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료화 논란에 이어 입장권 강매 논란에 휩싸인 진주 10월 축제가 지난 16일 폐막했다. 

진주시는 예상대로 올해 축제도 ‘매우 성공적이었다’고 자평했다. 진주시가 ‘성공’이라고 평가한 근거는 물론 입장객 수와 수입금이다. 시는 보도자료를 배포해 유료입장객 30만 명, 무료 입장객 25만 명 등 55만 명의 입장객이 방문해 34억원의 수입을 올렸다고 밝혔다.

"일부 개선점 있었지만

전면유료화와 출입통제 여전"

"진주시 ‘대성공’ 자축 뒤엔 ‘입장권 강매’"

하지만 축제 현장을 방문한 사람들이나 택시운전사들, 큰 돈을 주고 입점한 상인들은 대체로 행사장이 ‘썰렁’했다는 반응이어서 상반된다. 특히 지난해 보다 행사 기간이 5일이나 길어진 탓에 몇백만원 비싸게 분양가를 지불하고 들어온 풍물시장 상인들은 “손님이 없어 손해가 막심했다”며 진주예총을 찾아 집단 항의하기도 했다. 

축제 수입금에 대한 신뢰도 문제와 입장티켓 강매 논란도 있었다. 유료화를 설치한 철제 펜스와 앵두등 터널, 출입구 보안과 안전요원 배치 등으로 축제에 들어간 예산은 크게 늘었다. 인터넷 예매율이 크게 줄어든 부분을 메우기 위해서인지, 진주시는 공무원 조직과 지역 보수단체, 자원봉사 단체를 총 동원해 무리하게 입장권을 강매하기도 했다. 

입장권 강매에 대해서는 통반장 조직과 유관단체에서 먼저 반발이 있었다. 지역 봉사단체 회원은 “축제 자립한다고 협조해야지 생각했는데, 해도 너무한다. 소망등 팔아라, 입장권 팔아라, 우리가 무슨 다단계 판매사원이냐”라며 하소연했다. 축제가 시작되기 한달 전부터 공노조 홈페이지 게시판에는 공무원들이 불만을 쏟아내고 있었다. “자율판매 포장한 억지 강매 아닌가”라는 항의와 “9월달에만 10만원에 가까운 돈이 급여에서 공제됐다”는 볼멘 소리가 이어졌다. 또한 “공무원 정원대비 1인당 5매씩 배정됐다”고 고발한 민원도 발견됐고, “지난해 대비 2배를 팔아라 요구한다”는 불만이 있었다. 

이에 대해 진주시는 강제가 아니라 ‘자율판매’였다고 장하지만 여러 정황을 봤을 때 사실상 강매가 이루어졌다고 보인다. 두가지 경우로 나뉘는데 먼저 타지역에 판매하도록 한 과에 500장씩 배정을 받아서, 과장급이 30매, 계장급 20매, 일반직원 10매씩 할당됐다. 그리고 개별적으로 5매씩 구매를 하고, 통반장 조직과 유관단체에도 배정이 된 것으로 보인다. 또한, 티켓 판매 실적을 실국별로 최종 보고하도록 해 티켓 판매에 사실상 강제성이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올해 가림막은 작년 2015년에 비해 확실히 나아지긴 했다. 우선 지난해 천수교와 진주교에 가리워졌던 볼썽사나운 가림막이 사라진 대신 앵두등 터널이 생겼다. 앵두등의 본래 목적은 야간에 남강조망을 가리는 것이었지만, 결과적으로 등불 사이로 남강을 볼 수 있었고, 수만개의 야간조명으로 인해 색다른 분위기를 연출했다.   
재입장이 안됐던 지난해에 비해 재입장이 횟수에 상관 없이 허용돼 혼란과 혼잡이 많이 줄었다. 그리고 인근 시군민들에 대한 입장료 할인과 노인 우대가 있었고, 사전 예약에 대한 할인율 적용으로 사실상 입장료가 인하된 효과가 있었다. 개선된 부분들은 진주시의 자체 노력도 분명 있겠지만, 지난해 전면 유료화와 가림막에 대한 시민들의 지속적인 문제제기와 반대운동이 성과를 낸 것이라 평가해야 한다. 

