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빨간 거짓말만 하는 나쁜 사람들을 향한 일갈

밴드 <엉클밥>, 진주 동성동 공연 <분명 너에게 뭔가 있을 거야> 안준우 기자l승인2015.04.23l수정2015.09.13 2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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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마산) 출신 밴드 <엉클밥>이 진주를 찾았다. 지난 4월 18일 저녁, 진주 동성동의 한 카페에서 올해 첫 단독 공연을 펼친 <엉클밥>은 펑크 록에 기조를 두고 다양한 음악적 시도를 하고 있는 밴드다. 경남 지역에서 ‘록’ 밴드로는 꾸준히 활동하는 몇 안 되는 팀 중 하나이기도 하다.

지난 해 진주에서 단독 공연 한 차례와 몇 차례 프로젝트 공연을 펼친 바 있는 그들이지만 이번 공연에 임하는 각오는 남달랐다. 평소보다 훨씬 많은 연습을 했으나, 공연 전 긴장한 표정도 역력했다. 그러나 그것은 기우였을 뿐, 공연은 생각보다 훨씬 뜨거웠다. 공연이 시작되자 긴장된다던 그들의 말이 무색할 만큼 여유롭고 멋진 무대가 이어졌다. 보컬리스트 노순천은 사자후를 토했고, 기타리스트 신가람은 격렬한 헤드뱅잉을 선보였으며, 드러머 간장의 스틱 손놀림은 더없이 현란했다. 관객들은 흥분하여 소리를 질렀고, 어깨를 들썩이며 만면에 미소를 머금었으며, 그들을 향한 진심 어린 박수갈채를 쏟아 냈다.

공연 후 리더 노순천과 대화를 나누었다. 사석에서 마주칠 때마다 그는 순박한 미소로 “고맙습니다.”를 연발한다. 공연 중 쏟아 내는 거친 목소리는 어디에 숨겨뒀는지, 느릿느릿하고 사투리 짙은 그의 말투는 따뜻한 사람 냄새를 풍긴다.

 

공연 후 만난 리더 노순천과의 인터뷰 내용을 아래에 소개한다.
1. 정말 훌륭한 공연이었어요. 환상적이었습니다. 여운이 너무 커서 쉽사리 벗어나지 못할 것 같아요.
우선, <밥을 좋아하는 삼촌들>이라는 뜻의 팀명이 상당히 재미있습니다. <엉클밥>이라는 밴드에 대해 간단하게 소개해 주세요.
- 6년 전, 서른을 눈앞에 두고 밴드에 미련이 남은 친구들과 삶에 무리가 안 갈 정도까지만 즐겁게 음악하자고 시작한 밴드입니다. 삶이 먼저다 보니, 1분기에 1회 연습하고 1년에 1회 공연한 시기도 있었습니다. 요즘에는 두 달에 한 번 정도는 공연을 하고 있습니다.

2. <엉클밥>을 모르는 분들도 계십니다. 단디뉴스 독자들께 멤버 소개도 부탁드립니다.
- 리드 보컬과 기타를 맡고 있는 저는 노순천입니다. 좋아하는 뮤지션은 한대수, 벨벳언더그라운드, 너바나, 비틀즈 등입니다. 리드 기타와 보컬을 맡고 있는 신가람은 다프트펑크, 화이티스트보이 얼라이브, 엑스엑스 등을 좋아하고, 베이스와 코러스를 담당하는 박정인은 유재하를 좋아합니다. 마지막으로 드럼과 코러스를 담당하고 있는 간장은 제이래빗, 옥상달빛, 하드코어, 스케잇펑크을 즐겨 들으며 권나무 팬클럽 회장이라고 말하고 다닐 정도로 권나무도 좋아합니다.

3. 노순천 씨는 미술과 음악을 같이 하고 있는 걸로 아는데요, 음악 활동에 있어 미술 영역은 어떠한 의미가 있을까요?
- 미술을 통해 저는 감정이나 생각을 표현하는 법을 배웠습니다. 10년 정도 미술 활동을 하다 보니 표현에 대한 두려움이 사라졌습니다. 그래서 음악을 할 때 좀 부족하단 생각이 들어도 뻔뻔하게 “철판 깔고” 하고 싶은 것들을 표현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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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노랫말이 상당히 인상적입니다. 다소 거칠지만 은유적인 표현도 많습니다. 어디에서 주로 영감을 얻으세요?
- 살다 보면 가슴에 무겁게 자리잡는 일들이 있습니다. 연애사라든지 가족사, 혹은 텔레비전 뉴스나 신문 등에서 접하는 일들이 그냥 스쳐지나지 않고, 마음속에 오래 머무는 경우들이죠. 그런 일들을 겪거나 접하면 가사를 쓰게 됩니다. 모든 곡이 그렇지는 않지만, 대부분의 곡들을 그렇게 만들고 있습니다.

