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중요한 노동 이슈 중 하나는 조선업 구조조정과 고용위기였다. 조선업 밀집지역인 경남과 울산의 전년대비 실업률이 급등하고, 전체 조선업계 내에서 비정규직 중심의 해고자가 몇 만명 수준에 달한다는 언론보도가 넘쳐난다.

그렇다면 지역 내 조선소가 존재하지 않는 진주는 조선업 구조조정과 무관한 지역인가? 아니다. 2000년대 중반 이후 조선업계 내에서 물량팀이라고 불리는 단기 계약 불안정노동계약이 보편화되면서 진주지역 청년 및 진주시 소재 대학을 다니는 청년들이 조선소 물량팀 노동자로 일하였다.

▲ 장시간의 심층면접에 응해준 인터뷰이의 노고에 감사드린다.

 

청년노동 민낯 탐방 - 첫번째 

"나는 임금체불 등 조선업 다단계 하청구조, 그 밑바닥에 있었다"

심지어 구조조정이 진행되고 있는 2016년 가을 현재에서 알바천X 사이트에 가서 진주시 채용 정보를 검색하면 조선소 물량팀 구인 정보를 흔히 찾아볼 수 있다. 알바 노동자권리 지지모임 <제르미날>은 2016년 초까지 약 8개월 동안 조선소 물량팀 노동자로 일한 경상대학교 학생을 인터뷰하였다.(혹시나 모를 불이익을 방지하기 위해 가명을 사용함)

그는 조선소 물량팀 노동자로서의 경험이 노동문제에 대한 관심을 갖게 된 계기였다고 말하였으며, 이제 대학생 신분으로 진보정당 활동(정의당)을 통해 노동현안에 기여하고 싶다는 의지를 밝혔다.

- 어디서, 어떤 계기로 조선소 물량팀 노동자로 일 하게 되었고, 어떤 일을 하였나.

박OO: 거제에 있는 대형 조선소 해양사업부서의 공정을 담당하는 물량팀에서 2015년 7월부터 2016년 2월까지 일 하였다. 군 제대 직전에 각종 취업 정보를 소개해 주는 시간이 있어 지원했는데 알고 보니 그 업체가 인력소개소였고, 그 과정을 통해 물량팀으로 일하게 되었다. 하는 일은 화기파트에서 선박 내 배관 및 파이프의 흔들림을 잡아주는 장치를 설치하는 일을 주로 했는데 취부공정을 주로 했지만 업무 특성상 용접, 사상 작업도 담당하였다.

- 하루 평균, 일주일 평균 노동시간이 어느 정도였나.

박OO: 오전 6시 20분에 조선소로 출근해고, 야근 안 하고 퇴근할 때는 저녁 8~9시 정도된다. 일 주일 평균 노동일은 6일이었고 비가 오는 날은 출근해서 잠시 대기했다가 바로 퇴근하는 편이었다.

- 노동일의 대량적인 하루 일과가 어떻게 되었나.

박OO: 일 하는 조선소가 하루 세끼를 제공하는 곳이라 아침 식사하고 자전거 타고 사내협력업체에 가서 출근지문 찍고, 장비 준비하고 옷 갈아입고 아침 조회를 하러 간다. 조회는 아침 체조를 하거나 작업지시를 듣는 시간이다. 이후에는 물품준비를 하러 가는데 상황에 따라 1~2시간 정도 걸린다. 이후에는 일반적인 업무를 수행하면서 쉬는 시간이 20분씩 하루 2번 있고, 점식식사와 저녁식사 시간에 업무를 쉬게 된다. 비정규 일과로는 한 번씩 안전교육을 받는 경우가 있었다.

- 물량팀 팀원은 몇 명이었고, 구체적으로 조회나 일상 업무에서 누구의 업무지시를 받았나.