하지만, 가림막 대신 설치한 앵두등도 이틀동안 내린 비에 누전이 되어 불이 나는 사고가 있었고, 곳곳에 전기적인 문제로 불이 안들어 오는 등 문제가 많았다. 특히 진주시는 이 시설물이 관람객 안전을 고려해 설치한 ‘안전펜스’라 주장했는데, 전기안전 문제가 발생하고, 튼튼한 구조물이 아니라 쇠파이프에 전선을 설치한 것에 불과해 앞뒤가 맞지 않다.

일부 개선된 면이 있긴 해도, 전면 유료화와 담장 설치로 인한 불만과 소외감은 여전했다. 인근 주민 50% 할인도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 해당되고, 금요일부터 주말까지는 할인 적용이 안된다. 사실상 큰 의미가 없다. 돈이 많고 적음을 떠나, 축제장 전체를 막고서 돈을 받는 행위가 과연 모든 시민들이 함께 나누고 즐기는 지역 축제의 취지와 의미에 부합하는지 묻고 싶다.

특히 개천예술제와 유등축제는 관보다는 지역 예술인과 지역민들이 함께 만들고 키워 온 한해 중 가장 큰 잔칫날이다. 그런 잔칫날에 가림막을 쳐서 돈으로 사람을 구분하는 것은 “예술은 사람의 목숨처럼 영원히 자유롭고 대중적인 것”이라 설파한 개천예술제 정신을 훼손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입장료 1만원이 적절한지 여부에 대해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사람에 따라 ‘1만원 내고 보기에 아깝지 않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입장료가 부담스러워서’ 또는 ‘입장료 받는 것 자체가 불만’이라서 축제장에 가지 않는다고 말하는 사람도 많았다.

진주시민들은 자신이 구매한 소망등을 보러 가는데 입장료를 내야 할 형편이고, 단지 남강과 유등을 보는 것에 가족단위로 수 만원씩 내야한다는 건 분명 무시할 수 없는 부담이다. 지난해 보다 관람객이 오히려 줄었다고 말하는 사람도 많았다. 축제장 인근에서 분식 장사하는 분은 “작년엔 울고 갔는데, 올해는 통곡을 한다”고 말했다. 

유등축제의 가장 큰 강점은 바로 낮과 밤이 모두 아름다운 남강과 촉석루이다. 하지만 유료화와 가림막으로 인해 남강을 가장 아름답게 볼 수 있는 곳들이 모두 출입 통제됐다. 시가 스스로 ‘사진찍기 좋은 장소’로 선정한 곳에 아무도 들어갈 수 없는 말도 안되는 상황이 연출됐다. 그래서인지 현재 인터넷에 떠도는 남강 유등축제를 대표하는 사진들은 대부분 2014년 이전에 찍은 사진들이다. 

남강 유등축제를 둘러싼 여러 논란들 중에서 가장 나쁜 것은 행정의 일방통행, 즉 ‘갑질행정’일 것이다. 축제 인근지역인 망경동 강남동 주민들 보름이 넘는 기간 동안 출퇴근 시간마다 극심한 고통을 겪었다. 한 시민은 시청 게시판에 글을 올려 “5분 거리를 50분 걸려 매일 우회도를 이동하고 있다”면서 “거주민에게 한해 통행증을 발행해 소음과생활 불편 등 2중 3중의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해달라”고 하소연했다.

진주시 행정이 얼마나 강압적이고 권위적인지를 단적으로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진주시가 전향적으로 입장을 바꿔서 남강을 전면 개방하고 진주성과 일부 수준 높은 공연을 부분 유료화 한다면, 사람도 붐비고, 재정자립도 하는 두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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