<괴물> 가사 전문
이대로 가다가 우리는 무서운 괴물이 될 거야
죄책감도 미안함도 느낄 수 없는 무서운 괴물이 될 거야
괴물들이 사는 그곳은 동굴도 숲속도 아니야
알쏭달쏭 엉망진창 알 수가 없는 
무시한 내 마음 속이요
입은 초콜릿만 먹고
손은 구름 속을 뒤지고
발은 꽃을 짓밟고 다니고
몸은 이불 속에 숨긴 채
마음은 얼어붙었네
마음은 얼어붙었네
괴물들을 처음 만났던 날 나는 모른 척을 했었지
흉측하고 무서웠던 괴물을 피해
네 등 뒤에 숨어 버렸지
괴물들이 찾는 인간은 여자도 아이도 아니야
심술 고약 욕심 가득 거짓투성인
나를 찾고 있었던 게지
입은 초콜릿만 먹고
손은 구름 속을 뒤지고
발은 꽃을 짓밟고 다니고
몸은 이불 속에 숨긴 채
마음은 얼어붙었네
마음은 얼어붙었네
아직은 늦지 않았어요
아직은 늦지 않았어
아직은 늦지 않았어요
아직은 늦지 않았어

5. 개인적으로 신곡 <나쁜 사람>을 지난 번 <노조신권> 프로젝트 공연장에서 먼저 들었습니다. 상당히 충격을 받았었습니다. 연쇄적, 점층적으로 전개되는 가사가 너무나 인상적이었어요. 그렇게 어쿠스틱으로 혼자 부르신 것도 좋았지만, 이 곡이 <엉클밥>의 옷을 입으면 어떤 곡이 될까 하고 정말 기대했었는데, 오늘 드디어 들었습니다. 기대치를 훨씬 넘는, 그야말로 환상적인 곡이었습니다. 결국 오늘 앙코르까지 해서 두 번이나 연주하셨습니다. 어떻게 만들어진 곡이고, 무슨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으셨는지 곡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 고맙습니다. 새 노래를 좋아해 주시니 기쁩니다. 몇 달 전에 ‘인간’이라는 주제로 글을 쓴 적이 있는데, 그때 쓴 짧은 10개의 글 중 하나입니다. 사람과 사람이 만나 서로에게 영향을 주고받으며, 그렇게 함께 살아간다는 생각으로 만든 노래입니다. 오늘 착한 사람도 내일 나쁜 사람이 될 수 있고, 어제 강했던 사람이 오늘 약한 사람이 될 수도 있습니다. 평생 슬프게 살아온 사람도, 남은 생은 기쁘게 살게 될는지도 모르죠. 그런데 그렇게 사람을 변화시키는 가장 큰 계기는 ‘사람과의 만남’이라고 생각합니다.

<나쁜사람> 가사 전문
나쁜 사람이 있었다.
나쁜 사람은 착한 사람을 만나 나쁘고 착한 사람을 낳았다.
나쁘고 착한 사람은 강한 사람을 만나 나쁘고 착하고 강한 사람을 낳았다.
나쁘고 착하고 강한 사람은 약한 사람을 만나 나쁘고 착하고 강하고 약한 사람을 낳았다.
나쁘고 착하고 강하고 약한 사람은 슬픈 사람을 만나 나쁘고 착하고 강하고 약하고 슬픈 사람을 낳았다.
나쁘고 착하고 강하고 약하고 슬픈 사람은 기쁜 사람을 만나 나쁘고 착하고 강하고 약하고 슬프고 기쁜 사람을 낳았다.
나쁜 사람이 여기 있다.
착한 사람도 여기 있다.
강한 사람도 여기 있고
약한 사람도 여기 있다.
슬픈 사람도 여기 있고
기쁜 사람도 여기 있다.
나쁘고 착하고 강하고 약하고 슬프고 기쁜 사람들이 여기 있다. 함께 있다.


6. 예전에 처음으로 공연을 봤을 때 말씀드렸던 내용입니다. 기타리스트 신가람 씨가 만들어내는 소리는 일반적인 펑크 록 밴드들의 그것과는 많이 다릅니다. 굉장히 유니크하고 세련된 느낌을 주거든요. 노순천 씨도 기타를 연주하십니다. 신가람 씨와 합주 과정에서 생기는 재미난 상황들이 있을까요?
- 신가람은 우리 밴드에서 가장 음악적인 열정이 큽니다. 노력도 많이 하고, 우리 밴드의 꽃이지요.
저는 ‘빵’ 하고 터지는 걸 좋아해서 계속 터지려고 하는데, 신가람은 좀 더 세련된 걸 추구하다보니 자연스럽게 둘의 성향이 곡 속에서 섞이는 것이 재밌습니다. 나머지 멤버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저희는 합주할 때 멤버들끼리 바라는 게 별로 없습니다. 바라는 얘기를 해도 큰 차이도 없고요. 물론 전체적인 분위기는 이렇게 가보자 하는 의견들은 있을 수 있지만 대부분 각자의 자리에서 이렇게 해보고 저렇게 해보고 하다 보면 각자의 색깔들이 자연스럽게 섞여 나옵니다. 시간은 오래 걸리지만 곡도 그런 식으로 만들어집니다.

