠던 것이 서울지역 청년 1인 가구 중 RIR(Rent Index Ratio·월 소득 대비 임대료 비율, 이 비율이 높을수록 세입자 주거 부담이 크다)가 30% 넘는 주거 계층이 60%가량이라는 조사 결과였습니다."

가옥주와 전세 임대 계약을 맺어 주택 내외부를 손봤는데, 일반 주택은 4인 가구 기준이어서 대체로 방 3개, 주방, 거실, 화장실 구조다. 이를 1인 가구에 맞춰 공급하고자 셰어하우스로 설계했다. 더구나 거실 등 공동 공간을 늘리면 주거 비용도 낮출 수 있었다.

아이디어와 기술은 있으나 자본이 부족한 벤처기업 등에 자금을 지원하는 엔젤펀드 5000만 원을 바탕으로 빈집 활용 프로젝트를 시작했지만, 예상보다 공사비가 많이 들었다. 괜찮은 주거 공간을 만들려면 마감 자재 등에도 신경을 써야 했다. 1호 주택 경험을 바탕으로 두꺼비하우징은 서울시에 지원을 요청했고, 이후 서울시는 '빈집 살리기 프로젝트'를 만든다. 최대 4000만 원으로 공사비 50%까지 지원하는 이 사업에는 두꺼비하우징뿐만 아니라 서울지역 여러 업체가 참여하고 있다. 빈집, 여관, 사무실, 고시원 등이 리모델링 대상이며, 시세 80% 이하 임대료로 공급된다.

◇혼자가 아닌 '함께' = 이 프로젝트는 '비어 있는 공가(空家)에서 함께 하는 공가(共家)로'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고 있다. 빈집을 셰어하우스로 바꿔 함께 모여 사는 곳인데, 여러 협력을 통해 지역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데도 보탬이 되고 있다. 공가 3·4호점이 눈길을 끄는 이유다.

3호점이 있는 서울 동작구는 전국에서도 청년 1인 가구 주거 빈곤율이 가장 심한 곳으로 꼽힌다. 노량진 고시촌이 있어서다. 두꺼비하우징은 동작구에서 마을 만들기 활동을 하는 '희망동네'라는 조직과 함께 청년층을 위해 임대료를 가장 낮춘 주택을 만들기로 했다.

다세대빌라를 구했는데, 임대료를 낮추려고 3인실·2인실·1인실로 모두 6명이 살 수 있도록 구성했다. 월 임대료를 24만 원 수준까지 낮췄지만, 이마저도 청년에게는 부담이 될 수도 있었다. "희망동네와 협력하는 단체 중 숭실대 생협이 있었어요. 이곳에 숭실대 학생이 거주하고, 생협에선 학생 1인당 월 15만 원을 장학금으로 지원하기로 하면서 학생이 부담하는 금액은 9만 원까지 낮아질 수 있었죠."

3호점이 민간단체끼리 협력 모델이라면, 4호점은 민관 협력 모델이다. 두꺼비하우징은 성동구청, 성동경찰서 등에서 성폭력·가정폭력 피해 여성이 임시로 모텔에 머문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한 해 1000명 이상 여성이 사흘씩 모텔에 숙박하면서 위험성도 있었고, 예산 부담도 클 수밖에 없었다.

이에 두꺼비하우징은 '공가' 프로젝트로 이들을 위한 쉼터를 마련했다. 성동경찰서 여성 경찰관은 24시간 상주하며 이곳을 지키고, 성동구청은 임대료 지원과 의료진 상담 주선 등으로 사례 관리 체계도 구축했다.

7호점은 '복지안심주택'으로 화재나 경매 등으로 집을 잃을 위기인 가정이 3~6개월 정도 무료로 머무를 수 있다. 8호점은 민달팽이주택협동조합과 협력한 결과물이다. 아무리 임대료가 낮더라도 단기 계약에 따른 공실(사용하지 않는 빈방) 위험도 생기는데, 주택협동조합은 예비 입주자와 다양한 공동체 프로그램 등을 갖추고 있어 공실 위험을 덜어낼 수 있다.

◇주거와 사회서비스를 결합한 사회주택 = 올 초 일부 개정된 '서울특별시 사회주택 활성화 지원 등에 관한 조례'에서 사회주택은 사회경제적 약자를 대상으로 주거 관련 사회적경제 주체에 의해 공급되는 임대주택 등을 말한다. 사회경제적 주체에는 주거 관련 사업을 하는 비영리법인, 공익법인, 협동조합, 사회적기업, 건설업·부동산업·임대업 중소기업 등이 해당한다.

두꺼비하우징은 이 정의와 별도로 사회주택 개념과 필요성을 세 가지로 정리한다. 이 실장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RIR는 2008년 17.5%에서 2014년 20.3%로 계속 오르고 있는데, 첫 번째로 주거 안정성을 위해 사회주택이 필요합니다. 임대 기간 이후 원치 않게 쫓겨나는 문제도 없어지려면 말이죠. 두 번째는 정부도 공공임대주택을 공급하고 있지만, 택지 부족과 재원 고갈로 더는 늘리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전국 공공임대주택 비율도 5%밖에 안 되죠. 민간에서도 뉴스테이처럼 임대주택 사업을 하지만, 정부 지원이나 세금 혜택 등이 끊기면 임대료를 높일 가능성이 크죠. 이런 정부와 시장 문제를 보완하려면 제3섹터로 사회주택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세 번째는 사람들은 연령대별로 다양한 욕구가 있죠. 20~30대는 등록금이나 취업, 30~50대는 결혼·육아, 60대 이상 어르신은 질병·고독 등에서 어려움을 느끼고 해결책을 원합니다. 단순히 임대료만 싼 게 아니라 이런 사람들의 욕구에 맞춰 각종 사회서비스를 제공하는 다양한 사회주택 모델을 꾸준히 개발하고, 공급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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