박OO: 물량팀 전체 인원은 15명이었고, 일상 업무는 기량이 좋은 노동자와 2인 1조로 수사-부사수 형태로 일하기 때문에 사수의 업무지시를 받았다. 아침 조회에서는 기본적으로 물량팀 팀장이 하지만 협력사 직원이나 본사 직원이 와서 말하면 전달해주는 경우도 있었다. 자주 있는 일은 아니지만 가끔 물량팀에 있는 중간리더로 조장이 있는데 내가 소속된 화기조가 아닌 다른 조의 조장이 정해진 업무 외에 다른 업무를 지시할 때가 있었고 부당한 업무지시라고 느껴졌다.

- 조선소 물량팀 근무경험 중 가장 큰 고충은 무엇이었나.

박OO: 기본적으로 비가 오면 일을 못 하기 때문에 매달 받는 임금이 불안정한 편인데 가장 많이 들어온 달과 적게 들어온 달의 금액차이가 90만원에 달한다. 게다가 고되고 위험한 일은 주로 물량팀이 담당했다고 생각한다. 특히 겨울에는 바닷바람을 맡으며 일을 해야하니 많이 힘들고, 동상에 걸렸던 적도 있다.

- 임금체불이나 부당한 대우를 겪어본적이 있는가.

박OO: 임금체불문제가 있었는데 10월 초에 들어와야 할 지난달 임금이 12월 달에 들어오는 일이 있었다. 물량팀 팀장이 노동시간을 체크하는데 그것이 실제 일 한 시간과 달라서 문제해결을 요구했는데, 팀장이 확인을 하고 돈이 입금되는 것은 12월 초였다. 그리고 설명절을 맞아 노동자 복지 차원에서 2월초에 본사에서 나온 기프트카드가 있는데 나중에 2월 중순에 물량팀을 그만둘 때까지 주지 않았다. 나중에 본사에서 연락이 와서 기프트카드를 받았는지 나에게 확인을 하였고, 사내협력사에서 팀장에게 기프트카드를 주었는데 전달이 안 된 것으로 확인되었다. 4월달이 되어서야 기프트카드를 받을 수 있었다.

- 근무 중 위험한 환경은 무엇이 있었나.

박OO: 기본적으로는 용접 시 떨어지는 불똥이나 높은 곳에서 하는 작업이 많은 편이다. 그 외로는 먼지가 많은 상태에서 마스크를 끼고 작업을 하는데 동료와 업무관계로 논의를 하려면 마스크를 벗어야 하기 때문에 그 점이 문제라고 생각한다. 또 기본적으로 안전모를 쓰고 작업을 하지만 굉장히 비좁은 공간에서 작업을 할 때가 있는데 그 경우에는 안전모를 벗지 않으면 작업이 사실한 불가능한 경우도 있었다. 안전장비는 충분하다고 느꼈는데 실제 작업에 활용이 힘든 경우가 많았다.

- 본사에서 물량팀 인원의 조선소 출입과 노동환경을 통제한다고 느꼈는가? 본인의 고용주는 누구라고 생각했는가?

박OO: 본사는 조선소에 들어오는 모든 사람의 출입을 관리감독 한다. 조선소에 출입이 가능하려면 협력사를 통해 채용한 사람에 대해 보고가 올라가야 하는 거 아닌가? 고용관계라면 임금을 주는 사람이 누구인가가 관건일텐데 절차가 이상한게 돈은 협력사에서 내려주고, 물량팀 팀장이 협력사를 대신해서 돈을 주는 시스템이다.

- 그렇다면 고용주는 사내협력사인데 실질적으로 돈을 주는 사람이 물량팀 팀장으로 생각한다는 것이지 않나? 그런데 아까 물량팀 팀장이 확인한 노동시간과 실제 일 한 시간의 격차 때문에 임금을 2월 동안 못 받는 일이 있었다고 했는데, 만약 이 사람이 실질적인 고용주가 아니라 사내협력사에 소속된 상사라면 자기의 재량으로 2개월 동안 임금지급을 미룰수 있는 권한이 있을까.

박OO: 본사에서 전화가 오면 물량팀이라 하지말고 협력사 직원이라고 말해라는 지시를 받은 적이 있다. 본사도 사내협력사가 물량팀 운영하는 줄 알텐데 왜 이런 이상한 제도를 방치하는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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