 

7. 세월호 참사 1주기를 맞아 추모의 뜻으로 <새빨간 너의 상처, 새파란 어린아이>를 노래하셨는데, 어떤 곡인지 설명 부탁드립니다.
- 곡을 만들 당시 ‘새빨간’ 하면 떠오르는 단어들과 ‘새파란’ 하면 떠오르는 단어들을 나열했습니다.
세월호 사고가 있은 후 얼마 지나지 않아 공연을 하게 되었는데, 2절 가사를 저도 모르게 다르게 부르고 있더라고요. 파도와 철판이 나오는 부분에서 자연스럽게 그 사건이 떠올라서 공연 중에 울컥한 적이 있습니다. 그 후부터는 계속 1절을 부를 때는 자연스럽게 정부를 떠올리게 되고, 2절을 부를 때는 자연스럽게 세월호 사고의 희생자 분들이 생각나더군요.

<새빨간 너의 상처, 새파란 어린아이> 가사 전문
새빨간 나의 사과
새빨간 너의 상처
새빨간 저녁노을
새빨간 누나 치마
새빨간 우체통에 버려진
새빨간 나의 마음
새빨간 소화기에 꺼져간
새빨간 너의 열정
새빨간 딸기처럼 달달한 
새빨간 너의 거짓말
새파란 나의 눈물
새파란 너의 침묵
새파란 새벽하늘
새파란 어린아이
새파란 파도 속에 삼켜진
새파란 너의 젊음
새파란 철판 앞에 막혀진
새파란 너의 꿈들
새파란 얼음처럼 녹아간 
새파란 나의 다짐들

8. 창원, 진주, 김해에서 주로 활동 중이신데, 이번 진주 공연에서 느낀 점은 어떤 것이 있을까요?
- 드러머 간장이 진주에서 직장을 다니며 살고 있습니다. 그래서 몇 번 진주를 다녔더니 이제 진주가 많이 익숙해졌습니다. 이번 공연은 그런 과정에서 알게 된 분들에게 도움을 받았습니다. 덕분에 무사히 공연을 마칠 수 있었고요. 공연을 마치고 많은 분들이 칭찬해 주시고, 응원해 주셔서 마음이 붕 뜨기도 하고 <엉클밥> 하길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특히, 이번 공연은 최근 2년간 어쿠스틱으로 버텨오다 새 멤버 베이스 박정인의 영입으로 다시 ‘풀 밴드’의 모습으로 돌아온 후 첫 ‘단독’ 공연이었습니다. 그래서 아무런 콘셉트 없이 14곡을 준비했습니다. 관객들이 지루해 하진 않을지 걱정했는데 무사히 끝나서 다행입니다.

9. 주변에 많은 어쿠스틱 밴드들이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록 밴드는 설 무대가 많지 않을뿐더러 팀을 유지하는 데 어려움이 많은 것으로 압니다. <엉클밥>이 팀을 유지하고 활동할 수 있는 비결은 무엇인가요?
- <엉클밥>에게 어쩌면 장르는 중요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아마 오랫동안 함께 놀아온 친구들이라 멤버 중 누군가가 멀리 떠나지 않는 한 계속 이런 식으로 만나서 밴드하며 놀 것 같습니다. 적어도 한 달에 한 번 정도는 만나서 합주하고 기회가 되면 공연도 하고 하겠지요. ‘업(業)’이 아니라 삶의 ‘낙(樂)’으로 하는 것이다 보니 해체할 이유가 없습니다. 아니, 어쩌면 반대로 내일 당장 쉽게 해체될 수도 있겠네요.

10. <엉클밥>의 음반은 언제쯤 만나 볼 수 있을까요?
- 음반 계획은 몇 년 전부터 항상 있었지만, 죄송스럽게도 계획은 계획일 뿐이었습니다. 아직 뜻대로 되진 않네요.

11. 열악한 환경에서도 꾸준히 음악 활동을 이어가는 <엉클밥>은 우리 경남 문화계의 보석 같은 존재입니다. 앞으로도 꾸준히 오랫동안 <엉클밥>의 음악을 접할 수 있길 기대하고 응원하겠습니다.
- 네, 늘 찾아주셔서 감사합니다. 저희도 <단디뉴스>가 널리 알려지길 응원하겠습니다.

<엉클밥 20150418 - 진주 동성동 공연 Set List>
1. 아침 해
2. 너와 나의 최후
3. 혼자 있는 밤은 너무 위험해
4. 거짓말 안 했으면 좋겠어요
5. 괴물
6.. 못난 내 마음
7. 새빨간 너의 상처, 새파란 어린아이
8. 나쁜 사람
9. 뭔가 있을 거야
10. Have you spoken to your mother?
11. Don't judge me
12. Little boy
13. 사람들 사랑들
14. 전쟁놀이

<유튜브 영상>
나쁜사람 https://youtu.be/QljAMXuZ6dQ
괴물 https://youtu.be/qpdFl9pllUl
새빨간 너의 상처, 새파란 어린아이 https://youtu.be/oKUiMc8ZCPI

사진 : 배길효 기자


안준우 기자  jeffkeith@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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